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할머니유튜버
오늘은 강동50플러스 센터에서 유튜브
스트리밍 강의가 있는 날이었다.
건물 앞에 도착했을 즈음,
꼭 받아야 할 전화가 와서 5분 늦게 들어갔다.
수업은 이미 진행되고 있었다.
서둘러 컴퓨터를 켜는데
구글 로그인이 안 된다.
며칠 전 계정이 여러 개가 얽혀서
두 개를 삭제했던 게 문제였나보다.
유튜브와 연결된 아이디 찾느라 버벅대며
스트레스 받고 있는데
옆에 앉은 사람이 뭘 물어본다.
그 정도는 알 만한 거여서 대답해주었다.
"어머, 유튜브 잘하시나 봐요."
마스크 위로 잔주름과 함께 눈웃음이
인상적이었다.
중간 휴식 시간에 내 전화번호를 알려달라며
전화기를 내밀었다.
성격이 밝고 서글서글한 사람이었다.
자신은 작년 가을에 유튜브를
시작했다고 한다.
50플러스 유튜브 반에서 제대로
배운 것 같았다.
"언제 시작했어요? 처음에 어디서 공부했어요?"
"저는 그냥 혼자 시작했답니다."
"아니 어떻게 혼자 했어요? 나이도 있어 보이는데."
"그러게요. 처음부터 체계적으로 배우고 시작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요."
두 시간 수업 끝나고 나오는데
집 방향이 같았다.
그 사람이 운동 삼아 걸어가자는 제안을 했다.
쉴 새 없이 얘기를 하니
나는 심심할 겨를이 없었다.
그런데 자기는 암 수술을 한 환자라는 말을
아무렇지 않게 웃으며 했다.
난 놀라서 걸음을 멈추고 얼굴을
바라보았다.
수술한 지 일 년도 안 지났다는데
어쩌면 저리 명랑할 수가 있을까.
직장 정년퇴직할 무렵
유방암 2기 수술을 하고 집에서
쉬고 있다고 한다.
그러면서 유튜브를 시작하게 됐다는 것이다.
유튜브 영상은 첫 손주에 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유튜브 시작한 동기도 손주와의
추억을 기록하고 싶어서라 했다.
손주와 가까이 살면서 자라는 모습을
영상에 담을 수 있어 행복하다는 것이다.
정년을 앞둔 1년 전에 지인에게 2억을
빌려줬다가 떼인 일로 화병이 났다고 한다.
대출 받아 줬기에 퇴직금을 다 날리고
그 스트레스가 원인이 되어
암에 걸린 것 같다고 했다.
이제는 마음 비우고 유튜브에 빠져산다는 것.
할머니가 손주에게 주는 선물이기에
마냥 즐겁다고 한다.
즐겁게 심취할 수 있는 일이 있어
암 치료도 잘 될 것 같은 예감이 든다.
유쾌한 할머니 유튜버에게 아낌없는
박수를 보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