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양보호사가 떠받쳐온 장기요양제도 17년
“어르신이 요양보호사의 손을 물어 살점이 뜯겨나가도 요양보호사가 할 수 있는 일은 어르신이 입을 벌리실 때까지 기다리는 것 말고는 없습니다. 나라와 국가가 책임지지 않는 요양현장을 할퀴고 물리고 뱉는 침 맞아가며 13년간 인내하면서 욕을 욕으로 듣지 않고 현장을 지킨 사람들이 바로 요양보호사 선생님들입니다.”
2021년 6월 15일, 국회에서 열린 한 토론회에서 나온 말이다. 이 토론회는 요양보호사들이 겪는 인권침해 실태를 알리고 개선책을 모색하기 위해 열렸다.
2008년 7월 1일부터 시행된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는 올해로 17년째가 되어간다.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는 치매, 뇌졸중, 퇴행성관절염 등 노인성 질병으로 혼자 생활하기 어려운 노인들의 신체활동과 가시활동을 지원해 주는 제도로 우리가 내는 건강보험료에 포함된 노인장기요양보험료로 운영하는 사회보험제도이다. 이 제도를 이용하려면 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등급인정을 받아야 된다. 가장 최근 통계자료인 2023년 말 기준 장기요양보험 인정자수는 110만 명으로 65세 노인인구 9,858만 명 중 11%가 넘는다. 65세 이상 인구가 전체 인구의 20%를 넘으면 초고령사회라 부른다. 우리나라는 2024년 12월 말 5명 중 1명이 65세 이상인 초고령사회로 진입했고 2025년 현재 20.3%를 차지한다. 노인인구의 증가는 혼자 생활하기 어려운 노인인구의 증가와 맞물려 있다.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는 급속한 고령화에 따른 가족 부양의 부담을 사회보험이라는 공적 제도를 통해 해결하기 위해 도입되었다.
장기요양기관에서 일하는 인력 중 90%가 요양보호사로 2023년 말 현재 61만 명이다. 요양보호사로 일하기 위해서는 요양보호사 교육기관으로 지정된 곳에서 실습을 포함한 320시간의 교육과정을 이수한 후 자격시험을 치러 합격한 후 국가가 발급하는 자격증을 받아야 한다. 요양보호사의 직무는 NCS(국가직무능력표준)로 표준화되어 있다.
국가가 정책을 도입하고 관련 법령을 만들고, 사회보험료와 세금을 재원으로 하며, 국가자격증을 통해 인력을 선발하는 이 같은 제도에서 일하는 요양보호사들이 요양현장에 나라와 국가가 없다는 이야기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요양노조 소속의 활동가들과 많은 연구자들은 요양현장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문제들의 원인을 장기요양제도가 전적으로 민간(시장)에 맡겨졌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장기요양제도는 우리가 내는 사회보험료와 세금(조세)을 재원으로 하는 공적 제도이지만 운영은 개인사업자, 영리법인, 비영리법인 등 민간기관이 98%를 차지한다. 나는 2021년 장기요양기관 운영 주체의 유형에 따른 노동환경, 임금 및 처우, 인권침해 등의 실태에 관한 연구의 일환으로 18명의 요양보호사와 만나 인터뷰를 진행했다.
“저는 결혼하고 나서는 아이 넷을 낳아 육아하는 동안 아르바이트 정도로만 일을 했습니다. 그러다가 시어머니와 함께 살고 있어서, 후에 어머니 케어를 위해 자격증을 따뒀는데, 지금 직업으로 일하게 되었습니다. 아르바이트도 식당일을 했었는데, 아이 넷을 기르고 나니 나이도 많아져, 일을 해야 할 때는 선택할 곳이 마땅치 않았습니다. 그래도 자격증을 가진 직업이라 이렇게 까지 힘들지 몰랐습니다.”
“처음에는 한 3개월 딱 하니까 너무 힘든 거야.... 그래서 그만두고 싶다는 생각이 절로 들더라고요. 이게 기본 뭐 해야 된다는 게 있잖아요. 쫘악 하루일과가... 이게 없는 거예요. 말로만 업무지시를 해주는 거야.... 그러니까 내가 속으로 매뉴얼이 있으면 참 좋겠다.”
“요양보호사 자격증을 따서 처음으로 00 시립 요양원에 가서 일을 시작했고요. 입사해서는 저희 가운까지 다 개인으로, 일할 작업복을 개인으로 다 사서 일을 그걸 입고 일을 했습니다. 저희가 노동조합이 발족이 돼서 그 이후부터는 신발, 그다음에 카디건 유니폼 이렇게 1년에 한 번씩 이렇게 받고 있고요.”
2023년 장기요양통계연보에 따르면 요양보호사의 평균연령은 61.7세이다. 요양보호사들이 자격증을 취득해 일을 시작하는 연령대는 보통 50대로 임신출산육아 등으로 인한 경력단절 이후 재취업을 해서 들어오는 경우가 많다. 경력단절을 겪은 중년 여성이 재취업하기에 어려운 현실에서 요양보호사라는 직업은 국가공인자격증을 가지고 일하면서 취업장벽이 높지 않다는 점에서 선호도가 높다. 하지만 막상 자격증을 취득하고 취업한 요양현장은 생각한 것과 많이 달랐다.
“근골격계 질환 이것도 있지만, 아예 입안이 그냥 거의 나지 않은 거예요. 저는 어르신들을 위한다고 해달라고 하는 거 다 해주고 이렇게 했거든요. 토요일까지. 이왕 나가는 거 한 번 보고 갈 수는 없잖아요. 그러니까 이제 하다 보니까 이게 몸이 이제 완전 딱 다운이 돼 버리는 거예요.”
“파출부... 우리는 가서 하는 일이에요. 하다못해 식사까지... 장 봐서 반찬까지 해 드리고 그거를 안 해주면 이분은 또 굶어야 될 입장이고. 목욕에서부터 해가지고 식사까지 다 챙겨서 해서 제대로 해 주고 오는 거예요. 이게 2시간 동안 빡빡해요.”
요양보호사는 일하는 장소와 기관에 따라 재가와 시설로 나뉜다. 재가요양보호사의 업무는 가정을 방문해 어르신의 신체활동지원, 가사 및 일상생활지원, 인지활동지원을 하는 것이다. 보통 하루 2시간에서 3시간의 서비스시간 동안 이 일들을 다 해야 한다. 위의 요양보호사가 하는 “장 봐서 반찬 하기”는 재가요양보호사가 해야 하는 업무가 아니다. 그럼에도 그 일을 하지 않으면 어르신이 굶어야 하기에 “제대로” 해드리고 온다.
“밤에는 저희 같은 경우는 어르신이 지금 60명이 안 되거든요. 2층, 3층 나눠져 있는데 이제 1층이 한 23인, 25명이거든요. 근데 이거를 어르신들을 2명이 봐요. 요즘 어르신들은 또 배회하는 어르신 있잖아. 배회하는 어르신이 많아요. 우리는 잠 안 자고 계속 다녀요.”
요양원, 즉 시설에서 일하는 시설요양보호사는 24시간 케어를 해야 해서 2교대나 3교대로 일하고 공휴일과 명절에도 교대로 일을 해야 한다. 이 인터뷰를 했던 2021년 당시 노인요양시설의 인력배치기준은 입소자 2.5명당 1명이었다. 이 기준은 2022년 10월부터 2.3명당 1명, 2025년 1월부터는 2.1명당 한 명으로 시행 중이다.
“저는 주주 야야 휴휴 패턴으로 근무해요. 밤에는 쉬지도 못하는데 야간 휴게 시간을 6시간 잡아 놓아요. 혼자서 낮에는 5~6명 밤에는 혼자서 20명의 어르신을 돌봐야 하는 현실입니다. 기저귀 케어 식사 체위변경에 목욕 산책 미용 프로그램 참여 면회 이동 등 눈 코 뜰 새 없이 바쁜 하루를 보냅니다. 그래도 부모님을 모신다는 마음으로, 누군가는 해야 한다는 마음으로 하고 있는데”
2.1명당 1명의 인력배치기준이 적용되는 2025년 3월에 만난 시설요양보호사는 낮에는 5~6명, 밤에는 20명의 어르신을 돌보고 있다. 요양원은 인력배치기준을 적용해 채용하지만 교대근무이기 때문에 실제로는 몇 배의 인원을 돌보는 것이다. 야간에 돌보는 인원이 많은 이유는 어르신들이 자는 시간이라 최소 인원을 배치하기 때문이다. 요양보호사들이 가입되어 있는 전국돌봄서비스노동조합은 2018년부터 요양보호사인력배치기준을 1.5명당 1명으로 할 것을 요구해 왔다. 돌보는 어르신이 많으면 요양보호사도 힘들지만 어르신에게 제공되는 돌봄의 질도 높여야 하기 때문이다.
내가 만난 요양보호사들은 일이 힘들다고 하면서도 “누군가는 해야 한다는 마음으로” 일을 한다고 말한다. 돌보는 일은 헌신과 봉사라는 이름으로 추앙받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그러한 이유로 대가를 바라지 말 것을 강요받기도 한다. 미국의 정치학자 조안 C 트론토는 저서 ‘돌봄 민주주의’에서 일부 사람에게 돌봄의 짐을 짊어지게 하며 일부는 회피할 수 있는 편익을 제공하는 현상을 ‘무임승차권’이라고 표현하였다. 17년간 장기요양제도의 운영을 민간기관(시장)에 맡기고 요양보호사의 노동(헌신과 봉사를 당연시하며)으로 제도를 지속하면서 노인 돌봄의 책임자라고 자임하는 정부는 돌봄의 무임승차에서 과연 자유로운지 반문해 본다.
@ 2022년 6월 18일, 서비스연맹 전극돌봄서비스노동조합의 '돌봄국가 책임실현' 거리행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