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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클레어 Jan 27. 2022

돈 룩업(2021)

인간의 오만은 끝이 있을까

한 때 극장에서 살다시피 하기도 하고, 심야 영화를 보고 새벽 즈음 집에 돌아오는 건 내 일상의 한 부분이었다.

하지만 어차피 코로나 시대에 마음 놓고 영화관에서 영화를 온전히 즐기기란 나에겐 매우 어려운 일이었다.

그렇게 반년이 지나고 오랜만에 영화관을 방문하기로 마음먹었다.

내가 선택한 영화는 아담 맥케이 감독의 신작 '돈 룩업'이다.

예고편을 미리 보지 않았다면 전혀 어떤 내용일지 예측이 되지 않는 제목이다.

또한 이 영화의 작은 특징이라 하면, 바로 출연진들 리스트가 어마어마하다는 건데.

뜬금없이 아리아나 그란데? 게다가 티모시 살라메가 이 영화에도 나오네? 하며 흥미 정도는 끌 수 있겠으나

영화의 퀄리티에 비해 마케팅이 제대로 된 편은 아니니 그 이상의 매력으로 호기심을 불러오진 못했다.



거두절미하고, 아무런 기대 없이 봤던 이 영화는 생각보다 머릿속에 많은 화두를 던져주는 나의 기준에서

'좋은 영화'의 축에 속하는 영화였다.


간략하게 스토리를 설명하면 한 천문학자 대학원생이 지구를 향해 빠른 속도로 날아오는 에베레스트 크기의 혜성을 발견하고

그의 담당교수와 그녀는 이 사실을 언론과 여러 매체를 통해 알리고자 한다.

실제로 그들은 인기 티비 프로그램에 출연에 이 같은 사실을 알리지만 그 누구도 그들의 말을 신경 쓰지 않는다. 혜성 충돌까지 남은 시간은 대략 6개월 정도.


6개월이라는 시간이 흐르며 사람들은 혜성의 사실을 믿는 '룩 업'파와 혜성의 존재나 지구 종말을 믿지 않는 '돈 룩업'파로 양분화된다.


과연 어떻게 될까? 영화에 대해 말을 하자면 결말을 이야기 안 할 수가 없으니 결말을 알고 싶지 않다면

글을 읽지 않는 것을 추천한다.





결국 지구는 거대한 혜성과 충돌하고 전 인류와 지구의 생물은 종말을 맞이한다.


어떻게 보면 모 아니면 도의 결말이 나올 것이란 걸 대강은 짐작했지만

막상 이런 결말을 보니 새삼스럽게 충격적이었다. 희망의 싹을 이렇게까지 싹 뽑아버리는 재난 영화를

내가 본 적이 있었던가?


하지만 곰곰이 생각을 해보니 이 결말의 의미는 끝과 종말이 아니라 인류를 구원하는 것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 정보의 바다에서 겪는 물 부족 현상


크게는 영화 속의 대중들 작게는 영화 속 언론, 정치인들.

이들은 현 인류 역사상 가장 고도로 발전된 사회에서 살고 있지만 떠먹여 주는 정보와 진실을 보지 않고

실체 없는 것들에 집착하여 소중한 기회들을 놓친다.


굳이 앞 문장에 '영화 속의 ~들'이라고 표현했으나 지금 사회랑 대조해 놓고 보아도 크게 다를 바가 없다.

지금 현대에는 SNS 플랫폼들, 유튜브, 틱톡, 다양한 커뮤니티, 인터넷 뉴스 등등

손에 꼽으래야 꼽을 수 없는 여러 플랫폼들을 이용하며 인지하진 못하지만 하루에도 수십 개의 정보들을

받아들이며 살고 있다.

정말 웃기게도 오히려 이런 정보의 바닷속에서 사람들은 '진짜 정보'를 가려내지 못해 물 부족 현상에 시달린다. 일명 정보의 부족이라고도 할 수 있겠다.


이런 정보 빈곤 상태에 시달리지만 문제를 인식하지 못하는 영화 속의 인물들은 정말 많은 부분에서

현시대 사람들과 닿아있다.


여러 증거들을 내놓으며 사실을 전달하려는 피해자의 입장을 그저 돈 뜯어먹으려는 범죄자로 보는 사람들.

정치인의 빈말에 또 속아 아까운 한 표를 버리는 사람들. 

물론 어젠다에 대한 개개인의 의견은 자유로이 표출할 수 있겠으나 잘못된 정보가 대중성을 얻는 순간

그에 대한 피해는 모두에게 돌아오게 된다.


과연 정보를 잘못 받아들이는 것을 그냥 실수로, 자유 의지에 맡겨도 되는 걸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은 올바르게 정보를 받아들이는 공부를 하는 것은 이제 정보의 바닷속에 사는 우리가 꼭 해야만 하는 일이 된 것일지도 모른다.


바닷물에 잠겨있다고 아무거나 먹는 대신 우린 소금기를 빼고 유해한 성분을 여과해서 결국에 투명한 물을 먹어야 오래 살 수 있다.

눈앞의 짭조름한 바닷물을 계속해서 먹는다면 그 결과는 하나뿐이다.


돈 룩업에서 우리는 이런 주제를 찾아볼 수 있다. 크게는 재난 영화를 표방한 영화지만 실은 여러 주제가

현실에서 존재하는 문제들을 끌어와 녹인 부분이 많기 때문에 굉장한 하이퍼 리얼리즘이라는 생각도 든다.




- 돈이 된다면 뭐든 좋아


영화의 내용이 전개된다. 마침내 그들은 혜성 충돌을 막아낼 방법을 찾아내는데 바로 위성을 쏘아 올려 혜성의 경로를 바꿔버리는 것이다. 그러나 놀라운 결말은 아니었다. 결국 자연에서 태어나 물질을 향한 욕망으로 자멸한 인간들은 우주의 먼지로 돌아갔다.

돈을 택한 잘못된 선택으로 그들은 모든 것을 잃고 말아 버린 것이다.

이는 자본주의에 살고 있는 우리에게 큰 의문을 안겨준다. 돈에 의해 굴러가는, 돈이 가장 중요시되는 사회.

과연 이상적인 것이라고 볼 수 있을까? 이 결과는 사실 자본주의의 폐해라기보다는 '인간이 인간다운 선택'을 하지 않은 것에 대한 비극이라고 생각한다.


이것이 이 영화의 결말이다.


참으로 씁쓸하기도 한 결말이지만 결말을 보고 나는 행복했다. 오만한 자들이 승리하지 않는 결말이었기 때문이다.


- 맺으며


인간적이다. 인간적으로 살아간다. 이것의 의미는 과연 무엇일까?

모두가 이에 대한 정의를 제대로만 한다면 적어도 지금보다는 덜 골치 아픈 세상에서 살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하게 만든 영화였다.

그리고 그러려면 인간의 속성과 인간다움을 하나로 정의하지 않고 개개인이 자신의 신념에 맞게 올바른 선택을 하며 살아가야 한다는 것인데. 과연 그런 세상이 올까?


적어도 내 분수에 넘치게 살고 싶은 욕망은 어쩔 수 없다지만 인간의 도리를 최소한으로라도 하면서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영화 속 그들처럼 오만한 선택을 하지 않기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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