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센터, 왜 화장실을 허락받고 가야 되나요
“화장실 가고 싶어서 노동조합 만들었어요. 한 번에 두 명씩만 화장실을 가야 되는데 가려면 단체방에서 허락을 받아야 되고 화장실 간 사람이 돌아와야 다음 사람이 갈 수 있어서 오래 있지도 못해요. 그래서 노동조합 만들었어요.”
2025년 4월 2일 국회토론회에 참석한 콜센터상담사가 노동조합을 만든 이유이다.
2020년 3월 서울의 한 콜센터 사업장에서 코로나 집단 감염사태가 발생하면서 콜센터 노동자들의 열악한 근무환경이 드러났다. 가림막도 없이 밀집된 환경에서 적절한 휴식을 취하지 못하면서 일하는 콜센터 상담사들의 근무환경이 집단 감염사태의 원인으로 지목되면서 그 해 11월 정부는 사회적 거리두기 콜센터 관리지침을 발표했다. 나는 이 조치가 시행된 이후 콜센터 노동자들의 근무환경이 실제로 나아졌는지를 조사하기 위해 그 해 12월 연구팀을 구성해 12명의 콜센터 노동자를 인터뷰하고 355명에 대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연구를 위해 이전 자료들을 찾아보니 2011년부터 콜센터 노동자들의 직무스트레스를 해소하기 위한 관리지침이 시행되고 있었다. 관리지침은 콜센터 상담사들의 직무스트레스 요인으로 부적절한 작업대, 소음, 실내공기 질 저하, 부적절한 위생, 관계갈등, 전자감시제도, 감정노동, 언어폭력 등이 존재하며 이를 예방하고 관리하기 위한 노력 중 하나로 휴식에 대한 기준을 제시하고 있었다.
관리지침은 콜센터 상담사의 휴식에 대해 “1시간마다 5분의 휴식 또는 2시간마다 15분 휴식할 것. 근로자들이 자신의 휴식시간을 선택할 수 있어야 하고 화장실에 가거나 물을 마시고 싶을 때는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어야 하며 고객과 힘든 상담을 한 경우에는 휴식을 취할 수 있도록 한다”라고 안내하고 있다.
이 지침은 잘 지켜지고 있을까.
“화장실도 13명이 근무를 하는데 성수기에 30명이 근무를 해도 한 번에 두 명밖에 갈 수가 없어요. 그게 표시가 되니까. 두 명 이상 자리를 뜨면 안 돼요.”
“근무한 지 10년 되었어요. 화장실 가는 게 제일 불편했어요. 사실 이게 습관이 되어서 집중기든 비집중기든 오래 앉아 있는 게 습관이 돼서 어쩌다가 화장실 가려고 한 번 일어서면 지금 이석 몇 명입니다 하고 팀방에 제한을 하는 거예요. 화장실 한번 갔다 오는 것도 너무 화가 나더라고요.”
2020년 12월은 직무스트레스 관리지침이 시행된 지 10년이 되어가던 때이지만 자유롭게 화장실을 가야 한다는 지침은 현장에서 지켜지지 않고 있었다.
관리자들은 더구나 화장실 가는 시간과 횟수를 가지고 상담사들을 지적하고 훈계하는 등의 인격모독까지 행하고 있었다.
“휴식이 2명 되어 있는데 누가 그걸 못 보고 가려고 하면은 휴식 3명이라고 막 소리를 질러요. 화장실 가다가 뛰쳐 들어오고. 어떤 사람이 화장실 자주 가는 사람이 있었는데 팀장이 방광을 늘려라. 이뇨작용이 많은 차들은 마시지 말아라. 그런 식으로 이야기를 하더래요.”
“저는 하루에 점심시간 빼고 8시간 일하는데 하루에 화장실 다녀오는 시간을 34분을 썼다고 불려 가서 어떻게 이렇게 많이 썼냐고 혼난 적이 있어요. 저는 화장실 가다 보면 연차가 되다 보니까 지나가다가 사람들이 물어보고 하면 좀 시간이 길어지기도 하거든요. 그런데 34분을 썼다고 불러가서 우리는 휴식 시간이 없다고 앞으로 그렇게 많이 사용하지 말라고 그렇게 피드백을 받았다니까요.”
해당 연구의 설문조사에서 콜센터상담사 335명에게 직무스트레스 관리지침의 휴게시간이 잘 지켜지는지를 물었다. 조사 결과 1시간에 5분 이상의 휴식 또는 2시간마다 15분의 휴식시간을 지킨다는 응답은 26%, 휴식시간을 선택할 수 있다는 응답은 32%에 불과했다. 응답자의 18.9%는 최근 1년 사이에 방광염을 진단받았다고 응답했는데 방광염은 수분섭취가 제한되거나 화장실을 자주 가지 못할수록 발병률이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뇨작용이 많은 차를 마시지 말아야 하며 한 번에 두 명 이상 화장실 가지 말아야 하는 콜센터 노동자들은 방광염의 위험에 상시로 노출될 수밖에 없다.
나는 2023년 9월 국세청 상담사 콜센터 102명을 대상으로 노동환경에 대한 설문조사를 실시한 적이 있는데 이 조사에서는 응답자 중 14.7%가 방광염을 진단받은 사실이 있다는 결과가 나왔다. 몇 해가 지나도 현실이 바뀌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콜센터 노동자들은 자유로운 휴게와 화장실 갈 권리가 보장되려면 권고에 그칠 뿐인 지침이 아니라 휴게시간 의무화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지침은 지킬 이유가 없어요. 휴식시간을 하루에 한 시간 강제부여를 해야죠. 점심시간 제외하고. 그럼 사람들이 그 한 시간을 다 쉬냐. 화장실도 가고. 민간기업에서는 화장실 포함 1시간 절대로 그 시간을 휴식시간을 주지 않아요. 권고는 아무 의미는 없어요.”
“권고사항은 아무 소용이 없어요. 제가 봤을 때 점심시간 1시간 아닌 곳 진짜 많거든요. 콜센터 점심시간 대부분 1시간 아닌 곳이 많아요. 공공기관 정도 되어야 1시간 확보가 되는 거지 민간기업은 없어요. 휴식시간은 진짜로 확보 안 되니까. 진짜로 8시간을 풀로 일하는 데도 많거든요.”
인간은 존엄한 존재이다.
콜센터 노동자들은 인간이다
콜센터 노동자들은 존엄한 존재이다.
너무나 당연한 말이다. 인간 누구에게나 보편적으로 보장받아야 할 가장 기본적인 권리가 짓밟히는 것은 당연하지 않다. 나는 콜센터 노동자들이 기본적 권리를 보장받기 위해 노동조합을 만든 행위에서 인간의 존엄함을 보았다. 누구도 보편적인 인간의 권리를 빼앗을 권리는 없다. 쉼 없이 콜이 울리고 고객이 대기한다는 이유로 기본적 권리를 제한하고 인격을 모독할 권리는 어디에서 주어진 것이란 말인가.
민주노총, 2023년 콜센터노동자 건강권 실태조사 결과 발표 기자회견 열어 경력단절, 실적압박, 저임금 불안정노동에 쉬지 못하는 여성노동자 방광염, 성대결절, 정신질환 등 비교집단에 비해 10배 이상
[노동과 세계 2023.07.26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