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형 목맴사를 보며
같은 현장을 보아도
남는 것은 모두 다르다
나는 그 다름을 기억하려 한다
삶을 포기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다
자살이라 부르는 방법들 말이다
흔히 아는 추락, 목맴, 가스 중독, 음독처럼 고전적인 방법과
어디서 보고 배우는지 신기할 정도로
새로운 유형의 방법이 끊임없이 나타난다
그중 목맴사는 고전 of 고전 방법에 속한다
하지만 대부분 모르는 사실이 있다
사망자가 높은 물체에 끈을 묶어 목을 맬 때,
지면에서 발이 떨어져
공중에 떠야 사망에 이르는 건 아니란 거다
(이 방법은 정형적 목맴사라 정의한다)
그렇담 발이 땅에 닿아있는데 어떻게 사망한 단 걸까
발뿐만 아니다, 신체 부위 중 무릎, 엉덩이, 등까지
지면에 닿고 가깝지만, 사망하는 분들이 꽤 있다
(이 방법이 비정형적 목맴사다)
비정형적 목맴사를 선택한 사망자 모습을 본 유족들은
사망(특히 자살이란) 사실을 받아들이기 힘들어한다
다리 한번 짚고 일어나면 살 수 있었는데?
고개 한번 들면 되는데?
저게 어떻게 자살이야?
안타깝지만
과학수사 요원은
그런 선택을 하는 사망자를 보면
더 확실한 자살로 받아들인다
그들은 삶의 의지를 전부 내려놓은 사람이다
일어 설 의지, 고개 한번 들 의지를 포기한 거다
돌이킬 수 있는 방법이 가장 쉽지만 하지 않는 거다
왜 그렇게까지 선택한 지 그 분만 알 테지만
삶을 온전히 포기하는 사람만 할 수 있는 선택이다
조선시대 사망원인 조사에 사용되던
검시 기본서<<무원록>>을 보면
죽은 자 중 지면, 물체에 다리와 몸을 기대 죽는 방법을 설명한 내용이 있다
그 죽음은 대부분 확실한 자살이라고
삶의 의지가 없기 때문이라 설명한다
조선시대부터 현대까지
무엇이 그들의 삶의 의지를 내려놓게 했는지
모든 걸 알 수 없지만
단 하나는 알 수 있다
남겨진 사람들에겐 결코 좋은 영향을 주지 않는단 걸
한 사람이 삶을 포기할 때까지
곁에 있어주지 못했단 생각
들어주지 못했단 생각
외면했단 생각
앞으로 함께하지 못한단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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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을 포기하고 싶을 땐 우주를 포기한다고 생각해 보자
나의 작은 우주가
궤도를 이탈해 날아오는 소행성에 파손돼도 우주로 남는 방법이 좋을지
스스로 궤도를 이탈해 다른 사람의 우주를 파괴하는 소행성이 될지
선택이 필요하다면
전자가 더 가치 있는 선택이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