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이 우리의 경험을 결정하는가
당부의 글
이 글은 한 개인에게서 일어난 작은 변화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미리 말씀드리지만 저의 이야기는 결론이 아니라 아직 현재진행형입니다.
인생을 살아오며 자연스럽게 떠올랐던 질문들에 대한 지극히 개인적인 대답이고,
그 대답을 여러분과 함께 생각해보고 싶어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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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최초의 질문
중학생 때였던 걸로 기억합니다.
‘우리는 왜 태어나고 왜 죽는 걸까? 죽은 다음에는 어떻게 될까?’
이 질문은 답이 없어 보였고,
답이 없는 질문을 반복해서 생각하는 게 바보 같다고 느껴질 때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이 질문은 그림자처럼 평생 저를 따라다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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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새로운 버전의 질문
세월이 흐르고, 학생으로서, 사회인으로서, 가장으로서
‘주어진 역할’을 해내며 살다 보니
이 질문은 새로운 버전으로 다시 나타났습니다.
우리는 왜 원치 않는 경험을 해야 할까?
왜 같은 실수를 반복하고, 왜 변화가 이렇게도 어려울까?
휘어질 대로 휘어진 나무가 결국 어느 순간 부러지듯,
수없이 충돌한 질문들은 제 마음속에 작은 균열을 만들었고
그 틈으로 지금까지 한 번도 생각해 본 적 없던 새로운 의문이 올라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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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혹시 내가 뭔가 놓치고 있는 게 아닐까?
힌트는 천동설에서 지동설로의 전환에서 발견했습니다.
사람들은 오래도록
“하늘에서 태양이 움직이니까 당연히 하늘이 돈다”라고 믿었습니다.
하지만 망원경이 등장하고 관측이 정교해지자
천동설로 설명할 수 없는 이론적 구멍들이 드러나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지동설이 등장했고 지동설은 천동설을 완전히 ‘대체’했습니다. 새로운 이론이 등장한 게 아니라 원래부터 있었던 사실이 드러난 것이었습니다.
저는 문득 생각했습니다.
혹시 내 경험에도 기존의 설명으로는 메꿀 수 없는 구멍이 있지 않을까? 그리고 새로운 수단으로 경험을 봐야 더 잘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
그때부터 저는 ‘경험 자체’를 탐구하기 시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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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경험에는 늘 ‘나’와 ‘대상’이 있다… 정말 그럴까?
우리가 경험을 말할 때 보통 이렇게 생각합니다.
• 경험하는 나(주체)가 있고
• 경험되는 대상(밖)이 있다
태양이 움직이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에’
사람들이 하늘이 돈다고 생각한 것처럼 우리의 경험도 그렇게 보이기 때문에 당연히 그렇다고 생각합니다.
경험되는 ‘나’는 확실히 있습니다.
하지만 저 밖에 있다고 여겨지는 경험대상을 자세히 보면 이상한 점이 많습니다.
• 왜 같은 상황을 겪어도 사람마다 다르게 느낄까?
• 왜 어떤 날은 좋고 어떤 날은 싫을까?
• 왜 꿈에서는 외부 대상이 없어도 생생한 경험이 일어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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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경험은 외부만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저는 여기서 중요한 결론에 도달했습니다.
‘아… 경험은 외부에서만 비롯되는 게 아니구나.’
그리고 방향을 안쪽으로 돌렸습니다.
그렇다면 내부에 경험을 변화시키는 무언가가 있는 게 아닐까?
실제로 제 경험을 관찰해 보니
컨디션, 마음상태, 기대, 두려움 같은 것들이
경험의 내용을 들쑥날쑥 바꾸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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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하지만 그걸 직접 볼 수는 없었다
그래서 저는 하나의 가설을 세웠습니다.
경험에는 ‘주체’와 ‘경험 내용’ 사이에
내용에 영향을 주는 **어떤 단계(틈)**가 존재한다.
이 틈을 볼 수 있어야 경험의 변화가 설명됩니다.
하지만 불행히도 저는 그 틈을 볼 수 없었습니다. 그 틈은 볼 수 있는 게 아니었고 경험의 대상이 아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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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우리가 이 틈을 못 보기 때문에 혼란스러운 것이다
저는 이 상황을 내비게이션에 비유했습니다.
우리가 운전을 할 때
내비게이션은 혼잡도와 상황에 따라 실시간으로 경로를 바꿉니다.
문제는, 우리는 그 내비게이션을 볼 수 없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똑같은 길인데도
어떤 날은 느리고 어떤 날은 빠르고
어떤 날은 전혀 다른 길이 나오는 이유를
알 수가 없었던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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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경험은 자동이다
이걸 이해하고 나서 저는
우리 경험이 심장이 뛰는 것, 숨쉬기, 눈 깜박임처럼
저절로 그렇게 되도록 설정되어 있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심장이나 눈과는 다른 점이 있습니다.
우리는 내가 경험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차릴 수 있습니다.
그래서 이렇게 말하는 게 더 정확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우리는 경험을 하는 것이 아니라,
경험하고 있는 나를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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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그래서 뭐가 달라지는데?
여기에서 마음속에서 이런 벽이 올라왔습니다.
“그래서 뭐가 달라지는데?”
“알아봤자 뭔가 바꿀 수 있나?”
맞는 말입니다.
이미 설정된 경로를 마음대로 바꿀 수는 없습니다.
우리는 내비게이션을 볼 수도 없고 바꿀 수도 없습니다.
그래서 아무리 노력해도 잘 바뀌기가 힘듭니다.
하지만 저는 다른 가능성을 보았습니다.
우리가 내비게이션을 의지로 바꿀 수는 없지만 내비게이션이 바뀌기는 하지 않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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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새로운 여정으로의 초대
그리고 이 ‘보이지 않는 내비게이션이 바뀌면 경험도 바뀐다’는 가설은 단순한 이론이 아니라,
누구나 삶 속에서 작게나마 확인해 본 적이 있는 현상이라고 느꼈습니다.
컨디션이 좋아졌을 때 세상이 다르게 보이기도 하고,
어떤 일을 계기로 이전에는 도무지 이해되지 않던 것이
갑자기 이해되기 시작하는 순간이 찾아오기도 하잖아요.
저는 이것이 내비게이션이 변할 때 나타나는 미세한 징후라고 보았습니다.
그리고 이 변화는 억지로 만들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어떤 조건이 자연스럽게 갖춰질 때
저절로 일어나는 쪽에 더 가깝다고 생각합니다.
혹시 여러분도 자신의 삶에서 비슷한 순간을 발견한 적이 있는지 천천히 살펴보셨으면 합니다.
설령 그런 경험이 아직 없다 하더라도 전혀 문제는 아닙니다.
그저 “그런 변화가 가능할지도 모른다”는 정도의 여지만 남아 있다면 그걸로 충분합니다.
앞으로의 여정은 우리의 경험세계에 대한 새로운 접근방식에서 바라본 새로운 해석입니다. 물론 지극히 개인적인 경험일 뿐 이것이 정답이라고 말하는 게 아니라는 걸 다시 말씀드립니다. 여러분들께서도 직접경험 해보시고 그 체험을 저와 공유해 주시길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