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지 않는 서비스노동의 가치에 대한 이야기 06

라이더에게 없어서는 안 될 노동조합

by 강은희

“플랫폼노동자는 갈갈이 찢어져서 하는 개별 노동의 성격이 강해서 어떻게 서로 간의 연결고리를 가져가야 될까, 어떻게 만나야 될까 하면서 노동조합을 만나게 되었죠”



플랫폼노동자는 디지털 플랫폼을 통해 일하는 사람을 말한다. 스마트폰에 앱을 깔고 필요한 서비스를 요청하면 디지털 플랫폼은 서비스를 제공해 줄 노동자를 구매자와 연결해 준다. 배달, 대리운전, 가사서비스, 돌봄 서비스뿐만 아니라 교육과 상담, 창작활동, 컴퓨터 작업 등 다양한 영역에서 플랫폼노동자가 일하고 있다. 플랫폼노동자를 크라우드 워커(Crowd Worker)라고 부르기도 하는데 디지털플랫폼에서 구름 떼로 모여 일거리를 기다린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물방울 하나하나가 모여 함께 흘러가는 구름 떼와 달리 크라우드 워커는 제공받은 일거리를 혼자 수행하고 다음 일거리를 혼자 기다려야 한다. 고용노동부의 2023년 플랫폼종사자 실태조사에 따르면 88.3만 명이 플랫폼노동을 하고 있는데 이 중 절반 정도인 48.5만 명이 배달과 대리운전 노동자이다.



2023년 배달노동자 인터뷰 중 마음을 울리고 오래도록 남는 이야기가 노동조합을 하는 이유에 대한 것이었다. 1주에 6일, 하루 10시간에서 12시간씩 배달노동을 하면서도 그 외의 시간을 내서 노동조합 활동을 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배달라이더에게 노동조합은 왜 필요한지에 대해 물었다.


“일하는데 필요한 것도 있고 애로사항도 있고 받을 수 있는 혜택도 못 받고 부당한 대우를 받기도 하는데 노조가 아니면 이런 요구를 할 수가 없어요. 개인이 할 수가 없으니까”

“개인이 회사에다가 무슨 말을 하려고 했을 때는 안 통하잖아요. 가장 큰 게 내가 뭔가 원하는 게 있거나 내가 바라는 게 있거나 내가 어떤 실수를 했을 때 나를 대변해 줄 수 있는 거. 나 혼자만의 힘으로 안 되는데 노조라고 하는 걸 같이 할 수 있으니까요. 노조를 통해서”

우리 헌법 제33조는 근로자는 자주적인 단결권·단체교섭권 및 단체행동권을 가진다고 선언하고 있다. 노동 3권이라 불리는 3가지 중 가장 먼저 필요한 것이 단결권이다. 노동자에게 단결권이 헌법상 기본권리인 이유는 노동자가 사용자와의 관계에서 약자이기 때문이다. 인터뷰에서 만난 배달노동자들이 노동조합을 가입한 이유는 애로사항과 부당한 대우를 시정해 달라는 요구를 개인이 하기 힘들어서였다.



라이더가 겪는 애로사항과 부당한 대우는 어떤 것이었을까.


“고객이 저희한테 요청사항을 적을 때 비번도 안 적어놓고 전화도 안 받고 해서 문 앞에 놨는데 문 앞에 놓으라고 안 했는데 했다고 항의해서 계약이 해지되신 분이 있었어요”

계약 해지는 더 이상 해당 플랫폼에서 일거리를 주지 않겠다는 것으로 해고와 같은 것이다.

배달노동자들에게 콜을 배정하고 동선을 정해주는 것은 AI이다. 배달동선은 정해진 알고리즘에 따라야 하는데 이를 어길 시 콜을 주지 않거나 하는 등의 불이익을 주기도 한다. 배달노동자들은 자신들의 헬멧 위에 조정하는 거대한 기계가 있는 것 같은 느낌이라고 말한다. 콜 배정, 동선 지정, 배달료 산정까지도 알고리즘이 하는데 이 알고리즘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정작 라이더들은 알지 못한다.

“남들은 2번 3번 나가서 1만 원, 2만 원 버는데 저는 빵 원을 버는 거예요. 그럼 1시간 2시간을 버리는 거란 말이에요. 알고리즘이 이제 공개가 제대로 안 되다 보니까 이런 일이 일어납니다. 저희끼리 추측을 하게 되는데 안 들어오니까 내가 거절을 많이 해서 그런가 아니면 내가 얼마 전에 고객센터에 안 좋은 소리를 해서 그런가. 사실은 아니겠지만 이런 알고리즘을 우리가 모르다 보니까 여러 가지 추측을 하게 되고 그러다 보면 결과적으로 알고리즘의 어떤 노예 아니면 자꾸 끌려가게 되는 것 같아요.”


배달플랫폼 사는 라이더들의 애로사항과 불편한 점을 고객센터에 문의하거나 카톡창에 남기라고 안내하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알아보고 연락드리겠다는 것이었다.

“고객센터에 문의를 하잖아요. 알아보고 연락을 드리겠습니다 하고 연락이 안 와요.”

“카톡창을 운영하지만 사실상 저희가 해결할 수 없다. 이런 식으로 카톡이 오는 경우도 많아요. 그래서 전화를 하면은 다시 알아보고 전화를 드리겠습니다. 그리고는 전화가 안 옵니다. 그래서 노조를 통해서 얘기하면 그나마 좀 어떻게 답의 끝이라도 들을 수 있습니다.”



인터뷰에 참여한 라이더들은 모두 배달플랫폼노동조합 조합원들이다. 파편화되고 고립된 플랫폼 노동자에게 노동조합은 노동조건을 개선하는 곳이기도 하지만 알고리즘이 아닌 사람과 사람의 관계에서만 누릴 수 있는 보람과 긍지를 느끼는 곳이기도 하다.


“많이 힘들었어요. 제가 마음적으로 되게 힘든 이렇게 막 땅 밑으로 파고 들어가고 있는 그중에 이제 맡겨놔서 책임감으로 사실은 이렇게 나와 갖고 노동조합 일을 하고 막 그런 시기가 있었거든요. 그래서 그 어려운 시기도 어떻게 보면 노조 활동을 했기 때문에 빨리 이겨내고 내가 움직이지 않았나라는 생각도 많이 들어요.”

“그냥 재밌어요. 함께 하는 이 활동이 재밌어요. 주변에 나 아는 사람들 비노조원들한테 이야기를 해요. 같이 힘을 보태자. 같이 가자”

그리고, 배달노동의 가치가 인정되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활동하는 곳이다.

“택배처럼 완벽하게 바뀌지는 않았지만 어찌 됐든 일정 정도는 저희들을 보는 시선들이 좀 좋아지지 않았나라는 생각이 많이 들어요. 이것들이 다 노조에서 그만큼 노력을 했던 것들이기 때문에 되지 않았나라는 생각이 들거든요. 그래서 우리가 앞으로도 꾸준히 하다 보면 언젠가는 택배형들처럼 우리도 고마운 사람 이런 인식이 되지 않겠나라는 생각이 들거든요.”


배달플랫폼노동조합은 배달의 민족 등 배달플랫폼사와의 단체교섭을 통해 안전교육, 안전장비 지급, 상생지원제도 등 배달라이더들이 다 안전하게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왔다. 그러니 배달 노동조합은 없으면 안 되는 것이자 더 많은 라이더가 모이는 곳이어야 한다.

“배달 노동조합은 없으면 안 되는 거지. 우리한테 라이더들한테는 없으면 안 되는 거예요. 고참이 돼서 주변에 보니까 자기들이 받을 수 있는 혜택도 제대로 못 받고 부당한 대우를 받는 것들이 보이는 것 같아요. 우리가 노조원이고 오래됐고 이 사람들 도와줘야 될 것 같은데 그 사람들 필요한 얘기도 듣고. 우리가 일하면서 필요한 것들을 요구를 해야 되는데 노조가 아니면은 이런 요구를 할 수가 없잖아요”


2023년 6월 2일 우아한청년들과 배달플랫폼노동조합의 단체협상 잠정 합의. 이날은 홍창의 배달플랫폼노동조합 위원장과 김정훈 배민분과장이 9년째 동결 중인 기본배달료 인상을 요구하며 단식을 진행한 지 17일째에 접어든 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