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인 누구를 겨냥하는 말은 아니에요
일단 시작하기 전 정치인 누구를 겨냥하는 말은 아니라는 것을 알려둔다. 나는 대부분의 정치인들에게 모두 이메일을 보냈다.
나는 단순히 팬심으로 정치인에게 메시지를 보낸 것이 아니었다. 조현병 환자가 처음 병원을 찾았을 때, 단 한 번이라도 장기 지속형 주사제를 산정 특례 비용으로 맞을 수 있게 해달라는 제안이었다. 아직 진단이 확정되지 않아 산정 특례 등록이 어려운 상황에서도, 단 한 번만이라도 기회를 보장하자는 뜻이었다. 왜냐하면 그 한 번이, 환자의 인생을 지킬 수 있기 때문이다. 약을 꾸준히 먹지 못해 증상이 악화되면, 그는 범죄자가 되거나 사회에서 고립될 수 있다. 하지만 초기에 장기 주사제를 맞으면 증상이 안정되고, 평범한 일상으로 돌아갈 가능성이 커진다. 그 한 번은 개인의 삶을 넘어 사회 전체를 지키는 예방적 장치였다.
그러나 돌아온 반응은 아이러니했다. 내가 “팬이에요”라고 던진 말에는 답장이 왔지만, 정작 이 정책 제안은 읽히지 않았다. 사랑 고백에는 응답하면서, 제도 개선의 외침은 외면당한 것이다. 그 침묵은 나 개인의 제안을 무시한 것이 아니라, 우리 사회가 정신질환자의 목소리를 얼마나 가볍게 여기는지를 보여주는 듯했다.
나는 한 사람의 정치인에게 거절당한 게 아니다. 그 침묵은 우리 사회가 정신질환 환자의 목소리에 얼마나 무심한지를 보여주는 상징이었다. 여전히 제도 속에는 공백이 있고, 편견은 환자의 삶을 옥죄며, 정책의 우선순위에서 그들의 자리는 뒷전으로 밀려난다. 나의 작은 제안이 읽히지 않은 것은 곧, 사회 전체가 외면하고 있는 현실을 드러낸 것이었다.
정신질환자의 목소리는 종종 사소한 의견으로 분류된다. 정책예산의 한 귀퉁이에서, 정책의 뒷순위에서, 언론의 작은 기사 속에서만 존재하는 사소한 의견들로 존재한다. 환자 개인의 생존이 걸린 문제조차 타인에게는 단순한 비용과 효율의 문제로 치부된다. 그래서 나는 숨이 막힐 때가 많았다. 내 한숨은 곧 제도의 빈틈에서 나오는 소리였다.
그러나 동시에 나는 산정 특례 제도를 통해서 버티고 있다. 산정특례 비용으로 나는 10분의 1의 비용으로 버틸 수 있다. 그 제도가 없었다면 나는 이미 삶의 무게에 깔려서 사라졌을 것이다. 한숨과 국가의 보호가 만나는 시점은 복지이고, 제도의 의미일 것이다. 제도가 더 많은 사람에게 닿기를 바라며 나는 그 이메일을 썼었다. 무시당했지만 말이다.
그러나 나는 멈추지 않을 것이다. 비록 읽히지 않은 제안이었지만, 나는 계속 말하려 한다. 환자의 삶을 바꾸는 힘은 정치인의 팬심이 아니라 제도이기 때문이다. 언젠가 누군가는 이 메시지를 끝까지 읽어낼 것이다. 그리고 그때는, 침묵 속에 묻혔던 목소리가 울림이 되어 더 많은 삶을 지켜내리라 믿는다.
남자친구는 이 말을 듣고 너무 심각하게 생각하지 말라며, 나에게 피치마(피자, 치킨, 마라탕)을 먹자고 했다. 나는 피자를 골랐고, 바로 피자를 시켜주었다. 피자는 쭉쭉 잘 늘어났다. 나는 피자 5조각을 먹고 배를 두드렸다. 남자친구는 3조각밖에 못 먹었는데 말이다. 이렇게 심각한 주제를 가져오면 남자친구는 앞으로도 피자를 사주겠지...? 앞으로도 열심히 보내볼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