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시가 익어가는 계절

by violet

말하지 못한 마음은 글이 되고 설익은 감정의 열매가 잘 익은 감정의 열매가 되어 다시 내 안에 영근다. 몇 달간 삶의 색다른 체험으로 인해 가보지 못한 미래를 다녀온 기분이다. 어떻게 시간이 가는 줄 모르게 바쁘고 힘든 날들이었다.

악몽 같은 시간이었지만 내 삶에 어떤 의미로 남겨질 것이다. 삶을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새삼 느끼는 날들이었다. 그때를 생각하니 지금 이 시간이 참 행복하게 느껴진다.


오랜만에 과수원에 갔다. 과수원옆 고추밭에서 새벽부터 뜨거운 햇살이 내리쬐는 시간까지 혹은 늦은 오후에도 고추작업을 했던 올여름이 생각난다. 내년엔 수박을 한가득 심어보고 싶다. 단지 희망사항일 뿐이다.

감나무 아래서 올려다보면 목도 아프고 저걸 언제 다 따지? 생각되지만 감나무 위에서 내려다보는 풍경은 산 위에서 세상을 내려다보는 것처럼 속이 확 트이고 일의 능률도 빨라지고 기분도 좋아진다.

감을 따다가 잘 익은 홍시는 맛있게 먹고 대봉감은 저장고나 장독에 저장해 두고 겨우내 하나씩 꺼내 먹을 것이다. 새들이 집에 놀러 오면 함께 홍시를 나누어 먹기도 하겠지..

잘 말린 곶감도 달달한 겨울간식이 되어다.

치자열매와 단감과 대봉감을 따느라 11월은 또 바쁘게 지나갈 테고 잘 자란 배추로 김장을 하고 나면 하얀 겨울이 시작될 것이다.

얼마 남지 않은 시월이 가는 게 아쉬워 머리를 텅비우고 이 계절의 멋진 풍경들만 눈에 담고 가슴으로 한껏 느끼고 싶다.

느릿느릿 오던 가을이 떠날 때는 잰걸음으로 달아난다. 짧은 가을이 그렇게 서둘러 떠나려고 하는 들판에 낯선 바람이 불어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