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 조종사, 우주인, 아나운서, 가수, 화가, 모델..... 어릴 때 자고 일어나면 꿈이 바뀌어있고
수많은 꿈을 꾸며 상상 속에서 꿈을 수시로
바꾸며 행복에 상상의 나래 속에 살았다.
이 꿈이 대단히 허구적이며 가상적인 목표라는 걸 많은 시간이 흐르지 않고 금세 알게 되긴 했지만..
'어릴 적 꿈'이란 목표를 위해 열심히 노력하다보면 그 사이에 이루어지는 것들이 많은 어른의 삶이 내겐 순순히 허락되지 않았었다.
'왜일까?'
나란 아이가 세우는 가상적 최종 '꿈'의 목표가
내 행동방향을 옳고 긍정적으로 결정하기엔
내 무의식의 많은 영역들은 가정폭력과 슬픔, 열등감, 좌절, 우울로 아주 검게 이미 채색되어 있었다. 아무리 총 천연색의 오색빛깔로 그림을 그려봐도 어두운 배경색에 그린 내 그림은
형태가 보이질 않았다.
어릴 적 꿈이 고이 접히고 서랍 속에 처박혀있을즈음 어른들의 밥벌이 세계에서 악전고투하며 한 아이의 엄마로 새로운 역할까지 부여받아 동분서주했다.
원래부터 부모로부터 물려받지 못했던 내적,
정신적 자원은 금세 밑천을 드러냈고
부적응적인 행동이 수면 위로 살금살금
고개를 내밀었다.
아침이면 아이를 눈물 두 방울 옵션으로 챙겨 어린이집에 맡긴 워킹맘이란 옷을 입고
하루내내 아이를 맡겨둔게 후회되지않도록
일하느라 녹초가 되어 퇴근해서 기껏 이 힘든 어른의 삶에 보상이랍시고 멀리 내가 갈 수
있도록 내 자신에게 허락한 곳이 '마트'일뿐이었다.
꿈을 잃은 내게 마음껏 보상해주고 싶어 이리저리 둘러보며 매일 참새가 방앗간처럼 들렸던 그곳이 나의 알코올중독 생활의 신호탄이 될 줄은
꿈에도 그땐 몰랐다.
돈으로 집, 시계, 침대, 음식, 의사고용, 보험은
마트나 백화점에서 살 수 있었다.
외적으로 아무리 무언갈 내게 사줘 봐도
꿈과 희망을 잃은 아이를 품고 사는 '어른이' 나에겐 마트에 가서 살 수 있는 건 늘 '술'뿐이었다.
그게 진짜 위로고, 보상이라 착각했다.
어른에게 왜 꿈과 내일의 희망이 없으면 안되는지를 잃어버린 나는 늘 정서적 배고픔에 시달리게 되었다.
아무리 스스로 경제적 독립을 해내가며
더 많은 재물에 목을 매어봐도, 엄마로서 최상의 육아를 제공하며 노력해도 점점 내 마음은 말라 비틀어져만갔다.
마음이 공허하면 할수록 더욱 나에게 '술'이라도 보상을 해줘야 한다고 집착하는 악순환이 반복되었다.
문제가 생기면 배우자의 "네가 참 착한 사람인데
술 때문에 그래"라는 하얀 거짓말을 믿고만 싶었다.
나는 속에서부터 잔뜩 고장 나있었다.
내가 자주 가는 마트에서 보상이자 위로라고
사 왔던 '술'이 '절망'이었음을 중독자인
내가 알아챌리가 없었다.
돈을 들고 마트를 아무리 뒤져봐도 보람되고 행복한 시간, 양질의 잠, 왕성한 식욕, 건강,
안전을 구매할 수는 없었다.
나약한 인간이자 무늬만 엄마인 내가 앓고 있는 문제들을 마트에 가서 '술'을 사서 해결하려고 했지만 당연히 뭘 사서 해결할 순 없었다.
이제는 '단주'라는 상품을 사러 마트에 가고싶지만 그 어느 진열대에도 '술을 끊는 비법'따위는 팔지 않았다.
아이로 인해 세상은 아름답다고 느껴야 할 시간에 나는 낙담한 채 마트에서 '절망'을 매일 사는 알코올중독자가 어느새 되어있었다.
술을 마시며 점점 더 잃어버린 꿈을 꾸며
과거의 시간에 집착하며 현재에 발을 내리고
살 질 못했다.
술에 항상 취해있으니 '지금의 문제'를 가지고 건강히 대항하질 못했으며 타인인 '배우자'를 지배하려 들고, 어떤 상황에서도 내 이익을 먼저 추구하고, 아이를 나만 돌보는 것 같아서 늘
신경은 뽀쪽 곤두서있었다.
내게 부과된 문제나 요구를 제대로 해결하기에는
'술이 문제야'
'내가 술만 아니면은'
이라는 문제 정의부터가 아예 틀려있었다.
성공하고 싶은 욕망보다는 '실패'에 대한 두려움에 짓눌려 문제를 대부분 회피하고 싶었다.
아무것도 결정하지 않으면서 삶에 소극적인 자세로 일관하며 정작 문제가 들려주는 정직한 목소리를 술로 외면하며 아무 행동하지 않으며
나의 가짜안전을 지켰다.
배우자의 의견을 공감하고 배려하며
내 욕구도 건강하게 관철시키는 법을
나는 알지 못했다.
입은 웃고 있는데, 눈을 울고 있는 그런 상처들이 제 때 치료받지 못하고 곪아가고 있었다.
아이를 벗어나, 어른이 되면, 엄마가 되면,
저절로 성숙해지는 '어른'이 될 줄 알았건만.....
나를 성숙한 사회의 일원으로 나 스스로 받아들이려면 마트에서 술을
살 것이 아니라, 이제는 술을 끊고
삶에 대한 태도를 점검해 봐야만 했다.
내가 맞닥뜨린 문제를 마주하고, 스스로 책임지며 나의 외, 내적 모습이 건강해지도록 제대로 된
노력을 시작해야만 했다.
이젠 내 부족한 점을 스스로 직면하고 끊임없이 포기하지 않고 도전을 거듭하면 할수록 긴장감과 공포감이 줄어든다는 사실을 믿고 '행복한 삶을 사는 방법'을 마트에서 살 수 있을 거란 어리석음을 반복해선 안될 일이었다.
행복한 삶을 사는 방법은 마트가 아니라,
어쩌면 내 안에 있는 게 아닐까?
하는 의문이 고개를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