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둔형 외톨이 사망자를 보며
같은 현장을 보아도
남는 것은 모두 다르다
나는 그 다름을 기억하려 한다
어디까지를 자살이라 정의할 수 있을까?
의학적으로 사망을 분류할 땐 <사망의 원인>
즉, 자연사(병사), 외인사, 불상 등으로 분류하고
법률적으로 사망을 분류할 땐 <사망의 종류>
즉, 범죄여부를 기준으로 타살, 자살 등으로 분류한다
이 기준들을 보았을 때 어디까지를 자살이라 정의할 수 있을까?
1~2년 전이었나
정확히 기억 안 나는 추운 날로 기억된다
업무의 시작은 공용폰 벨소리가 울릴 때부터였다
112 상황실과 지구대에서 변사자로 확인되었단 전화를 받고
내용을 확인해 보니
특이할 거 하나 없는
LH 공공임대 아파트에서 지병 있는 분이 사망하는
형사가 '병사'처리하겠네 싶은 그저 그런 사건이었다
대부분 이런 사건은 형사, 유족 모두 과학수사를 원하지 않기에
나 또한 사무실에서 개인 업무를 보고 있었던 기억이 난다
하지만
1시간 넘지 지나 담당 형사님 이름이 뜨며 전화가 걸려왔다
'제가 봤을 때 범죄는 아닌데... 과수팀이 필요할 거 같아요...
사망 원인을... 모르겠습니다'
통화를 끊고 현장에서 고민하다 연락했을 형사팀이 안타까워
빠르게 출동했다
가는 중 문득
'지병이 있다 하지 않았나?'란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에이~ 베테랑 형사가 부르면 이유가 있겠지'란 생각으로 금세 바뀌었다
아파트에 도착하자마자
웅성대는 주민 무리를 헤쳐 변사자 주거지를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어? 왜 현관문이 열려있지? 추울 텐데? 좀 닫고 있지'
활짝 열려있는 현관문 안을 보니 방 한가운데
중증 치매로 보이는 노모 한분이 앉아 초점 없는 시선으로 TV를 시청 중이었다
'아... 여기가 아니구나'하며 다시 주소를 확인해 보니
그 주소가 맞았다
이게 무슨 일인가 싶어 주변을 둘러보니
저 멀리 복도 끝에서 우리를 부른 담당 형사가 웃으며 걸어오고 있었다
"미안해요, 냄새가 너무 나서 환기를 시키느라... 할머니는 몰라요"
???
'저 안이 변사현장이 맞다고?'
순간 내부를 보니 노모가 앉아있는 방이 전부였다
임대아파트 중 가장 작은 원룸형 집 형태였다
변사자는...?
형사님은 웃으며 마스크를 착용하고
방 안으로 들어가 베란다 새시 안을 가리켰다
"여기 있습니다"
노모를 지나쳐 베란다로 향해보니
온갖 오물 냄새와 부패가스, 니코틴 냄새가 오묘하게 섞여 찌든 냄새가 코를 찔렀다
(현관문만 열게 아니라... 베란다 창 전부 개방해야 했을 정도로...)
우리가 도착하기 전부터 환기를 시킨 걸 텐데
지금 내가 느끼는 눈 따가움은 뭐지? 싶으면서
변사자를 바닥에서 만날 수 있었다
변사자 주변은 이불, 전기장판, 패딩, 재떨이, 담뱃갑, 꽁초, 술병, 음료수병, 먹다 남은 음식물...
모든 물건이 뒤섞여 쓰레기장을 만들었고
그 가운데 변사자가 웅크려 자는듯한 모습으로 사망해 있었다
기괴했다
그는, 이곳이 집이었다
새시문 하나 사이로 노모와 같은 집, 다른 공간을 거주하며 생활한 거다
검시를 하는 도중 오줌으로 이불 염료가 녹아 변사자 피부까지 염색한 상황을 보고
자의적으로 이 생활을 즐기신 걸로 결론 내었다
노모는 아들이 사망했는지 모르며 당뇨약 주사를 놔줘야 한다며 걱정 중이었으니까..
그는 왜 이렇게 살았을까?
형제들은 변사자가 어느 순간부터 힘든 사회생활과
치매 노모를 돌보기 힘들다며 베란다로 들어갔다고 한다
주변과 연락을 끊고 지자체의 직원금으로 생활하기 시작해 보니
꽤 살만했나 보다
결국, 자신을 방치하는 생활로 이어져
스스로를 죽음의 문턱으로 내몬 거 같다
나는 이 변사자를 보며
의학적 사망원인은 물론 병사겠지만
법률적으론 "자살"이라 생각한다
스스로를 방치한 정도가 죽음으로 내몰 정도라면
그게 삶을 포기한 사람과 무엇이 다를까?
스스로를 소중하게 대하지 않는 사람을
누가 귀한 사람으로 대할까?
그 누구도 삶을 대신 살아주지 않는다
힘듦을 회피하고 외면한다고
삶이 바뀌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