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어버린 기억
일어나자마자 창문을 열어 숲의 신선한 공기를 깊게 들이마신다. 휘파람새와 뻐꾸기의 이중창 노랫소리를 들으니 귀가 즐겁다.
내가 좋아하는 장미꽃이 간밤에 또 몇 송이나 피어났을까 궁금해서 얼른 커튼을 열어 장미를 바라본다.
살아오면서 애써 잊으려 했던 기억들은 무엇일까? 인생에서 중요한 사랑과 희망에 대한 생각을 잊고 살았던 때가 있었다.
오로지 마음을 텅 비우고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아야 살 수 있었던 시간들.
고통스러운 기억은 삶을 살아내기 위해 세월이 가면 자연스레 잊히고 그럼에도 튀어나오는 기억들은 일부러 잊어야만 했다.
그러나 지금은 과거의 일이 하나 둘 잊히면 내 인생도 공허해지는 것 같아 좋은 기억들을 애써 찾으려 한다. 하나씩 찾아서 기억의 서랍 속에 저장해두고 싶다.
너무 많이 잊어버린 걸까? 도무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좋은 날들이 행복했던 날들이 분명 있었을 텐데..
불행한 기억을 잊어버리다가 행복한 기억까지 놓쳐버린 것이다.
뙤약볕에서 허리 펼 시간도 없이 열 시간 동안 노동을 하면 집에 있는 시간이 천국이란 걸 알게 된다. 작은 고통은 더 큰 고통에 묻히고 이전에 고통이라고 여겼던 일이 별게 아닌 게 돼버린다.
하지만 크든 작든 육체의 고통은 늘 버겁다. 육체가 사라지면 내가 어쩌지 못하는 통증도 사라진다고 생각하면 조금은 위안이 된다.
그러나 현생을 살아내기 위해 나는 오늘도 분주하게 몸을 움직일 것이다. 몸 어딘가 조금씩 아프고 불편해도 걸어 다닐 수 있고 손을 움직일 수 있다는 것은 축복이다.
오늘부턴 좋은 생각을 더 많이 할 것이다.
여행 다니며 아름다운 풍경 속에서 감탄하며 즐거웠던 날들
무언가를 성취했을 때 느꼈던 기쁨
좋은 사람을 만나러 갈 때 설렘
맛있는 음식을 먹을 때 달콤함
산책할 때 한없이 가벼워지는 마음
잊고 살았던 좋은 기억들을 다시 일상에서 만들어 가기 위해 생각의 수레바퀴를 굴리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