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책

느릿하게 걷는 자유

by violet

마음이 복잡할 땐 걷는다. 걷다 보면 생각이 풀리고 새로운 꿈도 찾고 어쩌다 좋은 풍경을 만나면 마음도 환해진다.

오래된 저 나무는 얼마나 긴 시간 동안 저 자리에 있었을까? 날아가는 새들은 어디로 가는 걸까?


나는 새들이 그저 자유롭고 평화롭다고만 생각했는데 어느 날 새들이 하늘 위에서 다툼을 하는 걸 보며 깜짝 놀랐다.

한 번은 까치 두 마리가 제 영역을 침범한 커다란 까마귀를 쫓아내고, 또 한 번은 첨 보는 노란 꾀꼬리 두 마리가 자기들보다 몸집이 큰 까치를 쫓아 공중에서 싸움을 하는 것이다. 언제나 두세 마리가 합심을 해서 다른 종의 새 한 마리를 쫓아내는 방식이었다.

자기 영역을 침범하는 것을 참지 못하는 것이 인간이나 새나 마찬가지구나. 생존이 걸린 문제일 때는 그렇다 쳐도 오로지 탐욕과 이기심으로 상대방을 몰아세우는 것은 상대에게 분노만 심어 줄 뿐이다.


언제부턴가 깨어진 조각들에 애정이 간다. 내가 아끼던 도자기 장식품과 유리병들을 밖에 두었다가 어느 날 바람에 날려 깨졌을 때도 쉽게 버리지 못하고 꽃밭 한쪽에 반쯤 묻어놓기도 한다. 오랜 시간 흙속에 파묻혀 있다가 세상밖으로 나온 도자기 파편들도 왠지 근사해 보인다.


부서지고 깨진 희망들과 이루지 못한 사랑의 조각들을 자연 속에 있는 그대로 펼쳐놓고 햇빛과 바람에 말려 두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