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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HRIS Feb 23. 2024

POST

기다림

[POST TO YOU, HELLO & GOOD BYE] 2013.3.17 PHOTO by CHRIS


"옥은 삼일만 불에 넣어 보면 품질을 가리기 충분하지만 사람은 칠 년은 기다려야 가릴 수 있다." <试玉要烧三日满,辨材须待七年期.  白居易>


한 번에 성과를 내고 최고를 지향하는 현대사회의 리듬은 숨이 턱까지 찬다. 백세인생, 한방에 해 먹다가 체하겠다. 그런데 수십 년의 교육 때문인가 나 또한 상대방이 제시간에 제대로 못하면 눈길이 사납다.


중국에서 '마상(마샹: 马上)'이란 단어를 처음 들었을 때 말에 올라탄 만큼 금방 뭔가가 되는 줄 알았다. 곧 도착!(마샹 따오: 马上到) 곧 한다!(마샹 쭈어: 马上做)곧 된다!(마샹 하오: 马上好)'곧'이 몇 시간이나 하루 이틀인 건 다반사요, 몇 달 몇 년이 되면 시간관념을 상실한다. 서너 시간은 족히 걸리는 기다림, 그래서 아예 서너 시간마다 확인 전화를 건다.


"다 왔냐?"

"거진 다 왔어"

"다 오면 연락해"


연락이 없으면 밥 먹고 일처리 하고 세 시간 지나서 다시 전화를 건다.


"지금 어디야?"

"곧. 다 와간다."

"그래? 나 너네 문 앞인데."


그래서 보면 아직 출발도 안 했다. 여기에선 바로 마음가짐이 시작이란 거다. 그걸 알기까지 십 년 걸렸다. 지금은 사람들에게 시간적 여유를 두 배 이상 준다. 그래도 여유롭지 않다.  


중국처럼 일처리가 느리고, 기다리는데 복장 터지고, 답답한 행정처리가 만연한 곳이 있을까. 그러나 이곳에서 바라본 청년의 시간은 세월의 거대한 변화를 몰고 오는 것이 한순간의 조급한 실행보단 협업과 반목, 투쟁과 결정의 부단한 마찰이 태산조차 바스러지는 결과를 만들어냄을 배우게 다.


멀리서 볼 땐 모든 것이 신기루처럼 좋아 보이고 금세 이뤄질 것 같은 환상이 밀려온다. 그러나 가까이서 바라보면 일상은 천천히 조용하게 생활을 덮친다. 그 변화는 본인이 감지할 땐 이미 진행되어 왔고 벌써 진행되고 있기에 '동승'이라고 말하기도 애매한 위치에서 움직인다.  


무엇이 더 좋다 덜 좋다 말하기 힘들 땐 일단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 혹여 결정이 잘못되었을 땐 비난도 감수해야 한다. 그렇게 다시 매무새를 고치고 걸어갈 땐 설령 같은 자리에 돌아온다고 해도 시간이 동반한 고통스러운 경험과 풍미로운 삶의 이야기가 가슴을 채울 것이다. 언젠가의 나에게로 돌아가도 가벼이 안아줄 수 있게 십 년 전, 이십 년 전의 그녀에게 말을 걸어본다. "안녕!"



가끔 어느 순간을 살펴보면 내가 맞을 정도로 목소리가 부드럽게 읽힌다. 편지를 써 본 지도 언제인지 기억나지 않는다. 그래도 저 우체통만 보면 말을 걸고 싶다. 느릿하게 돌아오겠지만, 퉁명하게 커버린 아이에게도 친절하게 답해 주는 그녀의 부름이 들릴 것 같다.





赠君一法决狐疑,不用钻龟与祝蓍。

试玉要烧三日满,辨材须待七年期。

周公恐惧流言日,王莽谦恭未篡时。

向使当初身便死,一生真伪复谁知?


《放言五首·其三》 白居易


기억은 지나면 왜곡된다. 내일의 두려움은 살아있는 자들에게 유효하다. '좋은 옥은 칠 년을 기다려야 알 수 있다'라고 생각한 그 말은 어디에서 나왔을까. 타국에서 도처에 읽히는 생존에 대한 계산적이고 모사적인 시각은 현재의 자잘한 불만이나 짜증을 잠재운다. 상업계로 들어선 이상 노동하면서 한 발짝 멀리 세상을 유유하게 봐야겠다. 정치하는 인간들은 시를 모른다. 살아남으려 사마귀처럼 사투할 뿐. 반성할 줄 모르는 사람들에게 달콤한 독배 한잔 건네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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