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지 않는 서비스노동의 가치에 대한 이야기 02

학교급식노동자의 몸은 괜찮을까

by 강은희

한 명의 학교급식노동자가 100명이 넘는 학생의 밥을 만들면 그 노동자의 몸은 괜찮을 수 있을까.



2019년 5월부터 7월까지 3개월여간 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이하 학비노조)의 7월 초 3일간의 파업을 지원하기 위해 서울역 근처에 있는 학비노조 사무실로 출근했다. 학비노조가 파업을 할 때면 언론은 ‘급식 대란’을 우려하는 보도를 어김없이 내보낸다. 파업을 하는 이유보다는 파업으로 학생들이 밥을 못 먹게 되는 상황이 부각되면 노동자들의 목소리는 파묻힐 수밖에 없다. 나는 학교급식노동자들은 왜 파업을 할 수밖에 없나를 알리기 위해 학비노조와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2019년 6월 급식실 노동자 3056명이 참여한 대규모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한 명이 100명에서 많게는 200명이 넘는 사람의 밥을 만들면 그 노동자의 몸은 어떤 상태일까


조사 결과 100명 중 94명은 골병이라 불리는 근골격계 질환을 항시 달고 사는 것으로 나타났다. 당시 설문조사의 자문을 맡은 김규연 녹색병원 직업환경의학과 전공의는 “근골격계 질환을 많이 겪는다고 알려진 농업인을 상대로 한 2006년 연구를 보면, 같은 질문에 80.5%가 ‘일주일 이상 통증을 경험한 적이 있다’고 답변했으며 노동 강도가 높은 선박 제조업종 노동자의 경우도 이 수치가 70~80% 정도”로 학교급식실의 노동강도가 농업이나 선박 제조업종보다 세다는 점을 지적하였다.



“손목. 어깨 팔꿈치 팔 통증 손가락 관절변화 등 통증이 심합니다. 아플 때마다 병원에 가서 통증 주사를 맞습니다. 대체인력으로 잘 모르는 사람이 오면 병가를 낼 수 없지요.”

"허리가 아파서 정형외과 갔더니 뼈가 휘었다네요 이걸로 인해 3-4년 엄청 고생했네요. 어깨도 인대가 늘어나서 자비로 치료하러 다니고..."



학기 중에 매일 급식을 제공해야 하고 내가 쉬면 동료들이 더 일을 해야 한다. 급식노동자들은 허리가 휘고 손가락 관절이 변해도 학기 중에는 병가를 쓰지 못하고 무급으로 쉬는 방학에나 자비로 치료를 하고 있었다.




쉴 틈 없이 재료를 자르고 굽고 튀기고 배식 후에는 세척을 해야 하는 학교급식실은 안전할까.

“시간 안에 음식조리를 마쳐야 해서 정신없이 일하다 물건이 떨어져도 그냥 부딪치고 일해요. 파란 멍이 들어 아파도 파스 붙이고 마무리하죠”

“일이 너무 바빠 전을 굽고 돌아서는데 바닥이 미끄러워 넘어지면서 전판을 짚어서 2도 화상을 입고 치료를 2주 이상했으나 산재 처리를 해주지 않아서 병가처리했어요”

“약간의 화상이나 소소하게 다치는 경우는 수시로 있습니다. 화상연고를 바르고 대일밴드를 붙이고 일은 계속합니다. 쉴 수 있는 형편이 아니니까요”




급식실에서 일하면서 다친 적이 있으면 적어주세요라는 주관식 질문에 올라온 글들이다.

약물 튐으로 인한 화상(오븐클리너)

오븐클리너 흡입으로 숨쉬기 곤란

세척실 환기시설. 냉방시설 부족으로 인한 찜통더위(조리실온도 45도 이상. 세척실은 창문이 없어서 세척기의 뜨거운 열기를 온몸으로 받고 있음)

튀김 전판 조리 시 유증기과다 흡입 및 기름 튐으로 인한 화상에 노출

식판이 넘어져 깔린 적이 있음

튀김 하다가 얼굴에 잔잔한 화상자국
약물로 청소하다가 피부에 많이 흘러내리거나 얼굴에 튀어서 화상자국

눈에도 튀어 자비치료

튀김을 하고 난 뒤 기름 솥을 들고 가다(식은 기름) 밖에서 미끄러짐! 그로 인해 손가락을 다쳤는데 한 번씩 배식도중 손가락이 구버러지지가 않습니다




2019년에는 다치고 베이고 데이는 위험천만한 급식실 환경을 알려내고 그걸 통해 노동환경을 바뀌었으면 하는 것이 바람이었다. 그 해 7월 불볕더위 속에서 치른 3일간의 파업기간 전후로 ‘급식 대란’에 대한 보도도 있었지만 위험천만한 급식실 환경에 대한 보도도 많았고 학생과 학부모의 응원도 많았다.

그로부터 5년 여가 흐른 지금, 학교급식실은 죽음의 급식실로 불리고 있다. 2019년 당시 학교 조리사들이 폐암에 걸렸다는 소식이 자주 들리기 시작했고 폐암의 원인이 급식실 환경 때문인지 확인이 되지 않은 상태로 폐암 사례가 확인되고 있었다. 이후 노동조합에서는 시도교육청에 폐암 건강검진을 요구했고 2023년 9월 전국 17개 시도 급식종사자 중 52명이 폐암을 확진받았다. 노동조합의 노력으로 2021년 폐암에 대한 산재승인이 처음 이뤄진 후 2023년 10월까지 폐암 산재 승인자가 113명에 달하고 있다.


2025년 또 다른 ‘급식 대란’이 진행 중이다. 학교급식실 조리사가 충원되지 않고 있다. 학교급식의 지속가능성이 위협받고 있다. 그 이유로 지목되는 것이 노동자들의 열악한 노동환경과 낮은 처우가 지목되고 있다.

2019년 6월 25일 한겨레신문에 실린 조사결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