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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술담화 Oct 28. 2021

술 회사 직원들은 다 술 잘마실 줄 알았죠? (2)

오늘 술 최약체(술알못 + 술찌 + 백신접종자)들의 술자리를 공개합니다.

1편에 이어집니다.


그렇게, 시나브로 스파클링 와인 한 병을 들고 식당을 찾은 술찌들이었습니다. 사실 걱정을 했습니다. '식전주에 어울리는, 가볍고 상큼한 이 와인이 다른 묵직한 메인 요리와 잘 어울릴 수 있을까?' 하지만 마음 속으로 이미 알고 있었습니다. '음식 페어링 여부를 떠나서, 이 와인은 우리 셋에게 최고의 선택이 되어줄 것이다.'


한껏 신난 우리들

이왕 마실 술, 조금이라도 저도수의 달콤한 술을 마시고 싶었고 그런 면에서 도수 5%의 스파클링 와인을 고르지 않을 이유가 없었거든요. 술 한 병을 다 비우는 것도 버거울 우리에게 와인을 더 구매한다는 선택지는 없었습니다. 네. 처음 시작한 술로 끝까지 달려보겠습니다. 




보헴 비스트로

빨간색 조명과 빨간색 바닥과 빨간색 테이블이 환영해줍니다. 이름은 보헴 비스트로. 이탈리아 음식을 기반으로 전통과 퓨전 요리를 함께 선보이고 있습니다. 콜키지프리 정책에서도 굉장히 관대한 편입니다. 인당 1병은 무료이며 최대 4병 추가시 10,000원의 추가 요금, 잔 교체시 3,000원의 추가 요금이 발생합니다. 



식전주로 좋은 술이라고 추천 받은 술이니 당장에 짠- 한 번 해보렵니다. 달콤하고 향긋하게 올라오는 향 덕에 마시기 전부터 기분이 좋아지는데요. 달콤한 맛에 이어 입안에 침을 고이게 하는 산미의 균형감도 좋습니다. 거기에다 입안 가득 톡톡 터지는 탄산감까지. 후, 왜 식전주로 추천해주셨는지 알 것 같군요.  


단독으로 마셔도 맛있지만, 함께 나온 바게트와 버터를 발라 한 번 더, 가볍게 한잔 곁들여 보았습니다. 이만한 궁합이 없습니다. 애초에 강한 맛을 지닌 술이 아니기 때문에 함께한 안주로도 담백한 바게트가 딱 좋았습니다. 시작이 좋아요! 이 기세 몰아서 메인 메뉴까지 이어 가보겠습니다.



보헴 비스트로의 메인 요리를 고루 시키되, 짭짤한 맛과 크림 위주의 부드럽고 느끼한 맛, 스테이크까지. 다양한 맛을 볼 수 있는 메인 요리 위주로 구성하였습니다. 토마토 베이스의 피자, 크림 위주의 뇨끼, 두툼하게 썰어낸 항정살 스테이크까지. 저희가 한 번 먹어보겠습니다.



페페로니 피자


페페로니가 둥그런 피자 한 판을 촘촘히 채우는 이 비주얼. 사랑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피자의 도우를 싫어하시는 분들이라면, 더욱 이 피자를 권해드리고 싶어요. 도우가 얇아 한입 물었을 때의 바삭한 식감이 배가 되기 때문입니다. (보헴 비스트로의 모든 피자는 수제 도우로 제조됩니다) 페페로니 위에는 고추씨가 고루 뿌려져 있습니다. 일반 페페로니보다 매콤한 맛이 훨씬 많이 감도네요. 


스파클링 와인과 페어링해보았습니다. 오우... 서로 대비되는 자극적인 맛이 자기 주장을 하다 못해 제대로 교통사고를 낸 느낌입니다. 토마토 페이스트의 짭조름하면서도 강하게 맴도는 고추씨의 매콤한 맛과 와인의 스파클링이 제대로 부딪혔습니다. 강렬한 자극에 정신을 못차리고 물을 마실 정도였는데요. 오히려 고르곤졸라처럼 부드럽고 치지(cheesy)한 피자와 함께했다면 더 좋을 것 같습니다. 



트러플 뇨끼 


바로 뒤이어 크리미한 뇨끼로 매운 혀를 잠재워줬습니다. 트러플 페이스트와 오일의 진한 풍미, 크림의 고소함이 뒤섞였습니다. 트러플과 크림을 모두 좋아하시는 분들이라면, 반하실 거예요. 부드러운 크림 범벅의 뇨끼는 쫀득한 식감으로 먹는 재미를 더해주고, 여기에 살짝 구운 팽이버섯과 뇨끼 사이에 콕콕 박혀 있는 양송이 버섯도 식감을 살리는데 일조했습니다.


개인적으로 크림 베이스 음식은 피클 없이 끝까지 먹기 힘들어하는 편인데, 특유의 느끼함을 중간중간 스파클링 와인이 잡아주네요. 탄산이 입을 깔끔하게 씻어준 덕에 오래오래 먹을 수 있었습니다. 



항정살 스테이크


내심 기대를 가장 많이 했던 요리입니다. 미소 숙성한 통항정살에 쌈장 아이올리 소스를 찍어 쿠스쿠스와 함께 먹으면 금상첨화입니다. 풍성하게 올라간 고추 튀김도 더욱 식욕을 자극합니다. 우리의 쌈장이 늘 고기와의 궁합에서 최고의 조합을 자랑해왔듯 쌈장 아이올리와 항정살의 궁합도 훌륭합니다. 단, 조금만 찍어도 강한 향과 맛을 자랑하는 소스인만큼 양조절을 잘하는 것이 중요하겠습니다.


이번에도 와인과 함께 먹어보았습니다. 소스 양 조절을 잘 해야한다고 말씀드렸다시피 푹푹 찍어서 먹으면 쌈장 맛에 와인 맛이 완전히 가려집니다. 와인과 함께 먹을 때는 고기와 쿠스쿠스, 그리고 고추튀김 위주의 담백한 조합이 더욱 잘 어울릴 듯 합니다. 




나름 냉철하고 신랄하게 평을 남겨보았지만... 저는 그랬어요. 집중해서 신중히 시음하고 꼭꼭 먹을 때는 좋은 점과 아쉬운 점이 명확히 보였지만, 긴장 풀고 먹기 시작하니 에라 모르겠다! 맛있더라고요!!


간단히 소감 한 번 남겨보겠습니다.

술찌 에디터 - "난 모르겠고 다른 술 모르겠고, 시나브로가 제일 맛있고 바틀샵 대표님께도 추천 제일 많이 받은 술이에요. 그럼 된거죠. 여러분이 금요일 저녁에 저와 함께 해주셨는데 이보다 더 좋은 시간이 어디있겠습니까❤."

백신 접종자 인턴 - 분명 안주 푸파만 하려고 했는데 살짝 맛보고 술찌 에디터님 술까지 뺏어먹고 말았습니다... 전 맛있는 술 아니면 입도 안대는데 안주보다 술이 맛있었던 적은 처음인 것 같아요!! 더 마시고 싶은걸 백신 때문에 겨우 참았습니다.... 

술알못 포토그래퍼 - 저는 술알못이잖아요. 맛있으면 그냥 좋아요. 그런 의미에서 오늘도 좋았어요. 너무 좋아서 세 잔이나 마셨지 뭐예요~. 입맛이 돋아서 마시고 먹고 마시고 먹고 무한루프 돌았습니다. 덕분에 몸과 마음도 푸짐해졌네요:)



머쓱하게 남아버린 와인

분위기 좋고, 음식도 맛있고, 술도 맛있었지만

결국 술은 남아 버렸다... 


맞은편 인턴님은 내 술을 뺏어먹고, 그 옆에 앉은 포토그래퍼님은 홀로 세 잔이나 마셨음에도

... 남아버렸다.


750ml의 와인은 기분좋게 취하고 싶은 저희에게 너무 과분한 양이더군요. 흥! 다음엔 셋이서 500ml 맥주로 다시 도전해보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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