흙수저도 슬픈데 술수저라뇨?

by 아름다운꽃피는중



엄마는 먼저 어른이 되었지만, 자신이 원하는 것이

정말 무엇인지, 자신의 가치가 어떤 것인지

모르는 체 커온 아주 옛날 사람이여서

엄마의 세계관엔 늘 빛과 어둠이 공존하는 것이 아니었다.

축축한 어둠만이 술과 함께 덩그러니 있는 것 같던

슬픔이 가득 밴 눈동자를 한 어른이었다.




그런 엄마가 자주 하는 말이

"부모 빽도, 세상 빽도 없는 년은 술이라도 마셔야지"

라며 자기 뜻대로 되지 않는 삶을 그저 술로 풀며 매일 자신의 과업을 피해 다니는 '도망자'였다.

실패가 생기면 배우고, 실수로부터 익혀나가는 그런 부류의 사람이 아닌 누군가에게 약점이라도

생길라치면 누군갈 탓하며 물어뜯고, 발기고 그렇게 이 실패의 책임이 나 아닌 반드시 당신에게 있노라며 끝까지 '우린 팀이었어'를 온몸으로 거부하는 안타깝게도 내면이 허약한 사람이었다.




그런 엄마에게 삶은 악몽이었고, 나이가 드는 것은 기쁜 일보다는 불안 그 자체였다.

삶에서 한 선택에 대해 보다 나은 현명한 의사결정을 위해 대화를 나눌 상대조차 없었기에 선택의 결과물은 늘 후회와 남 탓으로 귀결되었다.

그리고 그 후회는 '흙수저' 그 언저리보다 더 못한 '술수저'로서 나는 키워지게 되었고, 고차원적인 삶의 질같은 것 따윈 논할 수조차 없었다.

당장 눈앞에서 빈 병이 날아다니고,

하루하루 서로를 탓하는 무지막지한 고성과 혈투로

라는 어린이는 생존자체를 걱정해야 했으니까...




이 술수저의 외상트라우마는 더 이상 부모가 내 삶을 휘두르지 않는 순간에도 환청이 들리는 했고, 나는 '술수저 트라우마'에 결국 알코올중독에 걸리며 보란 듯이 그녀의 슬프고 축축한 눈과 중독적 세계관을 대물림하고야 말았다.






[ 거울 뉴런'이란 게 있다. 이 뉴런은 다른 사람의 몸짓을 보거나 말을 듣는 것만으로 마치 자신이 직접 행동하는 것과 같은 느낌을 받게 하는 기능을 한다, 다른 사람의 행동을 그대로 비추는 거울 같다는 의미에서 거울 뉴런이란 이름이 붙었다고 한다. 예를 들어 다른 사람이 하품하는 모습을 보면 전염이 되어 입을 벌리고, 영화를 보다가 주인공이 눈물을 흘리면 감정이입이 되어 따라서 울고, 신생아실의 아기들이 부모의 얼굴 표정을 흉내 내는 것이 바로 거울 뉴런 때문이란다. ]





나의 '거울 뉴런'은 안타깝게도 슬프고 축축한 눈을 가진 알코올중독자 모친이었다.

그녀는 술에 취해 밝게 웃는 척도 해봤지만

엄마의 거울인 내가 그걸 웃는다 느꼈을 리 없었고 알코올중독자 엄마는 엄마 자신조차 사랑할

용기도 없었기에 딸인 나에게 당연히수가 없었다.

왜냐면 엄마조차도 받아본 적도 느껴본 적도 없었기에..




그녀도 안타깝게도 '술수저'였었다.

슬픔이 무늬이자 불행이 정체성인

알코올 중독자 엄마를 둔 나는 내 나이에 맞는 '천진난만한 어린이시절'을 송두리째 도둑맞고야 말았다.




줴길, 흙수저도 슬픈데 술수저라뇨?

금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