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급식노동자들이 짓는 평등한 밥, 소중한 밥
학교급식실에는 영양사, 조리사, 조리실무사, 배식지원을 하는 노동자들이 있다. 이 중 직접 조리를 하는 조리사와 조리실무사는 전국 초중고에 6만여 명이 있고 대부분 여성들이다. 직종명이 엄연히 있고 각 교육청의 업무매뉴얼은 조리사 또는 조리실무사라는 호칭을 쓰도록 하고 있지만 많은 곳에서 이들은 여사님, 이모님, 어머님, 아줌마로 불리고 있다. 이러한 호칭은 급식노동 의미와 가치를 저평가하는 것으로 이 글에서는 ‘급식노동자’로 호칭한다.
2024년 7월 8일 서울 학교급식실 노동자 5명과 인터뷰를 하면서 이런 질문을 드렸다.
학교에서 급식이 사라진다면 어떻게 될까요?
학교급식은 왜 필요한 걸까요?
학교급식노동자로서 급식노동의 의미를 뭐라고 생각하세요?
초중고에서 학교급식이 전면 도입된 때는 초등학교가 1998년, 중학교가 2002년, 고등학교는 2000년부터이다. 학교급식이 도입되던 때를 급식노동자는 이렇게 기억한다.
“학교급식이 시작됐을 때 엄마들이 도시락에서 해방된 날이라고 하면서 굉장히 좋아했던 그런 기억이 있거든요. 옛날에는 고등학생 같은 경우는 도시락 2개씩 싸서 보내고 제가 70년대 초등학교를 다녔으니까 그 때 우유급식을 정말 부유한 가정의 아이들은 우유를 먹었었어요. 그 우유가 정말 얼마나 먹고 싶던지 그런 기억이 있어서 이 급식이 정말 너무너무 소중하고 지켜야 된다는 생각이 듭니다. 밥상머리 교육이라는 이야기가 괜히 나온 게 아니잖아요.”
2011년 서울공립초등학교에서 처음 무상급식이 시행 되었고 2021년부터 초중고 전체가 무상급식을 실시하고 있다. 무상급식이 전면화되기 전 선별적인 무상급식을 시행했는데 무상급식 대상자에 대한 낙인찍기와 급식비를 내지 못한 학생들이 공개적으로 망신을 당하는 일 등이 언론에 심심찮게 등장했다. 시인 김지하는 “밥은 하늘입니다”라는 시에서 “하늘을 혼자서 못 가지듯이 밥은 서로 나눠 먹는 것. 밥이 하늘입니다”라고 했다. 급식노동자는 학교급식은 왜 필요한가요라는 나의 질문에 이런 답을 들려주었다.
“모든 아이들이 평등하잖아요. 어떤 아이는 금수저를 물고 나와서 굉장히 좋은 식재료로 음식을 만들어 먹고 어떤 아이는 김치 하나에 밥을 먹거나 해야 되는 그런 상황이 급식을 하면서 없어진 거잖아요. 학교급식을 하면서 아이들뿐만 아니라 학부모들도 행복한 세상이 되었다고 생각을 해요. 저는 이 급식이 교육과 동등하다고 생각을 해요.”
학교급식에는 평등이 있다는 이야기에서 이런 마음으로 밥을 짓는 노동자에 대한 경외감과 함께 학교급식노동이 가지는 커다란 의미가 가슴을 울렸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학교급식이 없으면 어떤 일이 생길까. 코로나 펜데믹 시기 학교가 셧다운 되면서 이 질문은 현실이 되었다.
“코로나 때 편의점에 가면 정말 아이들이 많았어요. 마스크를 쓰고 밖에는 나갈 수 있으니까 그렇게 하는 아이들이 정말 많았어요. 맞벌이 부모님들은 아이들을 챙길 수가 없으니까. 그 때 편의점에서 아이들을 정말 많이 봤던 거 같아요. 저희 아이도 그랬거든요. 학교에서 똑같이 급식을 했다면 그래도 한 끼는 제대로 먹지 않았을까”
편의점에서 라면과 패스트푸드로 한 끼를 때우는 학생들을 보면서 좋은 재료에 맛도 좋은 밥을 주지 못하는 것이 누구보다 안타까웠을 마음이 오롯이 읽혔다. 학교급식에는 ‘좋은 밥’을 하고 있다는 자부심, ‘좋은 밥’을 먹이고 싶다는 노동자들의 마음이 함께 담겨 있다.
“인스턴트 그리고 패스트푸드 이런 것들이 정말 난무한 이런 상황에 학교에서 먹는 그 한 끼의 밥은 모두 친환경으로 된 식재료를 가지고 굉장히 영양을 고려해서 정말 단 한 끼만이라도 제대로 먹을 수 있는 그런 밥이거든요.”
30년 가깝게 학교급식을 지켜 온 급식노동자들의 손은 굽고 휘었다. 2019년 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에서 학교급식실 노동자들의 사진을 모아 한겨레신문에 게재했다. 노동조합 사무실에서 한 장 한 장 보내온 사진을 보면서 많아 놀라고 가슴이 아팠다. 좋은 재료와 영양을 갖춘 양질의 식단을 누구에게나 평등하게 제공하고 있는 학교급식의 중요성과는 달리 이 밥을 짓는 노동자들의 노동환경은 중요하게 다루어지지 않고 있다. 다음 화에서 이 이야기를 다루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