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 그 이후] 정신질환자란 편견

그들도 사람이다

by 흔적기록가


최근 넷플릭스에서 <궁금한 이야기Y>라는 프로그램 업로드 창을 보았다

아무 생각 없이 취재거리가 끊이지 않구나 란 생각과 함께 재생을 해보았다

다양한 사람들의 삶과 갈등 문제 에피소들로 꽤 재미있게 시청하는 프로 목록으로 저장까지 하게 되었다


문득 '왜 저렇게 정신질환자가 많을까?', '마음이 아픈 사람들이 꽤 많네?'란 생각이 들면서

경찰이란 직군에서 집적적인 112 신고 출동 부서가 아니라 체감하지 못하는 거였단 걸 다시 한번 깨닫고

지구대, 파출소, 형사, 수사, 여청수사 등 출동 부서 근무자들의 노고가 많다는 걸 짐작할 수 있었다


그러다 몇 년 전 나도 저런 사람 만났단 걸 기억이 났다


아주 무더운 여름날

사무실에 차량으로 이동시 편도 1시간이나 소요되는 출동 현장이었다

그날 유난히 덥다고 느꼈지만 쉼 없이 감식(과학수사) 현장 출동을 요청하는 경찰관들이 많았기에

점심을 겨우 먹고 이미 바닥난 체력 상태로 다음날 아침 퇴근 시간까지 사수(상사)와 2명이서 한 지역 감식(과학수사) 요청 건을 모두 뛰어야 하는 현재 근무 체제를 원망하고 있었다

정신력과 책임감으로 사수(상사)와 번갈아가며 신고 출동을 나가며 문제의 그 정신질환자의 집을 방문하였다


한적하고 조용한 동네였다

산 아래 외길로 들어가니 편의점도 없는 작은 마을에 위치한 건물들 앞 시동이 꺼진 순찰차 1대가 눈에 띄었다

'우리 불러놓고 어디 간 거야?'라는 짜증을 참으며 분명 차량 근처에 있을 경찰관들을 찾고 있던 중

저 멀리 골목길 끝에서 행색이 초라한, 아니 전쟁터 빈민가에서 튀어나온 듯한 떡진 머리와 지저분한 차림새의 중년 커플을 발견하고

거리가 가까워지는 것을 눈으로 보지 않아도 체감할 수 있다는 걸 느끼며 신경이 예민해지고 있었다


사수(상사)는 아랑곳하지 않고 현장 주변을 탐색하며 현장 사진 촬영을 하고 동시에 출동 경찰관을 찾고 있었다

그러던 중 한 건물에서 나오는 경찰관 2명이 땀을 뻘뻘 흘리며 우리에게 다가왔다

자세한 신고 내용과 범죄 혐의점 등 간단한 사건 내용을 파악하려고 했는데

경찰관들이 작게 말해야 한다며 구석으로 이동하자고 했다

신고 내용은 '주거침입' 의심

성명 불상의 피혐의자가 빌라 건물에서 피해자 주거지 현관문을 열려고 시도하고 열리지 않으니 택배를 다 부셔놓고 건물 밖 가스 배관으로 기어올라와 창문으로 침입해 집안이 난장판이 되었다고 한다

하지만 그 말끝엔 '하루에도 몇 번씩 신고하는 분이에요, 무전으로 과학수사팀 바쁘신 거 들었는데 오늘따라 대응이 안 돼서 확실하게 하기 위해 요청했습니다. 죄송합니다'라고...

이게 무슨 소리일까 싶어 피해자를 만나야겠다 하니 아까 그 빈민가 행색의 커플이 피해자란다

황당했다


'그래, 피해자는 무서웠을 거야, 이야기부터 들어보자'


건물 밖, 안 모두 건물 관리용 CCTV 설치되어 있었고 피해자 주거지 현관문 위 사비를 들여 설치한 개인 CCTV 카메라가 부착되어 있었다

우선 CCTV에서 확인되는 내용을 물어보니

피혐의자가 건물 분전함을 열어 건물 관리용 CCTV와 연결된 전선을 끊었고 피해자 주거지 현관문에 설치된 CCTV에 안 찍힐 만큼 빠르게 움직였다는 거다

안 찍혔지만 CCTV에 동작감지 센서가 움직여 저장된 영상 기록들이 증거란다

전자 도어록도 CCTV에 촬영되지 않는 전자파로 열고 빛의 속도로(정확하겐 CCTV의 프레임 수 사이에 찍히지 않을 속도) 들어왔을 거

주거지 내부에서 변동된 점이나 발견한 점은 피해자가 잠을 자는 사이 리모컨이 움직였단다, 안 쓰는 TV 리모컨이 서랍장에서 침대 위인 자신의 옆에 있었다는 거다

교묘하게 자신의 행위를 관찰하며 피를 말린단 거다

남자친구분은 사랑하는 여자친구가 거짓말을 할 리 없다며 동조하는 상황이었다


그래도 미친 사람도 바른말을 할 때가 있다는 속설을 믿어보고 할 일을 시작했다


하지만 감식(과학수사)을 진행조차 못하게 계속 지속적으로 대화를 걸고

이전에 주거지 내부에 자체 소독약이라고 뿌리고 발라 놓은 건 듣도 보도 못한 형광물질 혼합물로 우리가 사용하는 특수 광원과 약품에 혼선을 주는 등 계속된 방해에 감식은 더 더디게 진행되었다

그마저도 방해를 뚫고 감식(과학수사)을 진행하면 형광분말과 시약을 사용하면 자신들의 자체 UV 광원을 들고 다니며 돌아다니며 평가를 해댔다


결국 난 황당함을 넘어 바닥난 인내심을 뚫고 치솟은 분노가 터져 착용한 마스크 안으로 터져버려 '씩씩'거리기 일 수였다


그때 내 사수(상사)는 호통을 치기 시작했다

'나가'

다른 설명 없이 단지 그 말 뿐이었다


이 미친 피해자라는 존재들 때문에 내가 왜 혼나야 하는지 납득도 안되고 억울하기만 했다

나라는 존재의 감정 변화는 개의치 않다는 듯 사수(상사)는 피해자가 원할 때까지 해줄 수 있는 모든 방법을 동원해 감식을 진행하고 있었다


끝나고 사수(상사)에게 정말 막연하게 궁금증이 생겨 질문했다

'누가 봐도 미친 사람 같았는데 왜 번거로운 부탁을 다 들어주고 계셨냐, 안 힘드시냐'


사수(상사)는 웃으시며 '너무 힘들었다'라고 말씀하셨다

하지만 그다음 말은 내 정신상태를 꼬집는 말뿐이었다


그 사람이 미친 사람일지라도, 정신질환자더라도 그 사람은 경찰을 믿고 신고를 한 거다

몇 번의 반복신고를 해도 저 사람의 말을 들어주어야 저 사람의 두려움과 걱정이 사라질 거다

사실 오늘 우리가 그렇게 열심히 해줘도 저 사람의 두려움이 해소되었을지 알 수 없다

하지만 피해자들이 원한다면 몇 번이고 이야기를 들어야 하고 감식해야 하고 수사해야 한다

그게 저 사람들을 설득하는 것보다 더 이로운 행동일 것이라고, 꼭 과학수사가 아니더라도 앞으로의 경찰생활을 할 때 염두해야 한다고


결국 저 피해자는 감식 결과를 듣고 더 이상 민원을 넣지 않았다

어느 정도 자신이 예민했다는 등 과한 신고와 민원처리를 인정했었고

그 상황에서도 상세한 설명을 해주어 아무것도 검출된 게 없단 결과를 듣고도 이해했고 심지어 이해시켜 주어 고맙다는 표현을 해주었다


이후부터 아무리 미친 사람을 만나고 터무니없는 감식 요청을 받아도

이제는 그냥 간다


신고를 하고 출동 요청하는 데는 다 이유가 있다


정신질환자라고 다 악성민원인이 되는 건 아니다

필수 조건이란 게 성립하지 않는다

다만 자신의 말을 들어주는 사람이 매우 적다 보니

같은 주제의 민원을 여러 번 주장하며

악성민원인 취급을 받게 되는 거다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그들도 해소가 되면 악성민원인까지 가지 않을 거다


꼭 경찰이 아니고 공무원, 아르바이트 등 다양한 사람들의 삶에서 정신질환자, 악성민원인, 진상은 존재할 거다

하지만 모두가 위협적이진 않을 수 있다

분명 처음 만났을 땐 일반인 같다가도 정도가 지나쳐가는 사람들을 만날 수도 있다

물론 정신이 아픈 말 그대로 대응 불가한 정신질환자일수도 있다


하지만 모두가 그렇진 않을 것이다

그 사람들도 우리 사회에 섞여 생활하고 있었을 거다


우리와 조금 다른 행동, 말투, 행색을 통해

나도 모르게 프레임을 씌워 정신질환자, 악성민원인, 진상과 같은 편견을 씌우고 대응했던 건 아닐까?


다시금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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