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지 않는 서비스노동의 가치에 대한 이야기 09

콜센터,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라 말하지 말자.

by 강은희

“콜센터 업체는 가장 적은 금액으로 가장 전문적으로 만들기 위해 교육을 끊임없이 시키고 계속 채찍질을 해요. 전산이 너무 어렵고 코드나 이런 걸 다 외워야 되거든요. 업무가 너무 어려우니까 적응을 못하면 나가는 거고... 저 때 4명이 남아 있다 지금 저 혼자 남었거든요”



콜센터 기관마다 상담사가 하는 일은 다양할 수밖에 없다. 업무의 내용, 난이도, 상담 성격도 각각이고 인바운드인지 아웃바인드인지에 따라서도 다르다. 2020년부터 지금까지 내가 만난 콜센터 노동자들은 공공기관이 운영하는 콜센터에서 인바운드(걸려오는 전화를 응대) 콜을 받는 곳의 상담사들로 공공주택임대, 국세상담, 국가장학금, 도로교통과 관련한 상담과 접수를 처리하는 일을 한다.


공공부문에서 일하는 콜센터 노동자들의 직무를 분석하고 표준임금을 제시한 연구로 한국노동연구원의 2019년 ‘업종별 직무등급제 개발’이 있다. 이 보고서는 전화상담원의 업무를 정책지원상담과 고객서비스상담 두 가지로 분류하고 있다. 이 중 정책지원상담은 정책이나 기관의 사업을 이해하고 이 사업의 진행에서 발생하는 여러 문제점들을 해결하는 방안을 숙지하며 안내하는 업무이다. 내가 만난 상담사들은 이 유형에 해당한다.



정책지원상담을 하는 콜센터는 상담사들이 정책을 이해하고 응대하도록 하기 위해 입사 후 교육을 실시하고 이후에는 정기적인 시험을 치른다.

“시험은 이틀에 한 번씩 봤는데 코로나 때는 시험을 한 달에 걸쳐서 봤어요.”

“시험을 매달 한 달에 한 번씩 보고 재시험도 봐요.”

상담사가 해당 기관의 정책을 숙지하는 것은 반드시 필요한 일일 것이다. 하지만 이틀에 한 번이나 한 달에 한 번씩 시험을 치르고 시험점수로 등급을 나눈 후 등급에 따라 임금을 다르게 지급한다면? 그 시험이 상담사를 관리하고 통제하기 위한 도구로 사용된다면 그것 또한 필요한 것일까.

“등급에 콜수도 중요하지만 시험문제 하나 틀리면 등급이 떨어져요. 시험문제가 엄청나게 반영이 많이 되는데 시험문제를 내는 강사들이 관리자예요. 팀장들 출신이고. 지금도 우리가 시험을 볼 때 그들이 우리 등급이 나와요. 시험문제는 직무와 관련된 것인데 어려워요. 우리가 지금 검색을 해서 찾아볼 수 있는 내용들을 외워서 할 수 있도록 시험 문제로 내는 거죠.”


“시험 범위를 주면 그 범위 안에서만 내야 되잖아요. 근데 내는 사람이 문제를 이상하게 내기도 하고 업무에 전혀 필요 없는 테스트를 그렇게 했었어요.”



공공기관 콜센터의 운영방식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공공기관이 직접 운영하거나 민간업체에 위탁하는 방식이다. 콜센터를 직접 운영하는 곳보다 민간위탁방식이 더 많은 비율을 차지한다. 대부분의 민간업체들은 실적제와 평가제를 실시하는데 콜센터 상담사 업무스트레스의 주요 원인이기도 하다. 실적을 채우기 위해 휴게시간과 휴가를 통제하고 평가를 통해 급여를 차등지급해 경쟁을 유도하기 때문이다.

“저희가 SABCDE 등급이 있어요. 이 등급 안에 들어가는 거는 전화 콜 수, 시험 본 거, 그리고 이쁘게 목소리 했는지, 오(잘못) 안내 안 한 이런. QA평가라고 있거든요. 그리고 친절하게 받았냐 이걸 점수를 합산해서 점수대로 S등급 A등급 B등급 C등급 등으로 나눠지거든요. 그 등급별로 성과급이 다르게 지급돼요. 매달. 그래서 이 매달 SAB 받는 사람들이 바뀌면 그에 맞춰서 성과급이 차이가 생기는 거죠.”


2011년 정부가 공포한 ‘콜센터 근로자의 직무스트레스 관리지침’은 “외적으로는 실시간 모니터링으로 업무의 신속성을 평가받고 내적으로는 녹취 모니터링을 통해 상담내용의 전반을 통제받다 보니 양적으로는 빨리 통화를 마쳐서 상담 수를 늘려야 하나 질적으로는 고객의 만족도를 높이기 위해 통화시간이 길어질 수밖에 없는 모순으로 어려움을 겪는다.”라고 하며 콜센터 노동자에 대한 전자감시제도를 스트레스 유발 요인으로 지목한다.


“학생이 추가 대출을 받는다거나 학교가 바뀌면 장학금도 심사 때문에 요청권을 엄청 많이 보내는데 1분 내로 하라는데 1분 내로 할 수가 없어요. 길게는 10분도 넘게 걸리는 것도 있고 1시간 이상 걸리는 경우도 있어요. 근데 계속 제재가 들어와요.”



콜센터 업체가 실적제를 유지하는 이유는 콜 응대율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걸려온 전화를 모두 응대하지 못하고 대기자가 많거나 상담으로 연결되지 못하고 끊기는 콜이 많으면 응대율이 낮아지게 마련이다. 실적제는 전화상담을 통해 충분한 정보를 제공받고 행정상의 어려움을 해결하고자 하는 고객의 요구를 충족시키는 데에도 적절하지 않다.

2023년 서비스연맹 국세청 콜센터 지회와 함께 상담사 102명을 대상으로 고객에게 대기시간이 길다는 항의를 받는 날이 한 달에 며칠인지를 물은 결과 20 영업일 중 10.75일이라고 답하였다. 2023년 국세청 콜센터 응대율은 70%로 10명 중 3명의 고객은 전화연결을 하지 못하고 있다. 노동조합은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인력 충원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2019년 한국노동연구원의 보고서는 정책상담을 하는 공공기관의 상담사들의 직무를 분석해서 1~3 등급으로 분류하였다. 정책상담 상담사는 직무등급 중 2등급에 해당하는데 2등급의 최초 2년까지의 임금 수준을 법정최저임금의 130%로 제시하였다. 보고서의 결론과 달리 2025년 현재 민간위탁업체 소속 공공기관 콜센터 상담사들의 월급여는 법정최저임금 수준이다.

콜센터 상담사의 업무는 해당 기관의 정책에 대한 전문적 지식을 바탕으로 정책이 변화할 때마다 새로운 지식을 습득해야 하는 숙련 과정이 필수적이다. 상담사들이 최저임금만을 받으며 전자감시를 통한 실적압박과 평가에 시달리는 이유는 민간위탁 즉, 콜센터의 외주화 때문이다. 상담사들은 열악한 처우와 노동환경뿐만 아니라 고용불안에도 시달리고 있는데 이 글을 쓰는 지금 한국장학재단 콜센터 상담사들이 인력감축에 맞선 싸움을 하고 있다. 이 중 한 분과 장학재단은 공공기관이라서 해고 같은 건 없을꺼라 10여 년 전 장학재단에 취업했는데 들어와보니 위탁업체 소속이더라는 인터뷰를 한 게 불과 지난달이었다. 꼭 필요한 공공서비스를 수행하면서도 소득, 고용, 건강 모두 불안정한 상황에 놓여 있는 콜센터노동자들의 상황을 변화시킬 책임은 위탁업체가 아닌 공공기관에게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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