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전취식 사건에서 과학수사
유난히도 더워 폭염경보가 매일 아침 알람처럼 울렸던 올해 여름이 지나
추석 연휴를 바라보는 가을이 다가오고 있다
선선한 가을바람을 맞으며 이맘때 도로에 깔리는 야장(야외장터) 테이블을 바라보면
조만간 무전취식이 폭주하겠단 생각도 든다
무전취식, 소위 먹튀라 불리는 사기 범죄
설마 요즘같이 CCTV와 편리한 전자결제 시스템이 쏟아지는 시대에
식사를 하고 결재를 안 하고 가는 사람들이 있다고? 생각할 수 있다
안타깝지만
꽤, 많다
물론 술에 취해, 다른 일행이 결재했을 것이란 착오등 의도치 않은 미결재 사례가 발생한 경우도 있지만
자처해서 무전취식(먹튀)을 하는 사례도 빈번하게 일어난다
피해 대상 업소는
일반 음식점, 술집, 노래방, 유흥업소인 나이트클럽 등
분야가 따로 정해져 있지 않은 다양한 종류의 업소들이다
그렇다면 왜 과학수사를 이용할까?
어떻게 과학수사를 이용할까?
우선 모든 사장님들이 손님들이 당연히 무전취식을 할 거란 생각으로 장사를 하지 않는다
그렇기에 방문 손님들의 인상착의, 성별, 나이대, 총 인원수, 방문 후 식음한 총 시간 등 정보를 머릿속에 전부 남겨놓지 않는다
이 상황에서 CCTV도 없거나 촬영되지 않으면 피혐의자들의 신원을 특정하긴 여간 어려운 게 아니다
잠시 자리를 비웠을 거란 생각에 치우지 않은 테이블을 바라보다 무전취식이란 사건의 피해자란 생각이 들며 112 신고를 할 즈음엔
피혐의자들이 먹고 남기고 간 음식과 식사 중 사용할 수밖에 없는 술병, 술잔, 식기, 물 잔만 남겨진다
이때 과학수사를 적용한다
사람은 손을 사용하는 동물이다
음식을 먹을 때도 마찬가지다
피혐의자들이 무의식 중에 손으로 만지는 술병, 잔들, 식기류들에서 지문과 유전자는 남을 수밖에 없다
과학수사 요원들은 피혐의자들이 식사를 한 테이블 위 놓인 물건들의 표면에 남겨진 흔적으로 신원을 찾아가는 거다
현재는 무전취식의 경우 경미범죄로 유전자 감식을 시행하지 않아, 지문 감식만 시행한다
(유전자 감식은 시료 1개 분석당 약 8~10만 원의 금액이 소요되어 무전취식의 경우 유전자 감정을 받지 않는다)
가장 많이 감식하는 물품들은 술병(소주병, 맥주병), 술잔(소주잔, 맥주잔, 양주잔 등), 물 잔(플라스틱 컵, 스테인리스, 종이컵 등) 종류다
피해자들이 영업을 하는데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도록
감식 과정 중 약품 처리 시 돌려주지 못할 감정 물든 최대한 배제하고
페기해도 되는 물품들을 수거한다
수저, 젓가락, 포크와 같은 식기류는 지문감식에 적합하지 않다
식기를 사용할 때 관찰해 보면 알겠지만
손가락 끝 지문의 부분이 거의 닿지 않아 신원특정할 융선이 유류 되지 않는다
술병, 물 잔, 종이컵과 같은 물품들이 지문감식에 적합하다
그렇다면 지문을 채취한다면? 어떻게 신원을 확인하는가?
이전에 설명한 주민등록법 기반 지문검색 시스템(AFIS)을 이용한다
(한 땀 한 땀 지문 분석을 사람이 해야 한다)
안타깝게도 본청 소속 지문감정관은 사기(무전취식) 사건의 지문을 성의 있게 찾아주지 않는다
어떠한 이유인진 모르겠지만
경찰청에서 지문감정관의 수를 현저히 줄여 지문 분석, 감정 시일이 길어졌다
해결책으로 나온 방안은 중요사건 죄명 우선순위를 정해
경미한 사건 측에 들어가는 사기(무전취식) 사건으로 분류해
결과적으로 2~3달이 지나도 감정 결과가 회보 되지 않는다
덕분에 감정시일을 줄이기 위한 방법으로 현장 감식요원들에게 실적 운운하며 지문 검색, 감정 업무 실력 향상 노력의 압박을 가하기도 한다
그래도 현장감식에서 지문이란 분야는 떼려야 뗄 수 없는 신원특정 영역이기에
영화처럼 1초 만에 신원특정! 또는 상상만큼 짧은 시간은 아니지만
열과 성을 다해 신원특정을 해낸 단건 알아주길 바란다
요즘같이 모두가 살기 힘들다는 경제 불황기에
자영업자분들에게 무전취식이란 사건이 발생하지 않는 게 최선의 방법이지만
만약 피해자로 신고를 하신다면 '절대' 해당(테이블 위) 물품들은 손대지 않는 것을 추천한다
만에 하나 피혐의자가 품질 좋은 지문을 유류해 몇 분 또는 몇 시간 만에 신원특정을 할 수 있어
빠르게 음식값이라도 보상받을 수 있을 테니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