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전, 나는 이미 한 차례어떤 나쁜 경험을 해서 한껏 자아가 약해진 상태였고, 누군가에게 의존하기 위해 처음으로 어떤 친목 모임에 나갔었다. 그 모임의 모임장은 유달리 자기 주장이 강한 사람이었고, 아무것도 몰랐던 나는 그의 생각대로 그의 인생, 그의 가치관이 정답이라고, 이 사람이 나보다 인생에 대해…아니 세상에 대해 아는 사람이라고 무의식적으로 받아들이고 말았다.
하지만 그 후로 나는 성장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했고, 그 과정에서 그 모임과 모임장에 대해 객관적으로 보게되었다. 나는 좋지 않은 평가를 내렸다. 그의 삶은 내가 원하는 삶이 아니었고, 그의 인격도 내가 원하는 것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가까이서 끊임없이 말을 듣고있으면 헷갈리는 것이 한 발 물러서서 보면 너무나 자명하게 보이는 것이었다. 그렇기에 나는 모임장의 생각과 삶을 의식할 이유가 없다고 결론을 내렸고, 발길을 완전히 끊었다.
나는 그것으로 내가 완전히 결론을 지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어떻게 된건지 나는 그 이후로도 아침마다 스스로를 의심하기를 반복했다.
그래도 그는 최소한 여자를 얻었는데, 허상에 빠져 잘못된 길을 가는 건 내가 아닐까? 내가 내린 결론은 실패를 인정하지 않으려는 현실도피일 뿐인거 아닐까?
그리고 그 의심은 이윽고 모임장에서 다른 사람들로 끝없이 번져갔다.
한 번이라도 나에게 결핍과 소외감을 느끼게 했던 사람들 모두 꼬리에 꼬리를 물고 나와 비교한다. 그 비교는 무의식적으로 그들이 맞고 내가 틀렸다는 결론으로 이어져 나는 좌절한다. 그리고 좌절 속에서 고통받지 않기 위해 원망할 대상을 찾는다. “내 환경이 이래서, 내 주변인이 이래서…” 하지만 곧 깨닫는다. 이 공허감, 이 좌절이 너무나 거대하기에 고작 사람 한두명의 잘못으로 설명되지 않는다는 것을. 그들이 신이 아닌 이상 나에게 이렇게까지 큰 고통을 줄 능력은 없다. 그럼 결국 “내 잘못인가?”라는 질문으로 되돌아온다. 내가 뭘 그렇게 잘못했길래 이렇게까지 고통스러운거지?
이게 내가 아침마다 하는 짓이다.
아니…사실은….나는 알고 있다.
내가 이 짓을 중학생때부터 해왔다는 것을.
그렇다.
나는 남과 비교하며 밑도 끝도없이 스스로를 의심하는 버릇이 있는거다.
비록 내가 겪은 성장 환경은 자기확신을 떨어뜨릴 요소들이 많았지만, 그걸 스스로를 의심하는데 알차게 써먹은건 나다.
내가 한 번 내린 결론이 틀렸는지 맞았는지, 남이 옳은지 아닌지 따위가 중요한게 아닌거다.
삶을 나무에 비유하면, 대부분의 사람은 자신이 선 자리를 의심하지 않는다. 그저 뿌리를 내리고 빨리 자라 열매를 맺는다. 열매가 크든 작든, 나무가 아름답든 추하든 일단 생장한다. 그리고 스스로 말한다.
“내 나무는 옳다. 내 열매는 정답이다.”
하지만 나는 달랐다. 남이 맺은 열매만 보고 “저들이 맞고, 나는 틀렸다”고 의미를 왜곡했다. 뿌리 내리기보다 남의 땅을 기웃거렸고, 결국 나 자신을 약하게 만들었다.
그 결과, 나는 초라하지 않은 내 삶을 스스로 초라하게 만들고, 남의 평범한 삶을 부풀려 보이게 만들었다. 내 삶은 기반이 없는 게 아니라, 내가 스스로 그것을 무너뜨려왔던 것이다.
내가 살면서 느꼈던 부당함들은, 그렇게 내 기반에 뿌리를 내리지 못하고 붕 떠있다가 남에게 뿌리채 뽑혀버린 경험이었던 것이다. 여유 부리다가 당한 것이다.
결국 답은 단순하다.
내 자리에 뿌리내리고 최대한 빠르고 튼튼하게 자라야 한다.
남을 보며 나를 의심할 여유따윈 처음부터 없었던거다.
왜냐고…?
내가 너무 좋은걸 많이 가지고 태어났잖아!
그것 만큼은 30년 넘게 살면서 내가 확인한 것들이다.
그렇게나 스스로를 의심하면서도 나는 확인할 수밖에 없었다. 내가 많은 자질과 능력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아무나 갖지 못하는 좋은 여건을 가지고 태어났다는 것을. 왜냐면 그게 사실이니까.
열매를 맺기만 하면 그건 황금사과다.
의심할 여유가 어디있을까?
나는 내가 남과 조금 달라서 불편하다는 핑계로 여유를 부린 것 뿐이다.
왜냐면 나는 가진게 많아서 여유를 부려도 바로 추락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다. 교만하고 안이하다.
내가 아침마다, 혹은 조금 약해질때마다 느꼈던 좌절감, 절망감은 불가항력 같은게 아니었다.
내가 느끼는 감정 중에는 진실이 아닌게 많은 거다.
나의 이성이 나의 감정마다 훨씬 믿을만한 녀석인것이다.
그럼 이제 속지 말아야지, 내 감정에 속지 말아야지.
어떤 감정이 물밀듯이 밀려든다고 해서 그게 진실이라고 속지 말아야지.
나는 의식적으로 그 감정을 무시하면 된다.
나는 나 자신을 컨트롤할 것이다.
왜냐면 나는 내가 가질 미래가 빨리 왔으면 좋겠으니까.
여유를 조금 부려도 추락하진 않겠지만,
그러면 내가 맺을 열매는 자꾸 멀어지잖아.
나는 그 열매를 빨리 갖고싶다.
그럼 나는 더 이상 좌절하지 않아도 된다.
그럼 나는 더 이상 의심하고 비교하지 않아도 된다.
그럼 나는 더 이상 남을 쳐다보며 갈급해하지 않아도 된다.
나는 무겁고 무능하게 살 필요가 없다.
나는 내 자리에서 뿌리내리고 자라면 된다.
이 자리…내가 내린 판단과 내 가치관, 내가 쌓아온 인생이 좋은 것이라는걸 내가 확신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