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편. 파벌을 무력화하는 시스템 설계 : 투명성과 공정성
우리는 종종 조직이 무너지는 이유를 ‘사람’에서 찾는다.
누가 문제다, 누가 정치한다, 누가 일을 안 한다.
그런데 정말 그럴까.
사람이 문제라면, 사람을 바꾸면 조직은 좋아져야 한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사람이 바뀌어도 문제는 반복된다.
결국 남는 질문은 하나다.
“이 조직은 무엇으로 움직이고 있는가?”
드라마 스토브리그는 이 질문에 대해 아주 명확한 답을 보여준다.
겉으로는 야구 이야기지만,
실제로는 인사·보상·파벌·권력·책임이라는
직장인의 현실을 그대로 담아낸 ‘오피스 드라마’다.
만년 꼴찌팀 ‘드림즈’에
야구 비전문가 단장인 백승수가 부임하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그런데 이 팀의 상황은 단순히 ‘성적이 나쁜 팀’이 아니다.
모기업은 적자를 이유로 구단 해체를 고민하고 있고,
권경민 상무는 실제로 팀을 정리하려는 의도를 가지고 움직인다.
즉, 드림즈는
내부는 파벌로 갈라져 있고,
외부에서는 해체 압박을 받는 조직이다.
조직 안에는 이미 익숙한 인물들이 있다.
원칙과 데이터로 조직을 다시 짜는 리더(백승수)
현장에서 그 변화를 실행하는 실무자(이세형)
권력으로 조직을 흔드는 정치형 인물(권경민)
성과는 뛰어나지만 조직을 갈라놓는 에이스(임동규)
이 드라마가 특별한 이유는 단순하다.
이 네 사람은 사실 어디에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글은 드라마 리뷰가 아니다.
조직을 어떻게 바꿀 것인가에 대한 하나의 설계도다.
총 3편으로 나눠 이야기하려 한다.
1편: 구조를 바꿔 파벌을 무력화하는 방법
2편: 데이터로 사람을 설득하는 방법
3편: 결국 사람을 남게 만드는 리더의 역할
이 세 가지는 따로 떨어진 이야기가 아니다.
구조 → 전략 → 문화로 이어지는 하나의 흐름이다.
그 시작은 의외로 단순하다.
사람을 바꾸는 것이 아니라,
사람이 움직일 수밖에 없는 구조를 만드는 것.
직장인 커뮤니티에 단골로 올라오는 고민이 있다.
바로 ‘파벌’과 ‘편 가르기’다.
어느 대학 라인이라더라,
누구 라인이라더라.
이런 말이 돌기 시작하면
일에 집중하려던 사람은 금방 깨닫는다.
“아, 여기선 일보다 줄이 먼저구나.”
그래서 많은 리더들은 이 문제를 ‘좋은 분위기’로 해결하려 한다.
회식을 늘리고, 워크숍을 하고,
“우리는 하나다”를 외친다.
그런데 솔직히 말해보자.
그렇게 해서 파벌이 사라진 적이 있었나.
백승수는 전혀 다른 선택을 한다.
그는 파벌을 없애려 하지 않는다.
대신,
파벌이 살아남을 수 없는 구조를 만든다.
그리고 그 선택은 단순한 내부 갈등 해결이 아니라,
해체를 고민하는 외부 압력 속에서
조직을 살리기 위한 전제 조건이기도 했다.
신임 단장으로 부임한 백승수가 운영팀장 이세영을 비롯한 다른 팀장들과
함께 국밥집을 간다.
다들 한 테이블에 모여 앉아 있는데,
백승수는 혼자 떨어져 국밥을 먹고 있다.
이를 본 이세영 팀장이 묻는다.
“왜 혼자서 그렇게 맛없게 드세요? 이리 오셔서 같이 드시죠.”
그때 백승수가 이렇게 답한다.
“제가 누구랑 밥을 먹느냐가
누군가에겐 정보가 되고, 누군가에겐 소외감이 됩니다.”
이 장면은 이 리더의 방식이 무엇인지 정확하게 보여준다.
우리는 흔히 ‘소통하는 리더’가 되려면
모두와 친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파벌이 있는 조직에서
리더의 친소 관계는 단순한 인간관계가 아니다.
그건 곧 권력의 신호다.
누구와 밥을 먹느냐,
누구와 커피를 마시느냐,
누구와 더 자주 웃느냐.
이 모든 것이 ‘누가 힘이 있는가’를 말해준다.
그래서 백승수는 선택한다.
아예 신호를 없애버린다.
친해지지 않음으로써,
오히려 모두에게 같은 거리를 유지한다.
이건 거리 두기가 아니라
공정성을 설계하는 방식이다.
조직에 파벌이 생기는 이유는 단순하다.
그 중심에 대체 불가능해 보이는 사람이 있기 때문이다.
드림즈에는 그 사람이 있었다.
간판타자 임동규.
그는 최고의 실력을 가졌지만
동시에 팀 안에 강력한 파벌을 만들고 있었다.
자신에게 반대하는 사람을 배척하고,
감독 인사에도 영향력을 행사한다.
그리고 결국 이렇게 말한다.
“내가 임동규야! 내가 드림즈라고!”
그 순간, 백승수는 이미 결정을 내린 상태다.
임동규를 트레이드하겠다고.
이 결정은 단순한 인사 조치가 아니다.
조직 안에서는 이런 일도 벌어진다.
임동규 측에서 단장의 차를 망가뜨리고,
사람을 통해 위협적인 행동까지 가해진다.
하지만 백승수의 대응은 감정적이지 않다.
맞서 싸우지도 않고, 타협하지도 않는다.
그는 그냥 원칙대로 밀고 간다.
그리고 회의 자리에서 이렇게 말한다.
“팀보다 위대한 선수는 없습니다.”
이건 개인에 대한 선언이 아니다.
조직의 기준을 다시 세우는 선언이다.
아무리 성과가 좋아도
조직을 무너뜨리는 방식이라면
그 성과는 유지될 수 없다.
겉으로는 숫자가 좋아 보여도
보이지 않는 비용은 계속 쌓인다.
분위기가 무너지고,
사람이 떠나고,
결국 조직 전체가 약해진다.
그래서 이 결정의 핵심은 이것이다.
단기 성과보다,
지속 가능한 구조를 선택한 것.
고질적인 파벌 싸움을 벌이는 코치진들을 한자리에 모아두고
드림즈의 부진한 성적을 짚으며 백승수가 말을 한다.
"파벌 싸움? 하세요. 어른들 싸움을 어떻게 말립니까? 그것도 패싸움을.”
“근데 성적으로 하세요. 선수 땐 좀 하셨다면서요.”
“정치는 잘하는데 야구를 못한다면, 그게 제일 쪽팔리는 거 아닙니까?”
이 말의 핵심은 단순하다.
정치를 해서 얻을 게 있으면 사람은 정치한다.
성과를 내야 얻는 구조라면 사람은 일한다.
그래서 그는 사람을 바꾸려고 하지 않았고
기준을 바꾼다.
학연, 지연, 관계가 아니라
오직 ‘팀의 승리’에 기여한 데이터로 평가한다.
누구 편이냐가 아니라
얼마나 기여했느냐로 보상한다.
그 순간 벌어지는 변화는 의외로 단순하다.
줄 서던 사람들이
일을 하기 시작한다.
조직에서 사람들이 줄을 서는 이유는
야망 때문만이 아니다.
사실 더 큰 이유는
불안 때문이다.
“나는 보호받고 있는가?”
“나는 공정하게 평가받고 있는가?”
이 질문에 확신이 없을 때
사람은 사람을 찾는다.
그리고 드림즈처럼
외부에서 언제든 해체될 수 있는 조직이라면
그 불안은 더 커진다.
하지만 기준이 명확해지면 상황이 달라진다.
왜 이 사람이 평가받았는지 설명이 되고
왜 이 결정이 내려졌는지 납득이 되고
내가 무엇을 하면 되는지가 보이기 시작한다
그때부터 사람은 관계가 아니라
일로 움직이기 시작한다.
회식과 워크숍은 잠깐의 분위기는 만들 수 있다.
하지만 구조를 바꾸지는 못한다.
파벌을 없애고 싶다면
사람을 바꾸려 하지 마라.
사람이 줄을 설 필요가 없는 구조를 만들어라.
그게 백승수가 임동규를 내보낸 진짜 이유다.
한 사람을 없애기 위해서가 아니라,
그 자리에 시스템을 넣기 위해서였다.
다음 2편에서는
이렇게 만들어진 ‘공정한 구조’ 위에서
백승수가 어떻게 사람을 설득하고,
어떻게 협상에서 이기는지를 이야기해보려 한다.
그리고 그 협상은 단순한 연봉 문제가 아니라,
팀의 생존을 건 선택으로 확장된다.
결국 조직은
구조만으로 움직이지 않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