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Day + 6
첫 주말. 날씨가 맑다. 햇빛이 침대를 얇게 밀고 들어온다.
지난주 같은 시간과는 온도가 다르다. 겉은 따뜻한데, 마음은 서늘하다.
지난주는 행복했다. 네가 있었으니까. 오늘은 아니다. 이불에 눌려 누워만 있다.
할 일은 많다.
밀린 외주, 개인 작업, 정리하지 못한 파일들.
해야 한다는 사실은 분명한데, 손이 가지 않는다.
몸은 정지해 있고, 머리는 천천히 가라앉는다. 모래주머니처럼.
“일어나서 작업해.” 안쪽에서 작은 목소리가 올라온다.
들리는 듯, 안 들리는 듯. 그래도 일어난다. 억지로 몸을 일으킨다.
식사를 생각한다.
나는 평소에 요리를 좋아한다. 원하는 걸 원하는 맛으로 만들 수 있으니까.
그런데 오늘은 의욕도, 입맛도, 냄새에 대한 기대도 없다.
냉장고에서 잡히는 대로 꺼내 대충 먹는다.
너는 맛있는 걸 먹었으면 좋겠다, 하는 생각이 지나간다.
아무것도 한 게 없는 것 같은데 벌써 저녁이다.
쉬었나. 쉬었다고 부를 수 있나.
몸은 아무것도 하지 않았지만, 마음은 하루 종일 무거운 박스를 옮긴 듯 지친다.
어딘가 깊은 곳으로 끌려가는 느낌. 발목까지 물이 차오르는 기분.
우연히 SNS를 연다. 네 글이 하나 올라와 있다.
조명이 낮은 레스토랑. 유리잔, 접시, 흐릿한 음악.
나와 상관없는 장면. 알면서도 스친다.
남자와는 아니었으면, 하는 미성숙한 바람이 머릿속을 통과한다.
아직 아무렇지 않게 보기 어렵다. 아무렇지 않은 게 아니다.
미련이 남는다. 나는 참 미련하다.
시간이 해결한다는 말을 붙잡아 본다.
해결하겠지. 다만 시간이 많이 들겠지.
생각은 잡다해지고, 잡다함은 다시 피로가 된다.
내일도 할 일은 많다. 동시에 약속은 없다.
오늘과 비슷할까 봐 조금 두렵다.
두려움이 크진 않지만, 잔잔하게 이어진다. 끊기지 않는 배경음처럼.
창밖은 파랗게 저문다.
몸은 쉬었고, 마음은 하루 종일 노동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