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비

by 지락
빗소리 들리는 마당


비가 며칠째 계속되는지 열손가락이 모라자 헤아리는 걸 그만두었다. 높고 푸른 하늘이 가을의 상징인데, 아무래도 가을이 표정을 바꾸려는 게 아닌지. 무겁게 내려앉은 먹구름을 보며 이 불안한 상상이 현실이 되지 않기를 간절히 바랐다.

빗속에서도 도리 마을의 수백 그루 은행나무는 노랗게 물들고 있을게다. 서악마을의 구절초도 물기 머금고 활짝 피었을 테지

노래 속 가을은 편지를 쓰겠다고 마음을 다지고, 모르는 여자도 아름다워 보인다는데 내 가을은 아직 빗속에 숨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