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 글 40 꼭지 프로젝트 1>
산책은 내가 유일하게 즐기는 운동이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낮이든 밤이든 동네를 휘젓고 다녔다. 걷고 나면 운동했다는 뿌듯함도 들고, 답답하던 가슴이 뻥 뚫리는 기분이 들었다. 20여 년째 달고 사는 다리 부종도 무거운 다리를 끌고 한 바퀴 돌아오면 신기하게 빠져 있었다. 그렇게 그러려니 하며 살아왔다.
그런데 이번 겨울은 내내 움츠러들기만 했다. 극심한 무기력증에 허우적대며 최소한의 움직임으로만 지냈다. 워낙 추위를 많이 타는 탓에 외출할 땐 옷을 겹겹이 껴입는다. 벗기가 번거롭다는 핑계로 한의원 가는 일도 차일피일 미뤘다.
게으름의 대가는 혹독했다.
보름 전쯤, 컴퓨터 앞에 앉아 있다가 무릎에 벼락이 치는 듯한 충격을 느꼈다. 나도 모르게 “아악” 소리를 질렀다. 무릎이 시원찮긴 했지만 그렇게 강한 통증은 처음이었다. 안에서 무언가 터지는 것 같은 고통이었다. 어떻게든 일어나 약을 바르려 했지만 다리가 움직이지 않았다. 한동안 ㄱ자로 꺾인 채 버티고 있어야 했다. 이대로 마비되면 어쩌나 하는 두려움이 덮쳐왔다. 아껴 두었던 비상약을 듬뿍 바르고 나서야 겨우 다리가 풀렸다. 움직일 만 해지자 병원에 가는 일이 구차하게 느껴졌다.
2월 하순, 창으로 들어오는 햇빛이 오랜만에 생기롭게 느껴졌다. 밖으로 나가 걷고 싶었다. 컴퓨터를 바로 끄지 못하고 우물거리는 사이 어느덧 오후 다섯 시가 됐다. 햇빛이 담벼락을 빠르게 기어오르고 있었다. 건물 위로 사라지기 전에 잡아야 했다. 부은 다리를 끌고 서둘러 밖으로 나갔다.
십 분쯤 걸으면 다리가 풀리곤 했는데 자꾸 쥐가 날 듯 저려왔다. 횡단보도를 건널 때 마음은 빨리 건너고 싶은데 무거운 다리 탓에 살짝 뒤뚱거리는 것이 느껴졌다. 나무가 울창한 공원 모서리를 돌아 성당 앞을 지날 즈음, 다리가 쥐어짜듯 뒤틀렸다.
어, 왜 이러지.
좀 가다 보면 풀리겠지.
난간을 붙잡고 안간힘을 쓰며 느릿느릿 발을 내디뎠다. 그런데 나아지기는커녕 점점 더 조여들었다. 고관절에서 발끝까지 이어진 힘줄을 잡아 꼬는 듯한, 뭐라 설명하기 어려운 통증이었다. 특히 오른 다리가 심했다. 종아리는 돌덩이처럼 뭉쳐지고 다리뼈까지 쑤시는 최악의 고통이 이어졌다.
더는 걸음을 뗄 수가 없었다. 숨도 제대로 쉬기 어려웠다. 전봇대를 붙잡고 오도 가도 못한 채 몸부림을 쳤다. 입에서는 저절로 신음이 새어 나왔다.
문득 옆에 시동이 걸린 채 서 있는 차가 눈에 들어왔다. 운전석 창문을 반쯤 내리고 담배를 피우던 남자가 나를 빤히 바라보고 있었다. 도우려 했던 걸까, 아니면 ‘별 미친 여자 다 보겠네’ 하며 재미있어하는 걸까. 알 바 아니었다. 남의 시선 따위 신경 쓰기엔 내 통증은 너무나 절박했으니까.
30분이면 충분할 거리를 두 시간이 훌쩍 넘어서 기다시피 집에 들어왔다.
집에 있는 제품으로 응급처치를 하고 나서야 발의 뒤틀림이 조금 잦아들었다. 강도는 약해졌지만 그날 밤 잠을 자는 동안에도 간헐적으로 반복됐다. 다음 날 아침, 몇 년째 다니던 한의원을 찾았다. 그사이 한의사가 바뀌어 있었다. 청년 같은 젊은 한의사는 부항과 침을 병행해 치료해 주었다.
그런데 침을 맞고 누워 있는 동안 다리 경련이 또 왔다. 나도 모르게 소리를 질렀다. 간호사와 한의사가 커튼을 걷고 급히 들어왔다. 침을 빼 달라하고, 부축을 받아 일어나 한참을 벽을 붙들고 서서 통증이 가라앉기를 기다렸다. 한의사는 어쩔 줄 몰라했다. 나 같은 환자는 처음인 눈치였다.
다리 부종과 경련으로 처음 병원을 찾은 건 사십 대 후반이었다. 종합병원에서 이런저런 검사를 받았지만 정확한 원인을 찾지 못했다. 신장과 심장을 의심했지만 병증을 규정할 만한 뚜렷한 근거는 없었다. 당시 학원 바닥에 놓인 전기선에 걸려 넘어지기도 했고, 커피를 타려다 끓는 물이 쏟아져 발목에 3도에 가까운 화상을 입은 적도 있었다. 설마 그게 원인일 리야 있겠나 싶다.
그럭저럭 부기를 견디며 그냥 지내왔다. 그런데 근래 들어 움직일 때마다 무릎에서 뚝뚝 소리가 나 신경이 쓰였다. 몇 년 전 정형외과 의사인 친구가 “이제 우리 나이면 퇴행성 관절염이 올 때야”라며 주사를 놔주던 기억이 방정맞게 떠올랐다. 지금 내 상태를 보면 인공관절 수술하라는 말 나올 게 뻔하다.
여하튼 수술은 하고 싶지 않았다.
─ 하략 ─
이후의 망설임과 고통, 그리고 결단은… 책에서 만나요.
초고라서 어떻게 변할지 모르겠지만, 여러분의 좋은 의견도 알려주시면 잘 반영할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