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Day + 3
오늘은 글을 쓰기 시작한다.
감정이 한꺼번에 올라와 버티기 어려워서, 도망칠 곳처럼 자리를 만든다.
방법을 찾다 보니 결국 글이었다.
원래부터 쓰고 싶었던 건지, 말하듯 쏟아내려는 건지 모르겠다.
다만 문장을 적고 고치는 사이에 마음이 한결 가라앉는다.
그리움을 조금 더 마주 본다.
오늘은 ‘조금’이 두 번 붙는다. 아주 가까이까지 갔다가, 스스로를 한 걸음 뒤로 빼 본다.
일도 최근 이틀보다 덜 낯설다. 무뎌지는 건지, 고통에 익숙해지는 건지, 아직은 모르겠다.
친구들 앞에서는 감정을 덜 흘린다.
예전처럼 농담을 건네고, 웃고, 밥도 제맛으로 씹는다.
그래도 여전히 어렵다. 마음이 일어설 때마다 잠깐씩 미끄러진다.
오늘은 야근을 한다. 사실 업무가 그만큼 많은 날은 아니다.
집에 늦게 들어가면 너를 덜 떠올릴 것 같아, 시간을 일부러 늘린다.
개인적인 시간을 줄이면 괜찮아질까 싶어, 억지로 일을 붙든다.
억지로 시간을 삼키고, 억지로 괜찮아진다.
오늘은 그녀의 이직 첫 출근날. 사실 궁금하다.
제시간에 도착했을지, 팀 사람들은 어떤지, 잘 적응할 수 있을지. 궁금함이 빽빽하다. 틈이 없다.
내 몫이 아닌 관심이라는 걸 알면서도 내려놓기가 쉽지 않다.
기회라는 단어가 스친다. 아무 일 없던 척 친구로 지냈다면 언젠가 내 차례가 왔을까.
너의 시선이 친구에서 연인으로 옮겨 갔을까. 가슴은 그렇다고 말하고, 이성은 고개를 젓는다.
지금은 이성 쪽에 손을 얹는다.
그래서 다시 쓴다. 두서없고 어색해도, 조금씩 기록하며 나를 푼다.
오늘의 생각을 한 줄씩 접어 말리고, 메모에 디데이를 기록한다.
언젠가는, 정말 기회가 된다면, 이 글을 너에게 보여주고 싶다.
같은 내용을 나란히 읽으며 나는 조금 부끄럽겠지.
너는 내가 얼마나 진심이었는지 알아주고, 둘이 마주 보고 웃는 상상을 한다.
아직 니가 보고싶다.
나와 대화할 때 웃었던 목소리가 그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