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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WNESS AND FAMILIARITY

새로움과 익숙함

by CHRIS
new.jpg [Newness and Familiarity] 2019. 6. 2. PHOTOGRAPH by CHRIS


"모든 새로운 것이란 우리가 익숙해지고 현실적으로 생각하는 평범한 상식적인 태도를 제거하는 것을 조건으로 한다."


처음이니까, 처음처럼, 처음 같이 새로운 것에는 호기심과 두려움, 도전과 관대함, 흥미와 흥분과 같은 복합적인 심상이 존재한다. 우리는 보통 반복에 들이는 수고보다 처음 맞닥뜨린 경험적 충격에 곱절의 의미를 부여한다. 그래서 첫사랑이나 첫 키스, 첫 경험처럼 충격적인 형상과의 충돌을 신선하고 의미로운 어휘로 포장한다.


익숙함과 새로움은 반대의 말이 될 것이다. 동일한 대상에 있어서 사물이나 존재가 익숙해지면 새로움은 의미를 상실하게 된다. 새로움의 껍질을 깨고 반복과 배움으로 현재의 상태에서 진화한 방식을 익숙함이라고 말할 수 있다. 상식에서 벗어난 비규범성의 신선함은 이마에 떨어진 차가운 이슬처럼 가벼운 탄성을 자아낸다. 반면, 존재의 탄생과 존재의 생활화는 대치되는 개념으로 보기 어렵다. 닭과 달걀처럼 동일한 생명의 근원 방식에서 뻗어 나온 가지이며 존재의 씨앗 형태와 그 안의 내용물이 외부적 환경에 의해 변화하고 생태하는 변형의 관계로 볼 수 있다.


새로운 작품을 전시하면 재미있는 현상을 발견한다. 새로 만든 물건과 기존의 물품을 한 장소에 놓아두면 사람들은 기가 막히게도 새로운 모양을 향해 다가간다. <새로 나온 코너> 이렇게 표시하지 않아도 갓 생산된, 막 선보인 사물에는 생기를 내뿜는 힘이 있다. 새로움의 표상은 제작자의 입장에선 계속해서 새로운 후속을 내지 못할 땐 타자의 선택이나 주목을 받지 못할 수 있다는 딜레마에 놓이게 만드는 동력이기도 하다.


사물이건 생물이건 현상이건 감정이건 인지되기 전까지는 새롭다가 싶다가도 처음의 충격이 가시면 전체의 맥락을 뜯어보고 살펴보았을 때 새로움의 단어는 사라지게 된다. 반복되는 학습과 접촉을 통해 인간은 경험을 얻게 되고 그를 통해 사물과의 공간, 존재와의 거리를 둔다. 그 여백 속에 각자의 의미를 부여하면서 모든 사물과 대상, 존재와 현상들은 현재의 시간까지 발전해 온 것이다.


가장 완벽한 이야기의 끝은 아쉬움이 남는 미완의 순간이다. 시작이 되면 끝은 있다. 자기 존재적인 관점에서 끝과 시작은 스스로 관찰할 수 없고 모두 타자적인 시각에서 바라보게 되는 이타성이 있다. 그래서 삶과 죽음은 타자적인 평가를 받게 되는 것이며 존재는 볼 수 없고 알 수 없기에 오직 헤테로토피아적인 위치에서 감정의 잔재가 남게 된다. 시작되면서 끝을 맺은 우로보로스. 시작이 새로움이라면 끝은 새로움의 거름이 되는 전제적 바탕이다. 기록은 남기지 않으면 사라진다. 타인의 시선보다 더 날카로운 내부자의 독설은 빛을 거스르지 않는 거짓 없는 자기 응시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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