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이 불행하다는 것을 인정하는 순간 이상하게 숨이 쉬어지는 지점이 있다. 나는 왜 이렇게 힘들지? 예전에는 인생이 행복할 줄 알았는데...
실제로 나는 7살 때는 20대가 되면 막연히 행복할 것이라고 낙관하며 살았다.
그런데 어느 순간 깨달았다. 아, 원래 인생이라는 것이 좀 불행하구나. 완전하게 만족스럽지 않은 상태가 인생의 기본값일지도 모르겠다.
행복은 아등바등 잡아봐야 잡히지 않고, 대부분의 불행한 시간을 모두가 참고 살아가는구나. 행복해야 정상이라는 기준이 없어지고 나서 지금의 나를 실패자로 보지 않게 되었다. 어쩌면 모두가 불행하기에 잘 사는척하지 않아도 되니 내 인생이 꾸밈이 없어졌다. 행복이 예전에는 대단한 사건으로 생각이 되었는데 지금은 그냥 그렇다. 갑자기 인생이 좋아질리는 없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행복해지려 노력하지 않고 행복이 와도 그러려니 하게 된다.
요즘에는 행복을 붙잡지 않고 행복한 목록을 쓰는 데에서 그친다. 그리고 나중에 그 목록을 본다.
1/14(수) 어제 행복했던 리스트를 공개하겠다.
카페에서 직접 로스팅한 스페셜티 원두로 만든 커피가 맛있다.
맛있는 음식을 정갈한 식당에서 먹었다.
굶지 않아서 행복하다.
수중에 5만 원이 있다.
내가 누군가를 위해 도움을 주었다.
나는 정승제 선생님의 지금 불행하면 앞으로도 불행할 것이다라는 영상을 보았다. 입시 공부를 할 때는 정말 불행하다고 느꼈다. 나이는 지금 3수생 4수생인데 공무원 공부를 실패하고 바로 수능을 준비했었기 때문이다.
나는 내 나이가 부끄럽고 그 당시 그것 때문에 불행했었다. 현역시절 나는 재수생들을 깔봤었다. 나는 재수생이 되자 재수가 얼마나 큰 용기가 필요한 건지 알게 되었다. 앞으로는 누군가를 깔보지 말아야겠다고 처절하게 깨닫게 되었다.
입시를 하면서 위축이 되어있었기 때문에 만족스러운 결과는 얻지 못했다. 하지만 코로나 19로 합격한 대학교에 가지 않아도 돼서(원격수업이 이루어졌기 때문에) 여러 마인드셋을 하며 여러 일을 할 수 있었다. 편입 준비도 했었고(중간에 조현병이 발생해서 미뤄지고는 했지만), 취업과 인턴을 준비했었다(최종에서 떨어지긴 했지만). 여러 자격증을 따고, 가족들과 여행도 다녔었다.
내 인생은 큰 틀에서 보면 행복하지 못해 보인다. 고3 끝나고 공무원준비 낙방, 대학입시도 어떻게 보면 실패하고, 취업준비도 번번이 낙방, 조현병까지 얻었다.
아마 내 인생 중 행복한 시간은 1%도 되지 않는다.
하지만 글을 쓸 때, 이제는 행복을 노래하고자 한다. 그것은 역설적으로 내 인생이 불행한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