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지시 다른 결과? 비잔틴 장군의 딜레마.

by 오피스 사가Saga

“분명히 회의 때 다 같이 고개를 끄덕였는데, 왜 결과물은 제각각일까?”

조직 생활을 하다 보면 누구나 한 번쯤 이 장면을 겪는다.

리더는 충분히 설명했다고 생각하고, 조직원들은 이해했다고 믿는다.

하지만 구체적인 실행 단계로 가면 균열이 생긴다.

다시 묻는 조직원에게 리더는 “왜 자꾸 같은 말을 반복하게 하지?”하고 생각하게 되고,

조금이라도 지시와 다른 결과가 나오면 조직원은 “아까랑 말이 다르지 않냐”며 뒤돌아 선다.

서로가 서로의 문해력과 진실성을 의심하는 사이 결과는 어긋난다.

그리고 그 끝에는 늘 이 허망한 말이 등장한다.

“아, 꼭 그렇게 하라는 건 아니었어요.”

이 글은 바로 그 한 문장에서 시작된다.

왜 우리는 같은 말을 듣고도 서로 다른 행동을 하는가?
왜 조직은 끊임없이 ‘오해’로 비용을 치르는가?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 우리는 오래된 문제 하나를 꺼내야 한다.
바로 비잔틴 장군의 딜레마(Byzantine Generals Problem)이다.

보통 딜레마로 부르지만 여기서는 problem이라고 하고자 한다.

단순히 선택의 고민이 아니라,

반드시 해결해야 할 '시스템의 결함'을 이야기하고 싶기 때문이다.

리더의 역할은 고민(Dilemma)하는 것이 아니라 해결(Problem Solving)하는 것'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1. 비잔틴 장군의 딜레마의 본질


동로마 제국의 여러 장군들이 하나의 성을 포위하고 있다.
이들이 승리하기 위한 조건은 단 하나다.

모두가 동시에 공격하거나, 모두가 동시에 철수해야 한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장군들은 서로 떨어져 있어 ‘전령’으로만 소통한다

전령은 도중에 메시지를 왜곡할 수 있다

심지어 장군 중 일부는 ‘배신자’ 일 수도 있다

누구도 완전히 서로를 신뢰하지 못한다


예를 들어 보자.

A 장군이 “내일 새벽 공격”이라는 메시지를 보냈다.
그런데 전령이 중간에 붙잡혀 “내일 새벽 철수”로 바뀌어 전달된다.

혹은 더 교묘하게,
어떤 장군은 일부러 다른 장군들에게 서로 다른 시간을 전달한다.

B에게는 “새벽 5시 공격”

C에게는 “새벽 7시 공격”

그 결과는 뻔하다.

누군가는 먼저 공격하고,
누군가는 늦게 움직이고,
누군가는 아예 움직이지 않는다.

이때 패배의 원인은 ‘적’이 아니라 ‘불일치’다.

이 문제는 단순한 소통 문제가 아니다.
핵심은 이것이다.


배신자가 섞여 있을 수도 있는 환경에서,
어떻게 신뢰 가능한 ‘합의(Consensus)’를 만들어내는가


그래서 이 딜레마는 이후 블록체인 같은 기술의 기반이 되었다.

사람을 믿지 않고, 시스템으로 신뢰를 만드는 방식이다.


2. 회의실의 전령은 왜 메시지를 왜곡하는가


이 이야기는 역사 속 전쟁이 아니라,

지금 우리의 사무실 이야기다.

리더의 지시는 전령을 통해 전달된다.
그 과정에서 해석이 붙고, 의도가 섞이고, 때로는 왜곡된다.

예를 들어 “적당히”, “상식적으로”, “유연하게” 같은 말들은
각자 다른 의미로 해석된다.

누군가는 최소 기준으로 이해하고

누군가는 최대 수준으로 해석하고

누군가는 자기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해석한다

결과적으로 같은 지시가
전혀 다른 실행으로 나뉘게 된다.

그리고 조직은 그 순간 이미 분열된다.


예를 2017년 개봉한 영화 '남한산성'에서 찾아볼 수 있다.

남한산성에 고립된 상황에서 식량이 부족해지자 왕(인조)이 이렇게 말한다.

“식량을 아껴서 오래 먹이되, 너무 아끼지는 말아라.”

신하가 묻는다.
“어느 정도나 아껴야 하겠습니까?”

그리고 돌아온 답은 이것이다.

“그것까지 내가 알려줘야 하느냐?”

이 한 문장은 조직에서 반복되는 비극의 본질을 그대로 보여준다.

모호한 지시 + 기준 부재 + 책임 전가

결과는 정해져 있다.
각자가 ‘자기 기준’으로 움직인다.
그리고 그 순간 조직은 이미 비잔틴 상태에 들어간다.


3. 문제는 사람이 아니라 ‘구조’다


많은 조직은 이 문제를 이렇게 해석한다.

“요즘 직원들은 이해력이 부족하다”

“리더가 카리스마가 약하다”

“소통이 부족하다”

하지만 이건 본질이 아니다.

비잔틴 장군의 딜레마가 말하는 핵심은 이것이다.

문제는 개인의 능력이나 태도가 아니라,
‘불완전한 정보 구조’와 ‘검증되지 않는 메시지’다.

사람이 아니라 시스템이다.

그리고 이 시스템의 작은 틈에서
조직은 끊임없이 ‘오해 비용’을 지불하게 된다.


4. 리더에게: 마침표를 회피하는 순간, 조직은 분열된다


리더의 역할은 방향을 제시하는 것을 넘어,
‘해석의 여지를 제거하는 것’이다.

모호한 지시는 유연함이 아니라
리더의 직무유기다.

조직이 흔들리는 대부분의 순간은
“애매하게 말한 순간”에서 시작된다.

이제 리더는 반드시 다음 세 가지 원칙으로
메시지에 마침표를 찍어야 한다.


① “알겠죠?” 대신, “어떻게 이해했나요?”라고 되물어라


많은 리더가 회의 끝에 이렇게 말한다.

“내 말 이해했죠?”

이 순간 조직원 10명은 각자 다른 생각을 하면서도
모두 고개를 끄덕인다.

이것이 바로 비잔틴 장군의 딜레마가 시작되는 지점이다.

“자, 이번 프로젝트는 속도가 생명입니다. 다들 아시겠죠?”라고 말하는 게 아니라

“이번 프로젝트에서 우리가 가장 먼저 포기해야 할 우선순위는 무엇이라고 이해했나요?

각 파트별로 한 문장씩만 정리해 봅시다.” 가 더욱 타당하다.

리더의 메시지가 조직원의 입을 통해 재구성되는 과정을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노이즈’를 그 자리에서 교정하는 것이
진짜 합의(Consensus)이다.


② “유연하게”라는 말 대신, 의사결정의 위계를 명시하라


“상황 봐서 유연하게 판단하세요.”
이 말은 가장 흔하지만, 동시에 가장 위험한 지시이다.

기준이 없으면 조직원은 결국
‘가장 안전한 선택’ 또는 ‘자기 편한 선택’을 하게 된다.


“디자인은 세련되게, 비용은 최소화해서 적당히 진행해 주세요.” 는 정말 손에 잡히지 않는 지시다.

더욱 타당한 지시는

“이번 건은 ‘브랜드 이미지 제고’가 최우선입니다.
비용이 예산을 20% 초과하더라도 디자인 퀄리티를 선택하세요.
만약 그 이상이면 반드시 저에게 재확인하세요.” 일 것이다.


속도와 품질, 비용과 효과 등 상충하는 가치 중
무엇이 1순위인지 선언하는 것이 리더의 역할이다.
이 선언이 곧 조직의 방향이다.


③ 말이 아니라 ‘텍스트’로 동기화하라


기억은 왜곡되고, 감정은 메시지를 덮는다.
구두 지시는 전령이 성벽을 넘다가 잃어버리는 화살과 같다.

회의 직후 반드시 다음 형태로 기록해 보아라.

결정사항

담당자

마감기한

예를 들어,

“아까 말씀드린 대로 진행해 주세요” 가 아니라

“금일 회의 결과: A안 채택, 다음 주 목요일까지 시안 확정” 이 바른 지시이다.


기록은 감정을 제거하고 사실만 남긴다.
이것이 블록체인이 신뢰를 만드는 방식과 같다.
조직도 동일하다.


5. 조직원에게: 침묵하는 순간, 당신은 이미 노이즈다


조직원도 이 딜레마에서 자유롭지 않다.

모호한 지시를 받았을 때
사람들은 흔히 이렇게 행동한다.

그냥 넘어간다

각자 다르게 해석한다

질문하지 않는다

하지만 이 순간 조직은 이미 흔들리기 시작한다.

행동 원칙은 다음과 같다.

“이렇게 이해했는데 맞습니까?”라고 확인하라

불확실할수록 먼저 공유하라

말이 아니라 기록으로 동기화하라

당신의 한 문장이
조직 전체의 오류를 막을 수 있다.


6. 결국 우리 모두에게: 신뢰는 감정이 아니라 시스템이다


비잔틴 장군의 딜레마를 해결한 기술이 있다.
바로 블록체인이다.

이 시스템은 사람을 믿지 않는다.
대신 다음을 믿는다.

공유된 기록

다수의 검증

조작 불가능한 구조

그리고 그 결과 신뢰가 만들어진다.

조직도 마찬가지다.

“서로 믿자”는 말로는 신뢰가 만들어지지 않는다.
신뢰는 구조에서 나온다.



마무리: 성벽은 밖이 아니라 안에서 무너진다


비잔틴 제국을 무너뜨린 것은 외부의 적이 아니라
내부의 불신과 메시지의 붕괴였다.

지금 우리의 조직은 어떤가?

같은 말을 듣고도 다른 행동을 하고 있지는 않은가

“유연하게”라는 말로 책임이 흐려지고 있지는 않은가

침묵과 추측으로 의사결정을 대신하고 있지는 않은가

우리는 모두 각자의 성 앞에 서 있는 장군들이다.

하지만 한 가지는 분명하다.

단 하나의 명확한 합의가 조직을 살린다.

그리고 더 중요한 진실이 있다.

조직의 붕괴는 적의 공격이 아니라,
리더의 모호한 마침표에서 시작된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이것을 덧붙이고 싶다.

리더의 마침표 하나가 조직의 수억 원짜리 오해 비용을 지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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