빗방울

by violet

인생을 살면서 수많은 비를 맞았다. 빗속을 걷기도 하고 뛰어가기도 하고 주저앉아 울기도 했다. 이별할 때 비가 오면 더 슬퍼진다. 버스 차창 흐르는 빗줄기를 바라보며 창밖로 스쳐 지나가는 풍경들처럼 슬픔을 떠나보낸다. 예전엔 비 오면 슬픈 감정이 앞섰는데 지금은 비가 오면 나오던 눈물도 쏙 들어갈 만큼 비 오는 날이 좋다.

젊었을 땐 비 맞고 다니는 것도 운치 있지만 나이 들어서 우산 없이 비를 맞고 걸으면 왠지 처량한 기분이 들어 금은 꼭 예쁜 우산 하나 챙겨 들고 나간다. 얼마 전엔 우산 없이 나갔다가 갑자기 쏟아지는 비를 보고 비가 그치길 기다릴까 말까 망설이다가 비를 맞고 천천히 걸어가 보자 했는데 나도 모르게 뛰어가는 나를 보고는 비 맞는 거 좋아하는 것도 이제 옛일이 되었구나 었다.


비가 내리면 집에서 먹고 싶은 음식이 김치전이나 해물파전, 박이나 감자부침개 같은 음식이 떠오른다. 빗소리와 지글지글 기름 튀는 소리가 비슷해서 더 그렇다는데 아무튼 비가 내리는 날은 동주와 부침개가 제격이다.

농사를 짓는 사람들에겐 비가 정말 중요하다. 적게 와도 많이 와도 안되기 때문에 적당한 비는 농부들의 마음에 안정제가 된다.

봄 내내 열심히 가꾸었던 채소들이 이제 풍성하게 익어간다. 깻잎, 고추, 가지, 대파, 초당옥수수, 당근, 방울토마토, 수박이 잘 자라고 있다.


비 오는 날 자주 듣던 노래들도 있다. 학창 시절 자주 듣던 Uriah Heep의 Rain과 The cascades의 Rhythm of the rain이다. 지금도 비가 오면 이 노래들을 하염없이 듣고 싶어진다.


비의 종류도 다양하지만 그중에서 좋아하는 비는 안개비 이슬비 보슬비처럼 가늘게 내리는 비다. 그런 비를 맞으며 숲길을 걸으면 저 숲길 모퉁이에서 사랑하는 사람이 걸어올 것만 같다.

현실은 노루나 다람쥐, 새들이 전부지만 아무래도 좋다. 비가 내리는 숲의 향기 현실이 아닌 이상의 세계로 나를 초대한다.


그러나 지금은 장마철. 언제 폭우가 쏟아질지 모르니 늘 조심조심 안전하게 다니시길..

안개비 내리는 사려니 숲길


텃밭에서 따온 잘 익은 방울토마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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