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지 않는 서비스노동의 가치에 대한 이야기 04

배달라이더는 노동자입니다.

by 강은희


"힘든 일을 하면 존중받으면 좋을 텐데 그런 일을 한다고 더 무시한다. 그러니까 우리나라 사회적 인식이 저는 문제라고 생각을 해요"




코로나 팬데믹 3년 동안 비대면이 확대되고 유지되는 동안 배달노동자가 급속도로 늘어났다. 배달 수요가 늘어나서이기도 하지만 팬데믹 기간 동안 생계가 어려워진 사람들이 배달노동으로 많이 진입하기도 했다. 배달산업이 플랫폼산업과 결합하면서 배달플랫폼기업들은 늘어난 배달수요만큼 배달라이더를 대대적으로 모집하였다. 팬데믹이 끝나가던 2022년 말부터 배달수요는 줄어들기 시작했고 일감이 줄어든 배달노동자들은 더 긴 시간 도로에서 콜을 기다리는 불안정한 날들을 보내기 시작했다.


2022년 말, 나는 배달플랫폼노동조합 위원장을 만나 배달노동자들의 일과 생활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콜을 기다리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수입이 줄어들고 있다는 얘기와 함께 배달일에 대한 전망과 배달노동자들의 일상은 어떤지에 대한 이야기를 들으면서 배달라이더의 노동환경과 삶의 안정성에 대한 조사연구를 시작하게 되었다. 나는 해당 연구를 하면서 19명의 배달노동자와 인터뷰를 했다. 첫 인터뷰는 서울지역 배달노동자 4명과 진행했는데 4명 모두 배달플랫폼업체 소속이었고 연령대는 30대~50대에 일주일에 5~6일 하루 10시간 가까이 일하고 있었다.




배달라이더 대부분은 10대나 20대 남성이고 알바로 배달을 하고 있을 거라는 추측은 사실과 매우 다르다. 배달라이더는 2022년 1월부터 고용보험에 가입하고 있다. 연구를 진행하던 2023년 배달라이더 고용보험 가입자 31만 명 중 30대와 40대가 가장 많았다. 우리 연구팀은 배달라이더 1030명에 대한 설문조사도 실시했는데 1주일에 평균 5.7일을 일하고 하루 평균 9.5시간 일하고 있었다. 대부분의 배달라이더가 알바생이 아닌 배달이 직업인 노동자이다.


4명의 노동자가 배달을 시작한 계기를 물었다. 이들은 각각 코로나가 닥쳐 수입이 급감해서 배달을 시작했다, 타 도시에서 일을 하다 수입이 줄어 서울에서 배달일을 하면 수입이 좋다고 해서 고시원 생활을 하면서 배달 일을 하고 있다, 중화요릿집을 하다가 수입이 줄어 가게를 접고 배달을 하고 있다, 30년째 신문배달부터 카드배달을 거쳐 음식배달을 하고 있다고 답을 하였다.




배달노동자들이 주 5~6일, 하루 10시간 내외를 도로에 있는 이유는 그만큼 일을 해야 생계를 유지할 수 있어서이다. 1030명 설문조사에서 수입에서 필요경비를 뺀 한 달 평균 순소득이 284만 원이었다. 팬데믹 기간 동안 늘어난 수요는 엔데믹이 시작되면서 줄어들었고 배달건수가 곧 수입인 배달노동자들은 더 오랜 시간 일을 할 수밖에 없다. 콜을 기다리는 곳도 배달을 하는 곳도 모두 도로이다. 오토바이 하나에 의지해 하루 10시간을 도로에서 보내는 일을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라 할 수 있을까.


"배달이 다른 직업에 비교해서 좀 단점이라고 하면 밖에서 하는 일이다 보니까 날씨에 영향을 받는다는 거예요. 비 오면 비 맞으면서 일하고 더우면 겁나 덥고 추울 때는 또 겁나 추우면서 일을 하잖아요. 도로 위에 있는 것 자체가 위험한 일이다라는 생각이 들어요."


배달 콜수는 날씨에 영향을 받는데 날씨가 좋지 않은 날에 콜이 더 많다. 폭염, 폭우, 폭설, 혹한 같이 나쁜 날씨는 바깥에서 일하기에 좋지 않지만 그런 날일수록 배달이 많으니 위험을 무릅쓰고 일할 수밖에 없다. 배달플랫폼 업체는 날씨가 안 좋을 때는 프로모션을 도입해 위험을 무릅쓰고 일을 하게끔 한다.





카페를 하다 배달일을 시작했다는 배달노동자가 콜센터로 현장실습을 나간 특성화고 재학생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 ‘다음 소희’의 대사를 인용하며 한 이야기이다.


" ‘다음 소희’ 명대사 있잖아요. 힘든 일을 하면 존중받으면 좋을 텐데 그런 일을 한다고 더 무시한다. 그러니까 우리나라 사회적 인식이 저는 문제라고 생각을 하는데.. 힘든 일을 한다고 무시하죠. 배달 노동자들도 좀 무시받는 편이에요."


그는 배달 일이 위험해서 평생 할 수 없을 것 같지만 배달노동에 대한 인식을 개선하고 배달 일을 좋은 일자리로 만들기 위해 노동조합을 하고 있기 때문에 배달 일을 계속할 거라고 하였다.


"저는 직업에 귀천이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라서 문제없다고 생각을 하고 있고 힘들지 않은 일은 없다고 생각해서 다 괜찮다고 생각했는데 위험해서 이거를 평생 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있긴 했거든요. 그런데 이 일을 지금보다 좋은 일자리로 만들어야 되잖아요. 노동자에 대한 사회적 인식도 개선시키고 좀 더 안전한 일터로 만들고 힘든 건 어쩔 수 없다고 생각을 해요. 노동조합을 해야 해서 배달은 계속해야 된다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고요. 노동조합은 현장에서 일하는 땀 흘려 일하는 노동자가 주체가 돼서 바꿔 나가는 거잖아요. 사용자들은 그렇게 크게 관심 없거든요. 특히 플랫폼 노동자 안전에 대해서 기업들이 책임이 없기 때문에 이제 관심이 없기도 하고 관심을 가지는 회사도 있지만 크게 없는 상황이기도 하고 현장 노동자가 주체가 돼서 바꿔 나가는 거죠."



그 날 만난 노동자들은 지금도 배달노동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바꾸고 안전하고 좋은 일터로 만들기 위해 배달플랫폼노동조합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저마다에게 배달된 음식에 배달노동자의 보이지 않는 노동이 담겨 있고 그 노동이 다른 노동과 다르지 않다는 것을 모두가 알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노동과 세계] 김정훈 서비스연맹 배달플랫폼노조 배민분과장. 사진=송승현