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들을 만나거나 동료들과 섞여 있을 때, 내가 느낀 감정은 단순한 소외감이 아니었다. 그것은 차라리 이물감에 가까웠다.
사람들은 이번 주말에 새로 생긴 맛집이 어디인지, 어느 브랜드의 가방이 예쁜지, 다음 휴가 때는 어디로 떠날지를 이야기한다. 그들의 대화 속 일상은 반짝거리고 가벼웠다. 하지만 나의 일상은 단 한순간도 가벼워 본 적이 없다. 내 머릿속은 온통 끝이 보이지 않는 아이의 병원비, 오늘 밤 아이의 열이 오르지 않을지에 대한 불안, 그리고 어떻게든 버텨내야 하는 가장으로서의 압박감으로 가득 차 있었다.
"요즘 어떻게 지내?"라는 평범한 안부 인사가 나에게는 가장 대답하기 힘든 질문이었다. " 그냥 그렇지 뭐"라고 웃으며 넘기지만, 내 마음의 무게를 솔직히 털어놓는 순간 분위기가 얼어붙을 것을 알기에 입을 다문다. 그들의 가벼운 고민은 나에게 사치처럼 느껴졌고, 나의 무거운 현실은 그들에게 부담이 될까 봐 두려웠다.
나와는 다른 세상을 사는 것 같은 사람들 틈에 섞여 있을 때면, 나는 자꾸만 불편해졌다. 그들이 나를 무시 해서가 아니었다. 그들의 평범하고 평화로운 일상이 나의 처절한 현실을 더 극명하게 확인시켜 주었기 때문이다.
나는 그들처럼 아무 걱정 없이 웃을 수 없었고, 내일의 날씨보다 내일의 병원비를 먼저 걱정해야 했다.
사람들 틈에서 나는 점점 말이 없어졌다. 경제적 결핍은 마음의 여유마저 앗아갔고, 병간호와 일터 사이를 오가는 고단한 일상은 나를 사회라는 지도 밖으로 밀어내는 듯했다. 나는 그곳에서 함께 웃고 있었지만, 사실은 유리 벽 너머의 풍경을 보고 있는 이방인 같았다.
가장 가까운 사람들에게조차 내 짐을 나눠 들자고 말하지 못하는 고립된 가장의 삶. 어린 시절부터 익혀온' 참는 법'과 '괜찮은 척하는 법'은 이 지독한 현실 속에서 나를 지탱해 주었지만, 동시에 나를 가장 외롭게 만드는 칼날이 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