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급식노동자에게 법이 필요한 이유
나는 2010년대 이전까지는 학교에 교원이나 학교행정실의 공무원들 외에 그렇게나 많은 비정규직들이 있는지 알지 못했다. 학교비정규직들이 만든 노동조합이 학교 곳곳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의 존재를 알려내고 이름을 찾기 위한 활동을 하지 않았다면 지금도 알지 못했을지도 모르겠다.
학교에는 교원과 공무원 외에도 곳곳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이 있는데 2015년부터 이들을 교육공무직으로 지칭한다. 2015년 이전에는 학교회계에서 임금을 지급하는 노동자라는 의미로 학교회계직이라는 명칭으로 불리어왔다. 교사와 교육공무원은 교직원이라는 명칭으로 불린다.
교육공무직은 학교 구성원의 37.7%를 차지하고 있다. 학교에서 일하는 사람 10명 중 4명 정도에 해당한다. 2023년 현재 교직원(교원, 공무원)은 628,117명이고 교육공무직은 380,264명으로 교직원의 절반이 넘는 규모이다. 교육공무직 중 가장 인원이 많은 직종은 급식실에서 일하는 조리사와 조리원이다. 급식, 돌봄, 교무, 행정, 도서, 특수교육실무, 복지, 상담, 강사 등 교육공무직 직종은 100여 개가 넘는다. 학교에 이렇게 많은 직종의 노동자가 생긴 이유는 교원 업무 경감 때문이다. 교원이 하던 일을 쪼개고 그 자리에 비정규직을 채용하면서 교육공무직은 해마다 늘어왔다. 학교급식노동자는 학교가 비정규직 양산소가 되었다고 말한다.
“급식은 예전부터 있었지만 학교가 점점 비정규직 양산소가 됐다고 저는 생각을 하거든요. 학교에 근무하는 비정규직들이 정말 너무 많은 거예요. 학교 업무 경감이라는 목적으로 사실은 이 공무직이 이제 계속 만들어졌는데 학교 업무 경감이라는 거는 사실 교사들 일을 줄여주려고 다른 직종들이 만들어진 거예요.”
학교비정규직들이 원하는 법제화란 무엇일까.
초중등교육법은 학교구성원으로 학생과 교직원만을 호명한다. 학교 곳곳에서 오랫동안 일해온 교육공무직은 어떤 이름으로도 불리지 않고 있다.
“그림자, 유령 저희가 그런 단어로 표현을 하거든요... 학교 필요에 의해서 쓰고 버려지는 소모품 정도로밖에 지금 저희는 인식이 되지 않고 있어요. 제대로 된 우리의 이름을 지어서 교육 공무직들이 제대로 된 자리에서 학교 안에 주체가 되도록 교육공무직법이 꼭 제정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기대를 걸어보고 있습니다”
학교비정규직노동자들은 오랫동안 학교에서 겪은 차별과 불안정하고 불안전한 노동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법제화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학교급식실에서 골병들고 다치고 폐암으로 사망하는 일이 벌어지고 있는데도 노동조합이 나서지 않는 한 제도적인 보호와 조치를 받지 못하는 것이 지금의 현실이기 때문이다.
“보호받는 삶을 사는 게 좋은 것 같아요. 어느 테두리 안에서나 이렇게 노동한 만큼 내가 보호를 받는다는 그 자체가 좋은 것 같아서 언제가 될지 모르겠지만 (법제화가) 되야겠죠.”
2020년 11월 15일 10만 국민동의청원으로 교육공무직에게 법적 신분을 부여하는 법안이 발의되었다가 2024년 5월 29일 21대 국회 임기만료로 법안은 폐기되었다. 하지만 국민동의청원 성사로 설레었던 마음은 그곳에서 아직 멈춰 있다.
“재작년이었죠. 굉장히 설레었어요. 현장에서는 그럼 우리도 이제 정규직이 되는 거야 하면서 정말 많이 설레었었어요. 근데 어느 순간부터 이게 조용해진 거죠. 노동조합에서는 계속 나가서 교육공무직법이 국회에서 잠자고 있어 얘를 깨워야 돼라면서… 그때 설레었던 행복했던 그때 그 마음에서 멈춰 있는 것 같아요.”
지금 학교급식노동자들은 교육공무직법을 잠시 미루고 안전한 급식실을 만들기 위한 싸움을 하고 있다. 학생의 건전한 심신의 발달과 국민 식생활 개선에 기여함을 목적으로 하는 학교급식법 어디에도 학교급식노동자가 없다. 위험한 노동환경과 열악한 처우가 개선되지 않는 학교급식실에서는 급식노동자가 떠나고 있다.
“법제화가 되면 급식실에서 근무하는 마음가짐도 좀 달라질 거라고 생각이 들어요. 법은 국회에서 바꿔야 되는 거고 국회의원들이 관심을 가져줘야 되는건데 밥에만 관심이 있지 그 밥을 만드는 사람들이 어떤 힘듦에 처해 있는지는 그 누구도 관심을 갖고 있지 않아요.”
“00 중학교 사태 나오면서 대책이라고 나온 게 급식 외주화고 서울시 교육청에서 나온 건 로봇얘기가나오고 있는데 거기에 더해져서 서울시 의원들은 위탁 얘기를 하고 있어요. 학교 급식이 그렇게 중요하다고 하면서 위탁급식을 얘기를 해요. 그럼 위탁급식을 하면 그 사람들은 영리를 목적으로 해야 되는 거잖아요. 그러면 이 급식이 지켜질 수가 없어요. 그렇게 온 전 세계에 k급식이라고 자랑을 있는 대로 하고 코로나 때도 정말 지켜왔는데 이 얘기만 하면 저는 진짜 울컥해지는데 그래도 우리의 신분은 정말 만들어져야 된다.”
평등한 밥, 질 좋은 밥을 할 노동자를 구하지 못해 전국 초중고에서 ‘급식 대란’ 일어나고 있다. 학교급식노동자들이 법개정 싸움을 하는 이유는 법적 신분을 얻는 것뿐만 아니라 교육의 일부이자 필수가 된 학교급식이 지속가능하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학교급식노동자들이 법적신분과 이름을 얻기까지는 시간이 걸리더라도 학교에서라도 더 이상 여사님, 이모님, 아줌마라고 부르지 말아야 한다. 학교급식노동자 모두는 누구도 쉽게 할 수 없는 일을 하는 급식대가들이니까.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 조합원들이 3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계단에서 정혜경 진보당 의원과 함께 학교급식법 개정을 선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2024.6.3 ⓒ뉴스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