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미앙 와인밸리 방문기
술담화는 전통주 구독 서비스와 쇼핑몰을 함께 운영하는 회사입니다. 네, 술 회사죠. 업무상 지역의 양조장을 방문할 일이 꽤 많습니다. 이따금씩 양조장 방문 일정이 정해지면 출장 일정을 잡고 지방 양조장을 점찍듯 다녀오곤 합니다. 정해진 시간 내에 양조장 대표님과 실무적인 이야기를 나누고 술 품질을 체크하고 올라오죠. 사무실 컴퓨터에 앉아 있는 것보다는 재밌지만, 그래도 일은 일이잖아요.
하지만 '투어'를 곁들인 양조장 탐방은 또 다르거든요:) 오늘은 양손 가득했던 일들을 잠시 내려놓고 순수하게 리프레시 목적으로 양조장에 다녀온 체험기를 공유합니다.
가을 억새와 낙엽의 운치가 멋들어진 어느 날, 함양에 다녀왔습니다. 저로서는 처음 방문한 지역이었고, 그래서 살짝 설렜습니다.
방문할 곳은 지리산 자락에 위치한 와이너리입니다. 산자락에 위치해서 그런가, 올라가는 길이 호락호락하지 않더라고요. 꼬불꼬불한 산길을 버스로 한참 올라갔습니다. 중간중간 맞은편에서 올라오는 차를 맞닥뜨릴 때마다 유려하게 운전하시는 기사님의 운전 솜씨에 탄성을 뱉으며 도착했죠. 오늘의 목적지 '하미앙 와인밸리'입니다.
와이너리 전반에 걸쳐서 받은 첫인상은 굉장히 이국적이라는 것이었습니다. 유럽 느낌의 와이너리를 지리산에 그대로 옮겨 놓았더라고요. 실제로 테마형 정원 풍경을 잘 조성한 덕에 이곳은 경상남도 민간 정원 제9호에 등록되었다고 합니다.
와이너리 투어는 와인 시음으로 시작합니다. 하미앙 와인밸리는 지리산 자락 해발 500 고지 이상의 산머루로 와인을 만듭니다. 드라이 와인과 스위트 와인 두 가지를 내어 주셔서 비교하며 마셔봤어요.
미리 말씀드리자면, 저는 타닌감 가득한 와인을 즐겨 마시지 않습니다. 술에 한해서는 어린아이 입맛이죠. 단 술을 좋아합니다. 하지만 하미앙 와인에 한해서는 스위트보다 드라이 와인이 제 입맛에 조금 더 맞더라고요. 드라이라고 해서 많이 씁쓸하지도 않고 조금 더 복합적인 맛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시음 잔을 뒤로하고, 비누를 만들러 갔습니다. '엥? 와이너리에서 비누를 왜 만들지?' 의문이 생겼지만 산머루 가루로 만든다고 하더라고요. '그럼 인정할 수 있지.' 탁자에 마련된 글리세린과 그 외의 재료들을 설명에 맞게 잘 배합하면 어렵지 않게 만들 수 있습니다. 비누가 잘 굳을 때까지 기다리며 다음 장소로 이동했습니다.
다음 코스는 와인 숙성실과 동굴입니다. 커다란 숙성탱크 하나에 와인 750ml 15,000병 분량이 나온다고 하네요. 하미앙에서는 마냥 오래 숙성한다고 맛 좋은 와인이 나온다기보다 딱 알맞게 숙성되었다고 생각되는 기간 만큼만 숙성한다고 합니다.
동굴을 나오면 햇살이 따스하게 내려앉은 지리산 자락이 우릴 반겨줍니다. 방문 당시 단풍이 무르익지는 않았지만 하늘하늘한 갈대가 가을의 정취를 더해줬습니다. 너른 들판을 보니 마음이 탁 트이고 여유가 생기더라고요.
워낙에 경치가 좋으니 서있기만 해도 그림이 따로 없고 숨 쉬듯 인생샷이 건져졌습니다. 들판 너머로 카페와 식당 공간이 마련되어 있어 경치를 바라보며 음식과 음료를 즐기기 좋습니다. 그 뒤편으로는 '천국의 계단'이라고 불리는 포토존이 있습니다. 순간의 아슬아슬함을 견딘다면 근사한 사진을 건질 수 있어요!
마지막으로 향한 곳은 와인족욕장이었습니다. 이미 사진을 찍느라 뛰어 다녀서 조금 지친 상태였는데요. 여기서 족욕까지 한다?
끝장나지 뭐. 발을 담그는 순간 제 몸도 함께 다 녹아버렸습니다. 뜨거운 물은 요청한다면 리필도 해주신답니다.
뜨끈한 족욕으로 이미 정신을 못차렸는데, 갓만든 따끈따끈한 비누도 손에 쥐고 가니 기분이 그렇게 좋을 수가 없습니다. 요즘 밖에 다녀온 후 손을 씻을 때마다 이 비누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또 직접 만들었다고 애정이 가더라고요.
잘 쉬었다 갑니다... 이만하면 2021년 가을, 여행 잘 다녀왔다고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절로 생각이 들었네요. 여러분! 기회 되면 꼭 방문해보세요! 지리산에서 막걸리는 못마셔도 와인은 마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