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 앞에서 사랑은 왜 먼저 불안해질까?

by 코알코알

고려대 1차 합격 소식을 들은 날, 가장 먼저 축하해준 사람은 남자친구였다. 그리고 가장 먼저 불안해진 것도 남자친구였다.


남자친구는 내가 달라질까봐 두려워했다. 서울, 대학 그리고 새로운 사람들. 더 넓은 세상으로 가면 자신은 ‘대학 시절 만났던 한 사람’으로 정리가 될까봐 겁이 난다고 했다. 처음에는 억울했다. 그리고 황당했다. 나는 환승이별을 생각한 적이 없는데…. 누군가를 갈아타며 성장하는 사람은 아닌데…. 그런데 왜 나를 못 믿는 건지. 조금 지나서야 알게 되었다. 그 불안은 나를 의심해서가 아니라 자신의 자리를 잃을까 봐 생긴 공포인 것을. 나는 그 상실을 이해하려 노력했다.


성장은 늘 관계를 먼저 흔든다. 한 사람이 앞으로 나아갈 때 상대적으로 뒤에 남겨진 것처럼 느껴질 수 있다. 그건 사랑이 부족해서가 아닌 속도의 차이 때문일 것이다. 나는 불안과 회피가 동시에 높은 사람이다. 확인을 받고 싶더라도 책임이 무거워지면 숨고 싶어진다. 그래서 그의 불안을 처음에는 이해하지 않으려 했다. 도망치려 했다.


그가 불안해질수록 나는 바빠졌다. 답장을 미루고, 약속을 미루고, 할 말은 머릿속에서만 정리했다. 대화대신 내 일정을 늘리고, 설명대신 피로하다는 말을 내세웠다. 그가 괜찮냐고 물으면 나는 응이라고 답했다. 괜찮지 않았지만, 괜찮다고 말하는 편이 더 쉬웠다. 설명해야 할 감정은 너무 길었고, 책임은 너무 무겁다고 느꼈다.

문제가 생기면 시간이 흐르기를 기다렸다. 시간이 대신 해결해 주기를, 그저 흐르기를 기다렸다. 기다림은 선택이 아닌 회피였다. 그러다 남자친구는 내 앞에서 눈물을 보였다. 힘들었겠지. 매우 힘들었을 것이다. 나는 남자친구의 외로움을 이해했다.


나는 통학을 선택하려 한다. 그를 붙잡기 위해서가 아니라 내 변화의 속도를 감당하기 위해서이다. 사랑은 상대를 붙잡는 것이 아닌 같은 방향을 조금 다른 속도로 가는 일인 것을 요즘에야 알았다.


나는 더 넓은 세상으로 가고 싶기는 하다. 하지만 관계를 버리면서까지 가고 싶지는 않다. 몰래 떠나는 나쁜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지는 않다. 나는 오늘도 도망치지 않는 쪽을 선택했다. 사람이 나를 붙잡아서가 아니라 나 자신을 잃고 싶지 않아서이다.

매거진의 이전글인생이 불행하다는 것을 인정하는 순간 행복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