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1 여덟번째 날
「칠 일이 지나고 오늘」
한 사람이 가자 이어달리기 하듯, 다른 사람이 왔다. 그는 가면서 또다른 사람에게, 나를 넘겨주었다. 나는 파란 바통이 되어… 이 손에서 저 손으로… 칠 일이 지나고…
오늘은 일곱개의 태양이 뜬 날.
오늘은 일곱 나라의 언어로 종알거린다.
나는 오늘의 입을 보고 있다.
오늘은 주름치마를 입고
시장 좌판을 펼치듯 하루를 펼친다.
오늘은 뜨거운 시간, 서늘한 시간, 밝은 시간…
각자 다른 길이와 온도를 가진다.
나는 시계 소리를 듣고 있다.
밤이 가까워질수록 오늘은 점점 느리게 간다.
오늘은 뒤섞이고, 오늘은 돌기가 있고,
마주 보다가 몸이 멍청해진다.
오늘 새벽의 공기는
하얀 스카프처럼 휘감으며 속삭였지.
나를 사랑해도 좋아.
이성미 『칠 일이 지나고 오늘』# 060-061
‘바통’이 되어 이 사람, 저 사람의 손을 거쳐 넘겨지는 듯한 보통의 오늘들이 일곱 번 지나 도착한 오늘.
조금은 낯설고 이상한 ‘여덟 번째 날’이다.
오늘은 일곱 개의 태양이 뜨고, 일곱 나라의 언어로 말을 건넨다.
그렇게 시작된 오늘은 분명, 이상한 나라의 엘리스가 다녀간 자리에 놓인 듯하다.
오늘의 시간은 익숙한 감각의 규칙을 벗어나, 마치 살아있는 풍경처럼 작동한다.
오늘은 아침에 거울을 보고 치장한 듯 주름치마를 입고 있고, 그 치마는 살포시 내딛는 발걸음에도 흔들리며 주름속에 감추어 두었던 무늬를 펼쳐낸다.
그렇게 드러난 무늬는 시장 좌판에 깔린 물건의 수만큼이나 다양하다.
뜨겁고 서늘하고 밝은 오늘은 저마다 다른 온도와 길이로 흘러간다.
시계 소리와 함께 흐르던 시간은 밤이 가까워질수록 점점 느려지고 뒤섞여버려서 다른 무엇-‘멍청한 몸’-이 되어 버린다.
살아가는 동안 우리의 일상은 반복된 시간의 구조 속에서 좀처럼 벗어나지 못한다.
그러나 어느 날, 눈을 떠보면 무언가 다른 느낌,
연속성과 비연속성이 뒤엉킨 기이하게 일그러진 여덟 번째 날을 보게 될지도 모른다.
그날의 공기는 나에게 속삭여 줄 것이다.
“오늘은 너여도 괜찮아, 오늘은 나여도 좋아” 그리고, ‘나를 사랑해도 좋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