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역량(지식, 기술, 태도)은 교육이 아니라 구조에서 만들어진다
회사에서 “저 사람은 일은 잘하는데…”라는 말, 한 번쯤 들어봤을 것이다.
그 말의 끝은 늘 비슷하다.
“… 태도가 문제야.” 혹은 “… 기초가 부족해.”
그렇다면, 한 번 스스로에게 물어보자.
당신은 어떤 쪽인가?
지식은 충분한데 관계가 어려운 사람인가,
일은 잘하지만 체계가 약한 사람인가,
아니면 누구보다 성실하지만 성과가 더딘 사람인가.
우리는 흔히 ‘역량’을 말한다.
조직에서 살아남는 근육 같은 것.
조금만 풀어보면 단순하다.
지식(Knowledge), 기술(Skill), 태도(Attitude).
이른바 KSA다.
문제는, 이 세 가지가 고르게 발달한 사람은 거의 없다는 것이다.
그리고 대부분의 조직 문제는
이 ‘기울어진 삼각대’에서 시작된다.
미국 드라마 'The Office'는 평범한 사무실의 일상을 다큐멘터리처럼 풀어낸 작품이다.
이 드라마 속 드와이트 슈루트는 누구보다 제품 지식이 뛰어나고 규정에도 철저하다.
화재 대피 훈련 에피소드에서는 실제 상황을 가정한다며 사무실을 통제하고 동료들을 몰아붙인다.
또 다른 장면에서는 실적과 규정을 근거로 동료들을 평가하며, 권한과 지위를 향한 집요한 욕망을 드러낸다.
지식(Knowledge)은 완벽에 가깝다.
하지만 태도(Attitude)는 조직을 향하기보다
자신의 권력과 통제 욕구를 향한다.
그래서 그는 유능하지만,
조직을 더 좋아지게 만드는 사람은 아니다.
영화 '범죄도시'는 강력계 형사들이 범죄 조직을 소탕하는 과정을 그린 액션 영화다.
주인공 마석도 흔히 ‘힘으로 해결하는 형사’로 기억되지만,
실제로는 현장 중심의 전략가다.
범죄의 흐름을 읽고, 핵심을 빠르게 압박하며, 상황을 단순화해 해결한다.
다만 여기서 말하는 ‘지식(Knowledge)’의 부족은
무지의 문제가 아니다.
맥락의 문제다.
범죄가 오프라인에서 온라인·디지털로 이동하는 순간,
필요한 지식의 종류가 완전히 바뀐다.
디지털 추적, 사이버 범죄 구조, 데이터 기반 수사.
이 영역에서는 기존의 강점만으로는 부족해진다.
마석도는 여전히 뛰어난 형사다.
다만, 다른 종류의 지식을 추가로 요구받는 상황에 놓인 것뿐이다.
이 지점은 지금의 조직과도 닮아 있다.
잘하던 사람이 갑자기 뒤처지는 순간은
대개 능력이 사라져서가 아니라
맥락이 바뀌었기 때문이다.
드라마 '미생'은 바둑 기사 지망생이던 청년이 회사에서 성장해 가는 이야기다.
초기의 장그래는 누구보다 성실하다.
야근을 마다하지 않고, 맡은 일에 책임을 다한다.
하지만 보고서를 쓰지 못하고,
회의에서 말 한마디 꺼내기 어렵다.
태도(Attitude)는 완벽하지만
지식과 기술(Knowledge, Skill)이 부족한 상태다.
그래서 그는 끊임없이 부딪히고,
그만큼 빠르게 성장한다.
이 세 인물의 공통점은 명확하다.
문제가 있는 사람이 아니라,
균형이 맞지 않는 사람이라는 점이다.
조직은 천재를 원하지 않는다.
완벽한 사람도 원하지 않는다.
조직이 원하는 것은 단 하나다.
“지금 이 상황에서 쓸 수 있는 사람.”
여기서 중요한 것이
‘맥락적 지능(Contextual Intelligence)’이다.
자신의 지식, 기술, 태도를
지금의 문제에 맞게 조합하는 능력.
그래서 요즘 조직에서 더 중요해진 것은
이미 가진 것이 아니라,
바뀔 수 있는 능력이다.
배우려는 태도
배우는 속도
배운 것을 연결하는 힘
결국 KSA의 핵심은
‘얼마나 많이 아느냐’가 아니라
‘얼마나 계속 바뀔 수 있느냐’다.
나는 드라마 '스토브리그'의 백승수 단장에게서 큰 감명을 받았다.
'스토브리그'는 만년 꼴찌 야구팀을 재건하는 이야기다.
그리고 백승수는 우리가 익숙하게 생각하는 리더와 다르다.
그는 말하지 않는다.
“더 열심히 해라.”
대신, 판을 바꾼다.
연봉과 성과의 기준을 다시 설계하고
역할(R&R)을 명확히 재정의하며
정보가 특정인에게만 머물지 않도록 흐름을 바꾼다
그 결과, 사람은 그대로인데
성과가 달라진다.
그래서 그는 ‘좋은 사람’이 아니라
정확한 시스템 설계자다.
리더의 역할은 단순하다.
무엇이 부족한지 정확히 보고
그것이 채워질 수밖에 없는 구조를 만드는 것
사람을 바꾸려는 순간, 리더는 지친다.
구조를 바꾸는 순간, 조직은 움직인다.
조직원에게 필요한 것은 의외로 단순하다.
자신의 부족함을 인정하는 것.
삼국지 시대, 중국 오나라의 장수 여몽(呂蒙)은 이를 가장 잘 보여주는 인물이다.
그는 가난한 집안 출신으로 제대로 배우지 못해
‘오하아몽(吳下阿蒙, 오나라의 보잘것없는 아몽)’이라 불릴 정도였다.
무예라는 기술(Skill)은 뛰어났지만
지식(Knowledge)은 부족했다.
주군 손권(孫權)이 그에게 공부를 권했을 때,
그는 처음에는 바쁘다는 이유로 이를 피한다.
하지만 결국 그는 자신의 한계를 인정한다.
그리고 공부를 시작한다.
얼마 후, 그를 다시 만난 지략가 노숙(魯肅)은 크게 놀란다.
이때 나온 말이 바로 괄목상대(刮目相對)다.
(눈을 비비고 다시 볼 정도로, 상대가 몰라보게 달라졌음을 의미함)
이 변화는 단순한 노력의 결과가 아니다.
주군의 진심 어린 권유와
스스로에 대한 냉정한 인식이 만난 지점에서 시작된 변화다.
여몽은 원래 뛰어난 사람이 아니었다.
하지만 그는 달라질 수 있는 사람이었다.
KSA는 흔히 균형의 문제로 설명된다.
하지만 실제 조직에서는 다르게 작동한다.
역량은 고정된 상태가 아니라
계속 흔들리고 조정되는 과정이다.
어떤 시기에는 지식이 필요하고
어떤 순간에는 기술이 중요하며
결국 그것을 지속시키는 것은 태도다
그래서 더 중요한 질문은 이것이다.
“나는 지금 무엇이 부족한가?”
그리고 더 중요한 질문은 이것이다.
“나는 그것을 바꿀 준비가 되어 있는가?”
오랜 시간 조직을 지켜보면 알게 된다.
사람은 쉽게 바뀌지 않는다.
하지만 구조는 바뀔 수 있고,
태도는 선택할 수 있으며,
역량은 그 사이에서 만들어진다.
그래서 어떤 조직은 같은 사람으로도 성과를 내고,
어떤 조직은 더 좋은 사람을 데려와도 무너진다.
결국 중요한 것은 사람 자체가 아니라
그 사람이 놓여 있는 ‘판’이다.
우리는 모두 어딘가 부족하다.
그리고 그것은 문제가 아니다.
문제는 단 하나다.
그 부족함을 알고도, 그대로 두는 것.
그리고 어쩌면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더 많은 능력이 아니라
어디에서 멈춰 서 있는지를
스스로 알아보는 일인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