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Day + 4
조금 나아진다.
그립지만 농도가 옅어진다. 아주 조금.
무게가 덜어진 듯 숨이 더 들어간다. 아직 완전하진 않다.
오늘은 일이 잘 붙는다.
직원들과 가볍게 농담을 주고받고, 자리로 돌아와 화면을 본다.
그래도 너는 일상 사이사이에 끼어든다.
문득 떠오르고, 우리가 지나던 길을 지날 때, 예고 없는 선물처럼 생각이 온다.
포장을 뜯기도 전에 사라지지만.
점심엔 분위기 좋은 카페.
창가 자리. 라떼 거품이 둥글게 일어선다.
맞은편 도자기 공방에 들른다. 유약 색이 고요한 잔들이 선반에 줄지어 있다.
에스프레소 잔을 집어 들고, 12월 네 생일에 아무렇지 않은 척 건네는 상상을 해 본다.
웃음이 먼저 나오고, 잔을 내려놓는다.
가끔은 바늘 같다.
아무 생각 없이 있다가도 콕 찌르듯 아프다.
감정은 풍선일까. 한 번 터지고 다시 차오른다.
마음이 늘어난다. 다음에 터지면, 그때는 조금 더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
여전히 보고 싶다. 아무렇지 않은 대화를 나누고 싶다.
그런데 점점 인정한다. 우리는 이어지지 않는다는 걸.
이게 인정인지 체념인지는 잘 모르겠다. 이름은 아직 없다.
어제는 지난 글을 몰아 쓰며 마음이 요동쳤다.
오늘은 오늘 분량만 쓴다. 확실히 낫다. 나아야만 한다.
조금 나아졌다. 여전히 그립다. 둘 다 사실이다.
이 두 사실이 싸우지 않도록, 등을 기대고 숨을 고른다.
오늘은 야근을 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