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에 의해 만들어지는 진실

내게 주도권을 주지 않는 세계관

by 오이오

나는 인생의 대부분을 엄마에게 의존하며 살아왔다. 왜냐면 내가 태어나면서 먼저 접한것이 엄마의 세계관이고, 엄마의 세계관 안에서는 나는 약자였기 때문이다. 무슨 말인가 하면 엄마는 제법 자기중심적인 사람이고, 자기중심성이 강할 수록 자신의 가치기준에 맞지 않는 사람에게는 권한을 주지 않기 때문이다.

나는 또래보다 다소 느리고 복잡한 성향을 가졌다. 또 나와 엄마의 가치관에는 차이가 제법 있다. 느린 것은 경쟁욕구가 강한 엄마 입장에서는 참기 힘든 부분이고, 가치관의 차이는 자기 중심성이 강한 엄마로서는 받아들이기 힘든 부분들이다. 그래서 엄마의 세계관 안에서 나는 권한을 많이 받지 못했고, 그 권한은 엄마와 가치관이 비슷하며 빠르고 에너지가 많은 오빠에게 부여되었다.

그 권한이란 혼자 판단할 권한, 혼자 의미를 부여할 권한…즉 주도권이다.

말인 즉슨, 엄마의 세계관에서 주도권을 받지 못한 나는 약자가 되었고, 약하기 때문에 엄마에게 의존했으며, 의존하면서 점점더 엄마의 세계관에 빠져 악순환이 이루어졌다.

흔히들 “의존”이라 하면 편안함, 나태함, 무책임함으로 치부하지만 실상은 마냥 그렇지만은 않다. 자기 자신이 약자인 세계 안에서 내가 했던건 자책과 자기 의심이 대부분이다. 잘못된 것은 나, 잘못 한것은 나, 부족한 것은 나, 큰일 난것은 나, 책임져야 하는 것도 나…..

나를 ”약자”로 지정한 틀 안에서 내 세계관은 헛것이 된다.

나의 주장은 철이 없는 애들의 투정이나 꿈이야기처럼 되어버린다.

처음에는 가정과 학교라는 작은 사회에서만 약자였겠지만, 한번 약자가 되어버리니 엄마의 세계관이 아닌 실제 세상에서도 약자가 되었다. 세상에서 나를 제외한 대부분의 타인은 강자다. 옳은것은 타인, 용서받는것도 타인, 권리가 있는 것은 타인, 가치가 높은 것도 타인….

나는 이게 세상의 진실인줄 알았다. 그러나 이 세상에 자기중심성이 강한 사람은 엄마와 오빠 뿐만이 아니었고, 엘리트만이 아니었다. 실제로 내가 근 2년간 겪은 사회에는 그보다 능력이 적은 사람들이 즐비했으나…그들 또한 비슷한 정도로 자기중심적이었고 본인과 비슷한 사람만을 강자로 취급하는 세계관을 가지고 있었다.

그래서 깨닳았다. 내가 세상의 법칙이라고 생각했던건 진짜 법칙이 아니라, 그냥 누군가가 자기를 주인공으로 해서 만들어낸 법칙일 뿐이구나. 나는 그냥 남이 만들어낸 픽션에 박수를 쳐주고 있었을 뿐이구나.

그렇다면 내가 해야하는것. 나는 나를 약자 취급하는 것을 그만 둬야한다.

주제2) 힘의 사회. 주도권 경쟁과 속임수 (이른바…가스라이팅?)

이곳에서의 진실이 어떻게 결정되는지 (최근 일기)


이 세상에 진실이라는게 정해져있을까? 이 세상에서 진실을 외칠 수 있는 사람들은 한정되어있다. 수천만대 일의 경쟁을 뚫고도 십수년을 업계에 헌신해 자격을 얻어낸 전문가…심지어 그 전문가 마저 타인의 인생에 대한 진실 같은건 장담할 수 없다.

전문가가 되어서 얻어낼 수 있는 자격은 진실을 논할 자격이 아닌 아주 작은 범위에서의 지식을 논할 자격이다.

하지만 사람이라는 것은 누구나 자신이 주인공이 되고자 하는 니즈가 있고,

그걸 위해 본능적으로 약자를 발견하면 그 약점을 이용해 자신의 니즈를 채우고자 한다.

자신이 주인공이 되면, 그 세계에서는 자격이 없어도 자신의 생각을 진실이라고 주장할 수 있게 된다. 전문가도 아닌 인간이 전문가 행세하며 모든걸 자기가 옳다고 주장하게 되는 것이다.

나는 그걸 지난 2년간 뼈저리게 깨닫게 되었다. 주도권 없이 살아온 나는 어느샌가 인생에 많은 불만과 불합리한 경험을 쌓아버리게 되었고, 그 고통을 감당하지 못해 타인에게 호소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나는 타인에게 공감과 이해를 받아 고통을 완화시키기 싶었다. “나에게 약점이 있고, 나에게 문제가 있고, 나에게 원인이 있다”

나는 내가 고통스럽다는 것을 남에게 이해받기 위해 스스로를 직접 왜곡한것이다. 왜냐면 내가 있던 세계에서는 내가 약자인게 진실이고, 진실을 말해야 이해를 받으니까.

하지만 그 결과 타인의 십중 팔구는 내 고통을 이해한다는 선택지 대신에 나를 약자 취급한다는 선택지를 골랐다.

심지어 나에게 거금을 받은 사람마저 결국 근본적인 행동원리는 똑같았다.

그들은 언동 중에는 내가 납득하지 못할 것들이 많이 있었고, 나는 그것을 거부했다. 당연한 것이다. 이 세상에 남이, 그것도 전문가도 아닌 타인이 일방적으로 정할 수 있는 진실따윈 없다. 내가 진실이 아니라고 생각하면 그것은 진실이 아닌게 되는것이다.

하지만 그들은 내가 거부하고, 따라가지 않을 때마다 자연스럽게 내가 드러낸 약점을 적극적으로 이용했다. 그 안에는 악의가 있을 때도, 없을 때도 있었다. 인간의 성향이자 본능같은 것이다. 그만큼이나 인간관계라 하는것은…고작 힘에 의해 돌아가는 것이고, 그만큼이나 진실이라 하는 것은 고작 힘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다.

불합리한 경험으로 인한 고통을 해소하고 싶었던 나. 결과적으로 불합리한 경험을 추가로 더…그것도 더 강하게 해버린 꼴이 되었고. 이 경험은 트라우마가 되어, 그들이 나에게 ‘진실'이라고 주장했던 말들은 두고두고 나를 의심하는 재료로 사용되었다.

나는 이때 얻은 더 큰 고통을 해소하기 위해 몇달 뒤 다시 연락해 따진적도 있었고, 두고두고 곱씹으면서 수동 공격을 한적도 있었다. 하지만 그 어느것도 내 굴욕의 근본적인 해결방법이 되진 못했다.

당연하지, 인간관계라 하는것은 결국 힘에 의해 만들어 지는 것이고, 진실이라 하는것도 결국 힘에 의해 결정되는것인데. 그 안에 나를 약자로 내던진건 바로 나니까!

내가 해야할 일은 고통을 해소하는것이 아니다. 내가 해야할 일은 고통을 없는 것으로 만들어 버리는것이다. 나의 고통…나의 불만…결국에는 내가 ‘약자'라는데서 오는 것들이다.

나는 사실 나를 상대방보다 약자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나는 사실 나에게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나는 사실 내가 겪은 고통과 불만족의 원인이 나에게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나는 이걸 당당하게 주장하고 스스로를 약자 취급하는 짓을 그만 둬야한다.

나를 약자로 만들었던 엄마의 세계관에서 벗어나기로 결심했다. 이후 타인의 세계관에는 들어가지 않겠다.

진실이 아니기 때문이다.

나는 그 대신 내 세계관을 진실로 만들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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