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지 않는 서비스노동의 가치에 대한 이야기 08

콜센터의 감정노동, 상품이 아니다.

by 강은희

“끊을 수 있는 권리 없어요. 고객님 이렇게 욕설하시면 저희 응대 못합니다. 1번 경고하고 또 한 번 하고 그래도 욕설을 하면 그 다음에 끊을 수 있어요. 끊을 수 있는 권리가 욕 다 듣고 나서 끊을 수 있는 권리예요.”



감정이 노동이 되면 그 감정은 포장해야 할 상품이 된다. 상품이 된 감정은 내 것이 아니라 그 감정을 소비하는 소비자(고객)의 것이 되는 것이다. 상품화된 감정에 주목하여 감정노동이라는 말을 최초로 정의한 미국의 사회학자 앨리 러셀 훅쉴드는 감정노동을 “공적으로 주목받는 얼굴 표정, 신체적 행위를 만드는 데 따르는 느낌을 관리하는 것”이라고 정의하였다.

우리나라에서 감정노동이 이슈가 되고 보호의 필요성이 얘기된 것은 콜센터 노동자들이 상담과정에서 겪는 폭언, 성희롱 등이 사회문제화되면서이다. 서울시는 2016년 전국 최초로 감정노동자 보호조례를 제정하면서 감정노동이란 “고객(시민) 응대 등 업무수행과정에서 자신의 감정을 절제하고 자신이 실제 느끼는 감정과는 다른 특정 감정을 표현하도록 업무상, 조직상 요구되는 노동형태”라고 정의하였다. 실제 느끼는 자신의 감정은 절제하고 다른 특정 감정을 표현하도록 요구되는 것을 노동의 범주에 포함한 최초의 법령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산업안전공단의 감정노동자 보호매뉴얼은 감정노동자들이 표현해야 하는 특정 감정을 “친절하게 대하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이 매뉴얼에서 감정노동은 “감정노동에 종사하는 노동자가 자신의 감정이 어떻든지 사업장에서 요구하는 감정과 표현으로 고객을 언제나 친절하게 대하는 것”을 말한다. 이 매뉴얼은 노동자들의 산업안전에 대한 조치를 담고 있는 산업안전보건법에 따라 만들어진 것이다. 산업안전보건법 제41조는 고객응대근로자(감정노동자)가 고객 등 제삼자의 폭언 등으로 건강장해가 발생하거나 발생할 현저한 우려가 있는 경우 사업주가 업무를 일시적으로 중단하는 등의 조치를 취하도록 하고 있다. 이 법은 2018년부터 시행되었다.



감정노동자 보호법으로 불리는 산업안전보건법 제41조가 시행된 지 3년 여가 되어가는 2020년 말 내가 만난 공공기관 콜센터노동자들은 업무 중단 즉 전화를 끊을 수 있는 권리가 정말 있는지 반문한다.

“끊을 수 있는 권리 없어요. 고객님 이렇게 욕설하시면 저희 응대 못합니다. 1번 경고 날리고 그리고 다시 돌아와서 또 한 번 하고 그래도 욕설을 하면 그다음에 끊을 수 있어요. 바로 끊을 수 없어요. 끊을 수 있는 권리가 욕 다 듣고 나서 끊을 수 있는 권리예요.”


“고객이 욕하다가 죄송하다 그럼 또다시 시작하는 거예요. 그러면 또 하고 또 하고. 이런 거 악용하는 사람들도 있어요.”

“아직도 상담사는 1차 욕받이에 더 이상 상담사를 보호해 주지 않는 게 가장 큰 스트레스입니다.”



정부가 2011년에 공포한 콜센터 근로자의 직무스트레스 관리지침은 “감정적으로 소진되는 불만 콜을 상담한 근로자에게는 휴식시간을 제공하거나 상담업무가 아닌 다른 업무를 하도록 하여 억눌린 감정을 다스릴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라고 하여 욕설, 성희롱 등 악성콜을 받은 노동자에게 휴식을 제공하거나 다른 업무를 하면서 감정을 다스릴 수 있도록 관리자 또는 사업주가 조치하도록 하고 있다. 악성콜을 100% 차단할 수 없다 하더라도 사후조치가 잘 취해지면 좋으련만 현실은 그렇지 않았다.

“우리는 경고하고 얘기하고 끊으라고 해요. 욕설을 하면 한 번은 경고 두 번하면 끊으라고 하는데 그런 것을 상담사가 당하고 나서 전화를 끊었다. 하면 그것에 대한 배려는 없어요. 너무 힘들었으니 가서 좀 쉬어라 든 지... 그런 것 없어요. 내가 힘들다고 징징거리면 마지못해 가서 좀 쉬고 오세요 이 정도지 와서 먼저 배려해 주고 그래야 하는데”


“제거 어마어마하게 하는 욕설을 그 고객이랑 4-5분을 10분 통화하고 아주 모욕을 다 당하고 그런 콜을 받았어요. 그래서 제가 쉬겠다고 했죠. 그래서 쉬고 와서 왜 그렇게 했냐는 그 피드백 사실 다음 날 온 거예요. 쉬겠다고 했을 때 나더러 그 고객이랑 다시 통화를 하라는 거예요. 그래서 나는 무서워서 그 고객과 다시 통화 못 하겠다고 하니까. 왜 못하겠다고만 하세요. 너 업무 불이행이다라고 스트레스를 주더라고요. 관리자의 갑질. 그날 제가 너무 열이 받아서 밤을 꼬박 새웠어요. 그다음 날 나는 업무를 못하겠다. 속도 너무 쓰리고 밤에 잠도 못 자고 연차를 사용하겠다고 메시지를 보냈는데 답변이 없어요. 팀장한테. 연차도 안되면 반차라도 쓰게 해달라고 했더니 9시 넘어서 그럼 반차를 쓰라고 답변이 온 거예요. 관리자의 2차 피해 부분이 심각했는데 이런 2차 피해가 마치 상담상의 업무 능력인 것처럼 비하되고 있다는 거죠. 이 업무를 오래 하면 할수록 직무 스트레스 도리어 우울증을 달고 살 수밖에 없는 우울증으로 갈 수밖에 없어요. 휴식시간도 없는데 무슨 리프레시냐는 거죠.”




같은 해 335명의 콜센터상담사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는 감정적으로 소진되는 불만 콜을 상담한 근로자에게 휴식시간을 제공한다는 응답이 44.8%, 제공하지 않는다는 응답이 55.2%로 절반이 넘는 사업장의 노동자들이 욕설과 성희롱 피해를 입어도 다음 콜을 받는 상황에 놓여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설문조사 응답자 중 89%가 정부와 지자체가 운영하는 공공기관 콜센터의 노동자였음에도 이러한 결과가 나타난 것은 심각한 것이었다.


이 조치를 이행할 책임은 사업주이고 현장에서 지침을 시행하는 것은 관리자이다. 사업주는 관리자가 감정노동에 대해 이해하고 환경개선을 하도록 관리자에게 교육을 실시하도록 하고 있지만 설문조사에서 관리자교육을 실시한다는 응답은 20%에 불과했다. 80%의 사업장은 교육조차 시행하고 있지 않았다.

나는 2023년 서비스연맹 국세청 콜센터 지회와 함께 상담사 102명을 대상으로 노동환경에 대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고객으로부터의 괴롭힘에 대한 조사에서 응답자의 15%가 성희롱을 한 달 1회 이상 경험했으며 욕설과 폭언을 한 달에 1회 이상 경험했다는 응답은 80%에 달했다. 이 외에도 반말과 비하발언은 91%로 콜센터 상담사들이 겪는 인권침해는 너무나 심각했다. 이러한 행위로 인한 보호조치가 잘 이루어진다는 응답은 불과 38%였다. 2020년 인터뷰에서 한 노동자는 콜센터 상담사들의 정신건강을 걱정하였다. 2023년 국세청 콜센터 설문조사에서 고객의 괴롭힘으로 진단받은 병명을 묻자 불면증 12.7%, 우울증 5.7%, 공황장애 2.9%라는 결과가 나왔다.



이 조사결과를 정리하면서 이런 의문이 들었다. 국세상담을 하러 전화를 해서 왜 욕설과 성희롱을 하는 것일까. 공공주택 상담을 하러 전화를 해서 왜 반말과 비하발언을 하는 것일까. 도로교통공사 콜센터에 전화해서 이유 없이 욕설을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성희롱이 행해지는 이유는 상담사 대부분이 여성이기 때문일 것이다. 욕설과 반말은 고객이 우선이고 콜센터 노동자는 그런 발언을 들어도 응당 참고 친절하게 응대해야 한다는 인식이 공고히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콜센터 노동자들의 노동과정에 친절함이 반드시 필요한가. 감정노동은 현실에서 엄연히 존재한다. 하지만, 감정노동이 노동과정의 일부가 되어버린 현실을 인정하고 보호조치를 하는 것이 근본적 해결방안일까. 고객(시민)이 친절함을 필요로 하지 않고 반말, 비하발언, 욕설, 성희롱을 하는 고객(시민)에게 그런 권리를 아예 주지 않도록 법과 제도가 더 강화되어야 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