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상상

by violet

늦가을에 첫서리가 내린 아침이다. 손이 시린 게 벌써 겨울이 찾아온 듯하다. 곧 눈이 내리고 차가운 바람이 살갗을 에이는 날들이 올 것이다.

올 한 해가 어찌 지나갔는지 돌아보니 새삼 눈물겨워진다. 한계를 극복하고 또 극복하며 보낸 시간들~흔히 사람들은 좋은 날도 꿈같다고 말하고 힘든 날도 제발 꿈이길 바란다고 생각한다. 모든 날들이 마치 꿈결처럼 아득하다.


한 치 앞을 알 수 없는 현실이다. 어제 행복하게 웃으며 농담을 주고받으며 세상 걱정 없이 살던 사람이 하룻밤사이 발을 헛디뎌 절벽에서 떨어지기도 하고, 죽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할 정도로 힘든 육체의 고통 속에 살면서도 죽지 못해 기어이 기어이 생을 이어가는 사람도 있다.

지금 아무리 힘들어도 더 큰 고통이 오면 지금은 아무것도 아닌 것이 되어버린다. 참을만하면 그저 이 정도면 다행이다 행복하다 생각하고 싶다.

삶의 어려운 순간순간 속에서 나를 잃지 않고 살아가려면 깊은 내공이 필요하다. 그 힘을 키우기 위해 좋은 생각들을 끊임없이 내 안에 흐르게 할 것이다.


추운 겨울 속에 있는 따뜻한 봄날 같은 하루를 좋아한다. 그런 날엔 근처 숲을 거닐며 벚꽃이 어날 내년 사월의 어느 날을 상상한다. 겨울 속에 숨은 봄을 찾아 그 따뜻한 햇살을 듬뿍 느끼고 싶다. 마음은 늘 그렇게 한 계절을 앞서간다.


두 손에 따뜻한 찻잔의 온기를 느끼며 차를 마시는 시간은 번잡한 마음이 고요해진다.

눈이 내리는 날엔 애기동백꽃을 조금 따서 직접 제다한 후 향긋한 향기를 맡으며 울을 마시고, 치자열매도 차로 우려 치자꽃 향기 속에서 행복했던 계절의 추억을 마 것이다.

거기에 좋아하는 음악이 흐르고 읽고 싶은 새책이 한 권 놓여있다면 나의 겨울은 감동 그 자체가 될 것이다.

새가 되고 싶고 하늘을 날아가는 기쁨을 느끼고 싶다면 비행기를 타고 잠깐이라도 어딘가로 날아간다. 창밖으로 보이는 흰구름들과 하늘 위에서 보는 푸른 바다 모든 게 환상이다.

하늘을 자유롭게 날아다니는 새들을 바라본다.

곧 흰 눈이 내려 온 세상을 하얗게 덮어겠지. 하루 종일 눈이 내리는 자작나무 숲길을 걷고 싶다. 그 하얀 세상에선 아무 걱정도 없이 그저 흰 눈만 바라보며 즐거워할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