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력은 배신하지 않는다

미친 몰입이 책이 되기까지

by 정성희



노력이 배신하지 않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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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수 화사는 배고프고 막막했던 연습생 시절을 회상하며 이렇게 말했다.


“그냥 진짜 우리가 미치면서 하는 수밖에 없는 것 같아. 내가 최선을 다하고 몰입하는 순간, 하여튼 뭐는 남아. 내가 노력한 것들이 결국 배신은 안 하더라고.”



이 말은 비단 무대 위 아티스트에게만 해당될까. 매일 아침 빈 화면 앞에 앉아 깜빡이는 커서를 마주하는 사람, 즉 ‘쓰는 사람’들에게 이보다 더 절실한 위로는 없다. 글쓰기라는 험난한 길 위에서 우리를 구원하는 것은 화려한 재능이 아니라, 바로 이 지독한 몰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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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대한 벽 앞에서 마주하는 공포


책 한 권을 쓰겠다는 결심은 설렘보다 공포에 가까운 순간을 동반한다. 수만 개의 단어와 수백 페이지의 여백 앞에 서면, 과연 이 길의 끝에 도달할 수 있을지 스스로에게 묻게 된다. 마치 화사가 “가수가 되지 못할지도 모른다”는 불안 속에서 마주했을 그 험난한 길이 눈앞에 펼쳐지는 것 같다.


그녀가 무대에 서기 위해 허기를 견뎌야 했듯, 글을 쓰는 이 역시 수많은 회의와 불안을 견뎌야 한다.


‘내 이야기가 읽힐 가치가 있을까?’


‘나에겐 특별한 재능이 없는 건 아닐까?’


이런 질문들은 자칫 손가락을 멈추게 한다



화사는 묵묵히 연습실로 향했다. 결과를 장담할 수 없었지만, 그 순간의 몰입만큼은 진짜였기 때문이다.


글쓰기도 다르지 않다. 거대한 벽을 넘는 유일한 방법은 '완성'이라는 결과에 매달리는 것이 아니다. 오늘 하루의 문장에 미친 듯이 몰입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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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여튼 뭐는 남는다’는 믿음


창작의 세계는 재능만으로 지속되지 않는다. 경쟁은 치열하고 결과는 쉽게 드러나지 않는다. 이런 구조 속에서 결국 남는 힘은 반복적인 연습과 경험의 축적이다. 심리학에서 말하는 ‘몰입(flow)’ 역시 한 가지 활동에 깊게 집중할 때 학습 속도와 성과가 비약적으로 높아진다고 설명한다.


하루 한 시간씩 특정 문체를 연습하고 독서를 요약하는 일을 석 달간 지속하자, 문장력과 구성력이 눈에 띄게 달라진 경험이 있다. 화사의 표현처럼 ‘미쳐서 한다’는 말은 극단적 몰입을 뜻하지만, 이를 구조적으로 설계하면 현실적인 도구가 된다.


몰입은 운이나 재능을 대신하지는 못한다. 그러나 재능을 성과로 전환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임은 분명하다.





어떤 날은 글이 술술 풀리지만, 어떤 날은 단 한 문장도 건지지 못한 채 자책하며 노트북을 덮는다. 특히 글쓰기를 처음 시작한 이들에게 이런 날은 유난히 잔인하다. ‘역시 나는 재능이 없어’라는 생각이 머릿속을 맴돈다.


하지만 화사의 말처럼, 최선을 다해 몰입했다면 반드시 무언가는 남는다.


오늘 쓴 형편없는 초고는 내일의 퇴고를 위한 재료가 된다. 쓰기를 포기하지 않은 마음은 다시 책상 앞에 앉을 수 있는 근력으로 단단해진다. 무엇보다 그 지독한 시간은, 나조차 몰랐던 내면의 목소리를 기록으로 남긴다.


연습생 시절 화사가 쏟아부은 시간은 단순히 실력만을 키운 것이 아니었다. 그 시간은 무대 위에서 흔들리지 않기 위한 정신적 근육을 만들었고, 자신을 믿는 힘을 길러주었다.


매일 쌓인 문장 역시 원고의 분량을 채우는 데서 그치지 않는다. 그것은 당신을 글을 쓰는 사람이 아니라, 진짜 쓰는 사람으로 변화시킨다.


책은 어느 날 갑자기 떨어지는 기적이 아니라, 배신하지 않는 시간들이 겹겹이 쌓여 만들어진 결정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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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분의 몰입이 만드는 기적


우리는 종종 거대한 결과물에 압도당해 시작조차 하지 못하곤 한다. 완벽한 환경과 충분한 시간이 주어질 때까지 미루고 또 미룬다. 그러나 화사가 보여준 몰입은 거창한 조건에서 나온 것이 아니었다. 밥값조차 없던 절박한 순간에도 놓지 않았던 오직 진실한 마음이었다.


글쓰기도 마찬가지다. 완벽한 한 시간보다 일상 속 틈새에서 만나는 ‘미친 10분’이 더 강력하다. 그 10분 동안 우리는 오롯이 나 자신에게 집중하며 진실한 한 줄을 남긴다. 당장은 앞뒤 문맥이 맞지 않는 낙서처럼 보일지라도, 그 몰입의 순간은 반드시 흔적을 남긴다. 산만했던 하루를 정리하는 평온함, 나중에 꺼내 볼 수 있는 나만의 데이터, 그리고 “오늘도 해냈다”는 작지만 단단한 자신감. 이 작은 뿌리들이 모여 결국 책 한 권이라는 나무를 키워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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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신하지 않는 문장의 기록


마침내 원고가 묶여 한 권의 책이 되는 날,

“노력은 배신하지 않는다”는 말의 진짜 의미가 비로소 와닿는다.


출간된 책이 베스트셀러가 되었는지 보다 더 중요한 사실은, 한 권의 책을 끝내기 위해 무언가에 미쳐본 경험을 내가 소유하게 되었다는 점이다. 그 뜨거운 감각은 책이 나온 뒤에도 삶을 지탱하는 단단한 뼈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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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사는 무대에서 노래할 때마다 배고프고 막막했던 시절의 몰입을 기억할 것이다. 그 기억은 그녀를 더 깊은 곳에서 노래하게 만드는 동력이 된다. 당신 역시 완성된 책을 펼칠 때마다 빈 화면 앞에서 사투를 벌였던 순간들을 떠올릴 것이다. 그리고 그 순간들이야말로 당신이 진짜 ‘쓰는 사람’이었다는 가장 확실한 증거다.


지금 이 순간, 글쓰기가 막막해 좌절하고 있는가. 가수가 되지 못할지도 모른다는 불안을 안고도 연습실 불을 밝혔던 화사처럼, 우리도 ‘책이 되지 않을 수도 있다’는 두려움을 잠시 내려놓자. 결과가 나를 배신할지 고민할 시간에 그저 미친 듯이 한 줄을 더 써 내려가는 것. 그것만이 당신만의 세계를 완성하는 유일한 길이다.


오늘도 다른 선택지는 없다.

그저, 미쳐서 쓰는 수밖에.




오늘도 행복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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