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리 뒤의 후유증과 대중 심리의 역설
압도적인 승리 뒤에 남는 것들
요즘 정치 돌아가는 걸 보면서 문득 이런 생각을 자주 하게 돼요. '아, 이재명 후보, 선거운동은 안 해도 되나? 벌써 다 이긴 분위기인가?' 싶은 거죠. 솔직히 저는 누가 됐든 압도적으로 이기는 그림이 마냥 좋지만은 않더라고요. 제 경험상, 그렇게 되면 꼭 그 뒤에 예상치 못한 후유증이 남는 것 같아요.
예전에 박근혜 대통령 탄핵 때도 그랬잖아요. 국민들이 다 같이 힘을 모아 그렇게 열심히 탄핵을 이뤄냈는데, 결국 그다음 대통령으로 윤석열 후보가 당선되는 걸 보면서... 음, 뭔가 복잡한 마음이 들었죠. 그 과정에서 우리가 뭘 얻고 잃었는지, 그리고 그 결과가 지금 우리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 생각해 보게 돼요.
리더의 스타일과 국민의 선택
문재인 대통령의 스타일은 사실 처음부터 우리가 어느 정도 알았잖아요. 자신의 생각보다는 주변의 의견을 종합하고 다수의 뜻을 따르는 방식으로 일 처리를 해왔죠. 그런 성향의 사람을 뽑아놓고 왜 노무현 대통령처럼 강력하게 밀어붙이지 않냐고 하는 건, 어쩌면 조금 과한 기대가 아닐까 싶어요. 어떻게 보면, 그런 리더를 선택한 건 바로 우리 국민들이고 말이죠.
그때 윤석열 총장을 임명했던 일에 대해서도 돌이켜보면, 당시에는 검찰총장 임명이 대세 여론이었고 대부분의 참모들도 그렇게 진언했다고 하잖아요. 소수만이 반대했지만요. 그때 무리하게 임명을 철회했더라면 또 다른 반발이나 역풍이 불었을 거라고 생각하는 시각도 있고요. 문재인 대통령의 성격상 공식적인 절차나 정보 외에는 잘 인정하지 않으려는 경향도 이런 결정에 영향을 미쳤을 수 있겠죠.
어쩌면 자기 생각대로만 하지 않고 다수의 의견을 존중하는 방식을 택했기 때문에 임기 마지막까지 지지율이 크게 흔들리지 않았을 수도 있어요. 노무현 대통령은 다수 의견보다는 자신의 소신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고 밀고 나가는 경향이 강했죠. 그래서 지지율 변동이 심했지만, 시간이 지나고 나서야 비로소 그 결정이 옳았다고 평가받는 경우도 많았어요. 대표적으로 한미 FTA가 그랬잖아요.
그때는 한미 FTA에 찬성한다고 하면 거의 매국노 취급을 당할 정도로 반대가 엄청났었죠. 그런데 지금 와서 보면, 미국이 불리하다고 두세 번이나 수정을 요구할 정도로 우리에게 유리하게 맺어진 협정이었어요. 노무현 대통령은 엄청난 비판과 지지율 폭락(한 자릿수까지 떨어졌었죠)에도 불구하고 밀어붙였고요.
문재인 대통령은 비서실장으로서 그런 과정을 전부 지켜봤잖아요. 지지율이 떨어지면 아무것도 할 수 없고, 관료들도 움직이지 않고 국정이 흔들리는 모습을 보면서 '아, 지지율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구나, 그러려면 다수의 의견을 따라야 하는구나' 하는 트라우마나 생각이 작용했을 수도 있다고 봐요.
대중의 심리와 투표의 의미
저는 예전에 노조에서 일했던 경험이 있어요. 집행부에 있다 보면 조합원들의 움직임이나 의사결정 과정을 좀 더 가까이서 볼 수 있거든요. 조합원 수가 몇만 명 되더라도, 실제 중요한 결정은 소수의 핵심 인원들이 주도하는 경우가 많아요. 물론 여러 의견을 수렴하긴 하지만요. 그리고 그 과정에서 노조 위원장의 성품이나 스타일이 큰 영향을 미치기도 하고요.
이런 경험에 비춰보면, 문재인 대통령 같은 분을 뽑아놓고 왜 노무현 대통령처럼 하지 않냐고 이야기하는 건 좀 무리가 아닐까 싶어요. 그때 문재인 대통령 말고 딱히 대안이 없었던 상황도 고려해야 하잖아요. 사람들의 마음은 참 복잡하고 이랬다 저랬다 하는 것 같아요. 엊그제까지만 해도 윤석열 대통령을 뽑아놓고는... 또 지금은 여러 불만을 쏟아내기도 하고요.
파업 찬반 투표 같은 걸 해보면 대중 심리를 더 깊이 생각하게 돼요. 찬성률이 70%가 넘게 나와도 막상 파업에 참여하는 인원은 그 절반도 안 될 때가 많거든요. 힘들게 파업 갔다 오면 왜 갔냐고 비난하는 사람들도 있고요. 그런데 다음에 또 파업 찬반 투표를 하면 80%가 찬성하기도 해요. 대체 사람들은 어떤 마음으로 투표나 선거에 참여하고 결정하는 걸까... 그런 고민을 정말 많이 했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