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수사가 천직인 것 같다: 다른 위치에서 만난 첫 변사자들
저번 글에서 내가 글을 쓰고 싶어진, 처음 글을 쓰게 된 기억을 되돌아보았다
이번 글에선 '처음, 첫' 사건이란 기억을 되돌아보았다
과학수사 요원으로 일하는 지금까지
국과수 직원, 형사의 위치에서 봤던, 그리고 과학수사 요원의 첫 변사자들을 보고 겪으며
왜 내가 과학수사를 '천직'이라 생각했는지 이야기해 보련다
'과학수사가 천직 같아요, 저에게 딱 맞아요'
라고 말하면, 항상 듣는 질문이 있다
"비위가 좋으신가 봐요?"
"공포영화나 좀비 영화 좋아하세요?"
"PTSD는 없으셔요?"
...
놀랍게도 난 멘털도 약하고 비위도 좋지 않다
과학수사로 많은 사건을 겪기 전까지 '피 냄새', '썩은 냄새', 동물사체, 물고기사체도 보기 힘들었다
심지어 음식물 쓰레기도 정리하기 힘들 정도다
또 심장은 얼마나 약한지
우리 사무실에선 내가 깜짝깜짝 놀랄 때마다 옆에서 더 놀라는 사람들이 많고
다른 사람들은 날 보며 '과학수사가 뭘 이렇게 놀라?' 하며 신기해하기도 한다
이런 사람이 어떻게 그 흉악하고 잔인한 현장을 아무렇지 않게 처리하는지 신기하지 않은가?
나도 신기하다, 그리고 그래서 더 천직이라 하고 다닌다
나는 사회생활 경험이 길지 않았다
많은 아르바이트를 했고 그중 하나가 국과수였다
국과수에서 짧게 아르바이트로 일했고
경찰에 넘어와 형사도 짧은 기간 근무했다
그리고 지금 가장 길게 일하는 부서가 과학수사가 되었다
흔치 않은 이력으로 어딜 가나 특이한 사람이라 불렸다
나조차 왜? 어떻게? 이런 경로로 인생을 살았는지 신기할 정도다
그렇게 여기까지 오게 된 경로를 되짚어 보았다
겁도 많고 비위도 안 좋은 아주 평범한 사람이 과학수사 요원이 천직이라 외치기까지 말이다
국과수에서 일하게 된 경위는 단순하다
'술에 취해서'
놀랍지 않은가?
취업 준비를 하며 아르바이트를 전전하던 중
주변에서 '야~ 국과수에 채용공고 떠있다 함 해봐~'라며 부추겨
웃고 떠들다 원서 접수 딱 반나절 전 얼큰하게 취한 상태로 이력서를 제출했다
그렇게 면접까지 불려 가 '어차피 나 안 뽑아'란 마음으로 하고 싶은 말 다하고 왔다
무모한 건지, 단순한 객기였는지, 잃을 거 없던 시기에 추억하나 만들려 했는지
그때의 나는 아직도 이해되지 않고 그저 날 좋게 봐준 연구원 분들이 감사했다
(나중에 들은 바로 채용 이유가 다른 사람들보다 안 도망갈 거 같았다더라...)
의도치 않은 행동의 연속이 채용으로 이어져 더 열심히 일하려 했다
그렇게 첫 출근날, 첫 실험시료를 받으러 부검실을 갔다
드라마에 나오던 부검실, 너무 놀랐는지 사실 기억이 희미하다
뚜렷한 기억은 부검 대상자(변사자)가 가스중독으로 돌아가셔서
나는 '폐'를 받으러 갔단 그 사실뿐이다
커다란 지퍼백에 따뜻했던 폐 두 덩이를 받아 품에 안고 온 기억이 있다
생각보다 따뜻했고, 붉지 않았고, 컸다
그리고 아무렇지 않았다
퇴근 후 가족들이 신기해할 정도였다
비위 약한 내가 '그런?'곳에서 직장생활을 해 나가니 천직이라 생각하셨단다
그렇게 나는 괜찮은 줄 알았다
하지만 국과수(실험실)는 내 천직이 아니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시료들이 '사람이었던 것'들로 보이기 시작하고 무서워졌다
어느 순간 핏덩이, 살점으로 보여 의뢰 공문을 다시 보며
'우리 집 주변만 아니어라'며 속으로 기도하고 있었다
내심 오래 버티지 못할 거란 생각을 했는지, 이직할 기회가 생기자마자 경찰로 도망치듯 이직했다
.
경찰로 이직해 실습기간 그 흔한 고독사, 병사를 접할 기회가 없었다
국과수에서 생긴 PTSD, 두려움을 숨기며 근무했다
그러다 '국과수'란 이력을 보고 당연히 '변사' 하나는 잘 볼 거라 생각했던 분들의 의견에 따라
원치 않았던 형사과에 근무하게 되었다
그렇게 첫 발령, 첫 출근날 걱정하던 변사사건 현장을 나가게 되었다
원룸에서 미성년 딸과 거주하던 미혼모
생활고를 견디지 못해 딸이 자고 있던 집 화장실에 목을 맸다
그 사실을 모르던 딸은 어떻게 직감했는지, 경찰을 불렀고 변사자를 발견하게 된 사건이었다
현장에 도착해 보니 과학수사 요원들이 도착해 사진을 찍고 감식을 시작하고 있었다
나는 사건 담당자로 현장을 보긴 봐야 하니 못 이기는 척 그 집에 들어갔다
걱정한 것보다 괜찮았다
핏덩이가 아니여선가?
누군가의 생활공간이었던 곳과 변사자 그 스토리가 이해되는 상황이라 그랬나?
그렇게 변사라는 두려움이 없어졌고
이후로 많은 사건을 접하며 PTSD도 없어졌다
그때까지 형사가 체질인 줄 알았다
하지만 그조차 오래가지 못했다
쌓여가는 사건 기록, 체구가 작은 나 같은 사람을 무시하는 피의자와 참고인의 태도
이 외에 현장에선 변사자를 봐도 그저 '기록', '일'의 하나로 보는
비인간적인 내 태도까지 즐거운 시간이 줄어들었다
그 시기가 길어질 때 즈음
과학수사 부서로 옮길 수 있었다
.
형사로써 현장에서 멀찍이 떨어져 현장을 바라보던 위치에서
직접 손, 눈, 피부로 변사자를 처리해야 하는 위치로 갔을 때
생명이었던 그 존재를 감정 없이 물건처럼 처리할까 걱정이 되었다
그리고 잊고 있던 국과수에서 PTSD, 두려움이 떠오르기 시작했다
하지만 걱정은 첫 사건에서 사라졌다
과학수사 부서에 발령 나고 일주일이 지났을까
해가 뜨기도 전, 이른 새벽 야산에서 발견된 변사자 사건처리를 위해 출동했다
현장엔 평소에 보이지 않는 소방관, 지구대 경찰관들이 모여있어 꽤 많은 사람 무리가 있던 걸로 기억한다
이유는 변사자 가까이 가며 듣게 되었다
변사자가 퇴직 예정자인 경찰관(어디 지역의 지구대장)이라고...
안타까운 사연을 듣고 소방, 경찰관들이 무심하게 돌아가지 못한 거다
변사자는 오랜 직무 생활동안 얻은 몸과 마음의 병을 이겨내지 못하고 야산에서 극단적 선택을 하신 거였다
안타까운 소식을 듣고 현장 감식, 검시를 정성껏 처리하려 노력했다
그렇게 '연민'이란 감정을 배웠다
그때까지 수많은 변사자들을 거쳐왔지만
그동안 일의 하나로만 느꼈던 그들의 존재가
'연민'이 되어 돌아왔다
그분 이후로 변사자들이 어떤 형태가 되어 내 손에 닿아도
스트레스, PTSD, 두려움으로 오지 않았다
흉물스러운 존재, 생명이 끝난 물체처럼 대하면 그 존재의 가치가 훼손하는 거 같았다
그렇게 삶의 소중함도 배울 수 있었다
내가 느낀 삶, 시간, 존재의 소중함을 사람들에게 공유하고 싶었다
그렇게 글을 쓰기 시작했다
기질 자체가 멘털 약한 나란 사람에게
누군가의 삶이었던, 생명이 사라진 그 존재가
두려운 존재에서 존중과 연민을 알려주고
나와 타인의 존재 가치의 소중함을 알려주었다
그런 '과학수사'가
나에게 무엇보다 천직이라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