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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HRIS Feb 25. 2024

MOON

월광

[月光, MOON INSIDE ME] 2004. 08. NOTEPAD. MEMENTO SKETCH by CHRIS



저 달을 기억했던 시간부터 잠을 잘 수가 없었다
언제부터였을까 달을 보던 그때부터
통제할 수 없는 흥분
잠을 떨치는 경각심
탐식적인 욕구
가만히 눌러앉을 수 없는 답답함
속이 터져버리는 울렁임
무슨 일을 저지르고 싶은 분노
들판에서 누워버리고 싶은 열망


하늘을 쳐다봤을 때부터
눈동자 가득 심어 놨던 달은
현실적인 무게에 눌려 있을 때
속 안에 끓고 있는 심장을 보게 해 줬다
가만히 있지 말라고 부추기는 듯한 그 빛
안절부절못하며 뛰쳐나가 뿌리 끝 습관이 되더니
지금도 문을 닫아놨는데 벌써 핏줄기부터 뛰쳐나가고 있다


아주 만족스럽기도 하고
아주 불만족스럽기도 하고
불수의 근육부터 말초 신경까지
걷잡을 수 없이 뛰게 하는 저 달빛은
혈관 속의 열기를 들큼하도록 달리게 만든다


숨쉬기 위해 자꾸 숨 들이켜야 하고
어딘가에서 눈을 가린 채 배회하게 만드는 달
오늘 밤 잘 수 없는 건
당신에 대한 분노 때문이 아니라
나를 너무 느끼게 하는 저 달 때문이다
지금 나의 위안이다
달에 누워야겠다

 



난 말없이 바라볼 수 있는 달을 사랑했던 모양이다. 이십 년 전의 일기 속에 덩그러니 달을 그려놓고 있었다. 수십 년을 함께 달이 오늘은 보이지 않는다. 공항에서 반겨주는 다시 겨울다. 정월대보름인지 모를 정도로 평이하게 지나가는 정월 음력 15일. 난 대보름처럼 일거리가 많은 명절은 좋아하지 않았다. 커다란 달보고 이야기하는 건 좋았지만 명절마다 무엇을 기리는지도 모르는 그 한상을 위해 하루를 소비하는 시간이 아까웠다. 생일과 같은 기념일챙기거나 명절이 특별해져야 하는 건 아이 때문이다. 소란하고 번잡 추억과 애틋한 기억을 남겨주어야 하므로.



"오늘 정월대보름이었데요."

- 그래서 이렇게 돌아왔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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