쉽지 않은 고잉 그레이(Going Gray)
3번 진료실 앞에 앉았다. 출입문 옆에 있는 디지털 기기 화면에서 진료할 의사 선생님의 영상이 송출되었다. 참 젊고 훈남이라 생각하며 보고 있는데, 왼쪽 옆에서 날 보는 시선이 느껴졌다. 무언의 신호를 보내 불편함을 내색할까 하다가 참고 있었다. 잠시 후 오히려 옆에서 어깨를 툭툭 두드렸다. 고개를 돌려 보니 내 나이 또래의 여자분이었다. 몹시 난감하고 어색한 표정으로 말했다.
“머리는 왜 그렇게 계세요?”
내 은발의 머리카락을 검게 염색하지 않고 그냥 다니는 게 궁금하다는 질문이었다. 웃으며 답했다.
“자신감?”
하얀색 긴치마를 입고 집을 나섰다. 오랜만에 만나는 친구들과 모임이었다. 우체국 사거리를 지나 실개천을 들뜬 마음으로 걸었다. 약속 장소에 거의 다다랐을 때였다. 건너편의 식당을 바라보며 몸을 돌려 걸음을 떼어 놓는 순간 휘청하며 균형을 잃었다, 넘어지지 않으려 안간힘을 썼지만, 오히려 애쓴 만큼 더 볼썽사납게 넘어졌다.
보도블록이 가라앉아 있었다. 지면보다 낮게 움푹 파인 곳을 딛고 넘어지면서 무릎을 찧었다. 사방을 둘러보았다. 나를 본 사람이 없기를 바랐다. 평일 저녁이라 거리는 한산했으나 나의 바람과는 달리 누군가가 보였다. 한 젊은 여성이 크게 외치며 나에게 달려오고 있었다.
“괜찮으세요?”
오, 이런. 노인이 크게 넘어졌다고 생각해 걱정하며 달려오는 것이 틀림없었다. 은발의 내 머리카락 때문이었다. 부끄러움을 무릅쓰고 필사적으로 일어섰다. 그리고 손사래 치며 그녀를 향해 외쳤다.
“괜찮아요! 괜찮아요!”
그녀가 달려오다 멈추었다. 마음이 놓였다. 그때부터 무릎의 통증이 시작되었다. 가끔은 부끄러움이 아픔에 우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