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안 해. 그게 내가 사는 방식이야
어느 여름날, 쿠팡에서 좆뺑이를 치고 돌아와서 힘들고 졸리고 피곤한 날이 있었다. 알바에서 임금을 체납당하고 나서 그만두고 쿠팡에 나갔는데 문자가 와있었다. 문자 내용은 재택근무를 하면서 고수익을 올릴 수 있다는 내용이었다. 힘든데 재택근무를 할 수 있고, 고수익이라니 신나서 문자를 했다. 그런데 점점 이상한 내용의 문자를 보내더니 자기네들의 홈페이지를 보여주었다. 여기는 뭐 하는 데인지 파악이 안 끝났을 때, 일을 할 것인지 말 것인지 알려달라고 했다. 기분이 싸해서 네이버와 구글에서 검색을 해 보았다.
‘이게 뭐지?’
사기와 대포 통장에 관한 내용이었다. 거기에서는 대포 통장에 관한 이야기가 있었고, 형사처벌을 받은 사례들이 주르륵 있었다. 한순간에 대포 통장으로 인생이 망한 이야기를 들어서 그런 건지 노동을 계속해서 그랬는지 모르게 머리가 멍해지고 어지러웠다. 쿠팡으로 흘린 땀이 식어서 차가워지고 있었다.
젊은 청춘에 이런 유혹은 정말 쉽게 찾아온다. 대포 통장 말고도 성매매는 도처에 놓여있다. 노래방이라고 해서 면접을 가보면 유흥업소 간판이거나, 아니면 버젓이 알바몬과 알바천국 사이트에 성매매 광고가 나오기도 한다. 쿠팡이 힘들 때는 노래방에 나가면 이 고통이 해결되나 싶지만, 전혀 그렇지는 않을 것이다. 노래방은 노래방의 힘든 점이 있겠지. 아저씨들에게 술 따라주는 것, 아저씨들이 치대는 것을 참아야 한다. 그리고 아저씨들이 자기 아내와 자식 사진을 보면 분명히 전으로 돌아가기 어렵겠지. 남성 혐오도 생길 거야 아마. 그냥 나는 그런 생각이 들 때면 쿠팡이나 알바를 쉰다. 그게 더 낫다.
어쨌거나 나는 이미 조현병이라는 낙인을 짊어지고, 과거에 왕따당한 것과 성폭행을 당한 과거가 있는데 다른 낙인을 덧씌우고 싶지 않았다. 불법 루트에 발을 담그는 순간, 나는 그 순간엔 편하겠지만 편견을 더 강화하는 도구가 된다. 나는 그게 싫었다. 미디어는 성폭행 경험자를 자기 파괴적인 성관계를 하는 영화나 드라마 소설 등이 많다. 또한 일본의 서브컬쳐에는 정신병이 있는 여성을 멘헤라라는 멸칭을 쓰며, 남자를 밝히며 피해를 주는 존재로 묘사된다. 그들은 자기 파괴적이고 자신을 아끼지 않는다. 그리고 남자에 미쳐 산다. 나는 우울증도 조울증도 아닌 조현병을 지닌 여자다. 멘헤라녀로는 최고봉일 것이다. 또 성폭행을 아동에 당했다. 하지만 실제로는 쿠팡걸즈로 데뷔해서 살아간다. 불법을 택하지 않은 나의 선택은 단순한 도덕이 아니다. 낙인 자체에 저항하는 선언이다.
정상성은 이분법이 아닌 스펙트럼이다. 나는 하지 않을 수 있었고 하지 않기로 했다. 그것만으로도 나는 이미 나의 삶을 지켜내고 있다. 나는 유혹을 거절할 수 있었고, 하지 않기로 선택했다. 그 작은 결심 하나가 나를 낙인과 편견에서 지켜냈다. 그것만으로도 나는 이미 나의 삶을 지켜내고 있으며, 스펙트럼 안에서 나만의 색깔로 존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