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다수는 조용한 불행 위에서 살아간다.

소송을 걸었던 이야기

by 코알코알

2024년 3월쯤 되는 날이었다. 휴대폰을 하다가 학교 커뮤니티 앱에 들어가 여러 정보를 보고 있었다. 그러다가 어쩌다 예전에 사귀었던 전남자친구 흉을 보는 글을 발견했다. 인스타그램의 팔로우 목록을 보면 너무 씹덕 같고 야한 그림 사진만 팔로우하는 선배의 이야기를 쓴 글인데, 마침 그 동아리의 레전드 이상한 썰들이 올라오고 있었기에 그 글도 그런 글이겠지 하고 들어간 것이다. 폭신한 침대 위에 어두컴컴해서 휴대폰 불빛만 나를 비쳐오고 있던 순간이었다. 그 글쓴이에게 쪽지를 먼저 전달해서 말을 시작했다.


그러자 놀라운 일들이 벌어졌다. 나에 대해 성적인 험담을 하고 다니는 이상한 선배의 이야기를 계속 전해 듣는 것이었다. 나에 대한 험담은 끊이지 않고 전해졌다. 잠자리가 별로였다느니 외모가 어떻다느니 이런 말들이 내게 확확 다가왔다. 나는 얼굴이 붉어졌다. 어느새 휴대폰을 들고 있기도 불편해졌다. 나는 마치 우주 속이나 물속을 부유하는 느낌을 받고, 확 내려앉는 느낌도 받았다. 어느새 나는 눈물이 흐르고 있었다. 아무 소리도 내지 않고, 눈물은 흘렀다. 멍하니 나를 치고 가는 느낌인데, 덤프트럭에 치인 듯이 아팠다.


어느새 나는 동아리원들에게 연락을 돌리고 있었다. 계속해서 답장을 해줄 때까지 연락을 돌렸다. 며칠간은 계속 거절당하기만 했다. 또 어떤 사람은 차단을 하기도 했다. 그러다가 그 전 남자 친구랑 사이가 틀어진 사람을 증인으로 구할 수 있었다.


몇 달간 그 증인 한 명을 잡고 계속 설득했다. 그러다 그 증인은 부담감에 증언을 포기했다. 낭패였다. 변호사도 구했는데... 그 사람이 변호사를 구하면 증언을 해준다고 해서 구했었는데.... 변호인도 경찰도 중간에 증언을 포기한다는 사람을 계속 설득해 봤으나 무리였다.


증언의 입에서 나온 증언들을 이미 들었었지만, 실제로 듣는 것은 또 다른 일이었다. 나와 했던 잠자리에 대한 말들, 아무 느낌이 안 나서 어쨌다는 말들, 그렇게 못생긴 애는 처음이라는 말 그리고 공공연한 장소에서도 멘헤라라는 말을 써서 정신병자라고 나를 모욕했던 말들이 나를 스치고 갔다.


며칠 동안은 마음속에 내리 비가 왔다. 하지만 하늘은 맑았다. 마치 그 나의 패소를 축복이라도 하는 듯이 맑았다. 구름 한 점 없는 하늘은 너무 눈이 부셔 나는 얼굴을 들 수 없었다. 그러다가 억울한 마음이 스치고 갔다. 왜 내가 주눅 들어야 하지? 이 물음은 나를 고개 들게 만들었다. 역시 눈이 부셔서 나는 눈을 내리깔았다.


아무튼 내가 빚내서 끌어다 쓴 변호사 비용은 그냥 공중분해가 되고, 증거불충분으로 상대는 풀려나게 되었다. 상대는 나와 합의하고 싶어 했으나 나는 그에 대한 비용으로 700만 원을 불렀었다. 절대 합의해주지 않겠다는 강력한 의사 전달이기도 했다. 아무튼 동아리원들이 전남자친구 편에서 열심히 증언을 해주고 나는 텅텅 빈 증언으로 그렇게 된듯하다. 얘네 근데 나랑도 동아리 같이하지 않았나? ㅋㅋㅋㅋ 어이없어서 웃음이 나오다가 웃음기가 사라진다. 욕지거리가 나오니 이만 줄여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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