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이재명에게 남겨진 과제
문재인 정부를 망친 3인을 꼽으라면 저는 조국, 이낙연, 홍남기를 지목합니다. 제가 늘 정치에서 절대로 쓰면 안 된다고 말하는 부류가 있습니다. 바로 관료, 교수, 시민단체, 기업인 출신입니다. 조국은 교수, 이낙연은 (동생이 삼부토건 회장을 지낸) 기업인과 가깝고, 홍남기는 전형적인 관료입니다. 이 조합은 실패할 수밖에 없는 구조였습니다. 왜일까요? 한마디로 '핸들링'이 안 되기 때문입니다.
1. 실패한 인선: 왜 문재인과 조국은 상극이었나?
조국은 교수입니다. 교수가 과연 노련한 검찰총장을 핸들링할 수 있을까요? 기수가 미숙하면 말이 기수를 떨어뜨리는 법입니다. 윤석열이 조국을 겨냥한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수순이었습니다.
물론 윤석열도 검찰개혁에 대한 생각이 있었을 겁니다. 하지만 수하들을 모아놓고 "검찰개혁 하라는데 어쩌지?"라고 물었을 때, "어렵습니다. 개혁 못 했다고 욕먹을 바에야 차라리 부딪혀봅시다"라는 답이 나오는 것은 안 봐도 비디오입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순진한 샌님처럼 행동했습니다. 여기서 조국 전 장관의 잘못이 큽니다. 그를 비난하려는 것이 아니라, 문 대통령과의 '궁합'이 맞지 않았다는 의미입니다. 제가 늘 강조하는 '원교근공(遠交近攻)'의 원칙, 즉 자신과 반대편에 있는 사람을 써야 한다는 정석을 어긴 것입니다.
조국과 문재인은 포지션이 겹칩니다. 둘 다 스마트하고 젠틀한 이미지입니다. 이는 상극의 조합입니다. 이재명 대표가 밑바닥 민심을 대변하고 운동권 황태자로 불리는 김민석 의원과 손잡은 그림과 비교해 보십시오. 서로 다른 강점이 시너지를 냅니다.
그렇다면 왜 이런 인선이 이루어졌을까요? 저는 이것이 탁현민 전 비서관의 '그림'을 중시하는 스타일 때문이라고 봅니다. '미남 옆에 미남을 세우면 더 멋져 보인다'는 시각적 효과에 치중한 나머지, 정치적 시너지를 놓친 것입니다. 문 대통령은 지지율의 유혹을 경계했어야 했습니다.
2. 지지율의 함정과 '인맥'의 부재
문재인 정부는 노무현 정부가 지지율 하락으로 힘들었던 것을 너무 큰 교훈으로 삼았습니다. 그 결과, 개혁보다는 지지율 방어에만 몰두하다가 동력을 잃었습니다. 프랑스가 1차 대전 때 공격 일변도로 나섰다가 막대한 피해를 본 교훈에 집착한 나머지, 2차 대전에서는 방어만 하다가 허무하게 무너진 것과 같습니다.
정치는 결국 '인맥 싸움'입니다. 국민의힘이 최근 힘을 잃은 이유도 YS의 상도동계와 이명박의 민중당계라는 핵심 인맥이 무너지면서 사람이 바닥났기 때문입니다.
문재인 대통령에게는 자기 사람이 없었습니다. '친문'이라는 세력은 있었지만, 구심점이 없어 누구도 온전히 장악하지 못했습니다. 임종석, 이낙연 같은 인물들이 과연 문 대통령의 말을 들었을까요? 그는 보스 체질이 아니었고, 지나친 역할 분담은 리더십의 공백을 낳았습니다. 대통령은 때로 모든 것을 직접 챙기는 일 중독자가 되어야 합니다. 문재인호는 겉은 화려했지만, 속은 그렇지 못했습니다.
3. 그러나 모든 것은 필요한 과정이었다
겉모습의 화려함은 탁현민의 작품이었고, 지지율에는 거품이 끼었습니다. 하지만 세월은 흘렀고, 이 모든 과정이 결과적으로는 대한민국에 필요한 수순이었다고 봅니다. 국민들 속은 문드러졌을지언정, 문재인과 이재명을 하나의 큰 흐름으로 연결시켜 보면 이해가 됩니다.
문재인 정부가 '탁현민 쇼'로 불릴지언정 대한민국의 외형과 국격을 키워놓은 것은 명백한 사실입니다. 봉준호 감독의 아카데미상 수상,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그리고 전 세계가 주목한 남북정상회담까지. 문재인 대통령이 대한민국의 위상을 띄워놓은 흐름의 연장선에 있는 성과들입니다.
이제 문재인이 키워놓은 외형에 이재명이 실속을 채우면 됩니다.
4. 이재명에게 주어진 국민의 명령
문재인 대통령이 검찰에 당하는 듯한 '고구마 정치'를 펼쳤지만, 역설적으로 그 과정에서 쌓인 신뢰와 안타까움이 이재명 대표에게는 이득이 되었습니다. 검찰의 수많은 공격에도 국민이 이재명을 지지하는 이유는, 그를 맹목적으로 믿어서라기보다는 무너진 균형을 맞추려는 감각 때문입니다. '깨끗한 정치'를 보여주려다 오히려 손해를 본 민주당에 대한 일종의 가산점인 셈입니다.
지난 대선 49%의 득표율은 '깨끗한 문재인'과 '구설수 많은 이재명'의 평균값입니다. 국민은 이제 이재명에게 명령하고 있습니다. "정치를 잘해서 그동안의 손실을 만회하고 실력으로 증명하라"는 것입니다.
언론과 반대 진영은 작은 흠집을 들추는 데 혈안이지만, 현명한 국민은 언제나 부분보다는 세력 전체의 큰 그림을 봅니다. 문재인의 유산을 딛고 이재명이 어떤 실속을 채워나갈지, 이제부터가 진짜 시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